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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이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한국언론회관에서 '탄핵주도 한민공조의 쿠데타식 방송장악 규탄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언론노조 KBS본부 김영삼 위원장(맨왼쪽)이 규탄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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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는 시스템과 세상이 바뀐 줄 모르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 그들이 원하는 이데올로기만 전하던 KBS, MBC가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수구신문은 공정보도를 얘기하지만 사실상 방송의 침묵을 원하고 있다."

야당과 보수신문의 편파방송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업 언론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를 방송장악 음모로 규정하고 결사 저지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방송 통제를 노리는 어떠한 세력이나 시도도 용인하지 않고 '공정방송 사수'에 전념하겠다는 선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노조협의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불교언론대책위원회 등 8개 언론관련 단체는 1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의 쿠데타식 방송장악 기도를 규탄했다.

"한나라·민주는 사실상 방송의 침묵을 원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자 그 책임을 방송에 돌리고 있다"며 "방송사 항의방문도 모자라 수신료 분리징수, 국회 문광위 개최, 방송위원회 심의강화까지 언급하는 등 방송통제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같은 행위를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로 규정한 이들 단체는 "거대 야당의 정략적 방송장악 음모는 물론 민주주의와 공정보도를 해치는 모든 외압을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8개 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앞으로 벌어질 언론자유 탄압 및 방송장악 기도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또 현업단체들은 국민적 합의와 시대정신에 입각해 진실을 적극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총선관련 보도에서도 정쟁 뒤쫓기식 대신 유권자 의제에 충실한 보도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들은 야당뿐 아니라 일부 신문의 편파보도를 향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이강택 PD연합회장은 야당과 일부 보수신문의 '핑퐁식' 여론형성 관행을 꼬집었다. 이 회장은 "야당은 방송사 찾아가 압박하면서 문광위 열고, '조중동'은 방송을 헐뜯는 보도를 하고, 또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주고받으며 여론을 키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역시 야당이 방송의 편파성을 제기하려면 신문의 편파보도부터 지적할 것을 요구했다.

신 위원장은 "헌정사상 처음인 대통령 사태를 신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라"며 "모든 신문이 1면은 물론 주요 면을 모두 관련 기사로 도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그것은 탄핵사건이 그만큼 주요 뉴스이고, 국민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이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 방송은 일반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특별편성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야당이 여론조작설을 제기하는데 그럼 <조선닷컴> 온라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탄핵을 반대한다고 한 것부터 문제삼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신 위원장은 "야당은 또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많이 탄핵보도를 하는지 문제제기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가 15일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규탄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음은 언론관련 단체장들의 발언 요지이다.

이명순 민언련 이사장 : 탄핵을 주도한 세력들이 방송장악에 나서고 있다. 방송사로 몰려가 촛불시위 보도를 자제하고, 날치기 장면을 빼달라 등의 신보도지침을 강요하고있다. 한쪽에서는 느닷없이 국회 문광위를 소집하는가 하면 수신료 폐지를 들먹이는 등 보복성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여전히 대중을 조작의 대상으로, 방송을 자신들의 선전도구로 치부해온 구집권층의 낡은 관성이자 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막바지에 몰린 부패 기득권 세력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민저항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작태를 중단할 것과 방송장악 기도를 즉각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김영삼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 대통령을 탄핵시킨 의정쿠데타 세력이 수적 우세를 내세워 이제는 방송사까지 접수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이지 않는 군화발을 단호히 거부한다. 또 공당의 대표들이 보도를 문제삼아 느닷없이 쳐들어와서 보도국장 나와라, 사장 나와라 하는 식의 구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예전처럼 신문이 모든 의제를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과거 신문이 뉴스를 선도하고, 방송 9시뉴스가 이를 받아서 보도하던 때는 지났다. 우리는 KBS 기자협회와 노조 등을 중심으로 전 구성원이 뭉쳐 후안무치한 거대 야당의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 등에서 여론조작설을 제기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지금은 중앙, 동아일보 등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야당이 편파보도한다고 항의하는 방송사와 다르지 않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전국민적 대세임을 하루 빨리 판단하고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게 '한·민공조' 세력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는 시스템과 세상이 바뀐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4월 대통령이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했을 때 노조가 앞장서서 반대했다. 그 이유는 대통령 고문을 지낸 사람이 사장으로 와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최병렬 대표는 90년 공보처 장관재직 당시 서기원씨를 KBS 사장에 임명했다. 이 때문에 KBS는 방송민주화투쟁을 벌였는데 당시 최병렬 장관은 경찰력으로 KBS 조합원들을 짓밟았던 사람이다. 지금은 다르다. 정치권력이 어떻게 할 수 있는 KBS가 아니다. 또 정연주 사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다. 과거의 KBS, MBC가 아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민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 기자협회장 : 14년 전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 당시가 떠오른다. 현장취재를 하고 서울에 올라오니 KBS는 낙하산 사장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90년 KBS 방송민주화 투쟁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하는 걸 보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 착잡하다.

언론인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타고난 숙명을 갖고 있다. 지금은 '친노-반노'가 아니라 누가 나라를 걱정하고, 누가 나라를 이용하느냐의 대결인 본질이다. 방송인들도 미래와 나라를 걱정하는 언론인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을 쫓아내고도 모자라 이제는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정략을 위해 민생은 염두에 두지 않고 탄핵을 결정한 야당에 대해 국민의 비판이 매우 거세다.

그러나 야당은 그같은 국민의 뜻을 반영한 보도를 편파, 왜곡보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민심을 모르는 그들은 또 다시 방송장악을 기도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굳건한 의지를 갖고 모였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진관스님 불교언론대책위원회 대표 : 과거 KBS는 시청료거부운동이 일어날 만큼 문제가 많았다. 그때 방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KBS가 새로운 시대를 맞아 달라지고 있다. 요즘 방송을 보면, 광주학살 때 방송이 살아 있었다면 그 수많은 양민이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KBS, MBC, YTN 등은 야당의 방송장악 음모에 결사항전하듯 싸워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날치기 작태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 모든 방송인이 당당하고 양심에 꺼릴 것 없는 언론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이강택 PD연합회장 : 현재 국면에서 방송은 가장 중요한 전장이 되고 있다. 과거처럼 총칼을 들이밀 수 없으므로 사회담론의 헤게모니를 쥐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기득권 세력이 방송통제력을 예전처럼 갖느냐, 아니면 우리가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힘을 다해 방송을 지킬 것이다. 방송사수에 올인하겠다는 뜻이다. 야당은 방송사 찾아가 압박하면서 문광위 열고, '조중동'은 방송을 헐뜯는 보도를 하고, 또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주고받고 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게 방송심의이다. 선거와 직접 관련 있는 사안이 아니었는데도 친일파를 다룬 < PD수첩 >이 징계를 당했다. 지금도 조선, 동아일보는 '방송위원회 뭐하고 있는가, TV보고 있는가'라고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방송을 통제하는 기관의 일부 관계자와 한나라당이 어떤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지 증거를 갖고 있다. 그동안 기계적 형평성을 내세워 방송을 침묵시켰던 부당한 심의제도에 맞서 싸울 것이다.

김수태 방송기술인연합회장 :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것을 무릅쓰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조해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방송은 국민이 그 시대 가장 알고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전달해줄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공당 대표가 방송사를 찾아가 보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방송을 장악하고자 하는 협박이다.

항의할 게 있으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방송사에 따지고 고칠 게 있으면 고쳐달라고 요구하는 게 정상이다. 갑자기 방송사에 찾아와서 항의하는 것은 자신들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방송은 정치를 바로세우는 마지막 보루이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기도에 대해서 단호히 배척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의 방송장악에 대해 굴복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히겠다.

최승호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 김경재 의원이 오늘 오전 노조가 방송사를 장악하고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노조가 무슨 힘이 있는가. 노조가 아니라 언론인의 양식이 방송사를 장악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수구신문이 원하는 것은 방송이 침묵하는 것이다. 말로는 공정하게 다루라고 하지만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라, 혼란은 없다, 파국은 안된다, 판단은 정치인이 한다, 헌재가 심판할 것이다. 불법시위 엄단한다' 등을 방송이 전하길 원하는 것이다. 국민은 어떤 판단을 할 권리도 없고, 해석할 필요조차 없다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길 원하는 것이다.

방송이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한 적이 있다. 87년 국민들이 거리에서 민주화를 외칠 때 방송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방송 기자들이 국민에게 돌팔매를 당했다. 그래서 우리는 노조를 만들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 문광위 열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공공연히 수신료거부운동을 언급하고, 당론을 바꿔 수신료분리징수에 찬성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지금은 방송의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때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야당의 음모를 분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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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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