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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세만, 신종철, 박대용, 서원호씨
왼쪽부터 박세만, 신종철, 박대용, 서원호씨 ⓒ 권윤영
'불혹이 넘은 나이에 그룹사운드로 뭉쳤다!

언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실력도 열정도 최고인 '프렌즈(friends)'는 40대 고교 친구들이 모여 지난 2001년 4월에 결성한 직장인 그룹사운드. 고교 시절 활동했던 동창생들이 20여년이 흐른 후 재결성한 것이다.

'프렌즈' 멤버 박대용(44·리드 기타), 박세만(45·베이스 기타), 서원호(44·키보드), 신종철(44·드럼&싱어)씨는 고교와 대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그룹사운드로 활동해 왔다. 학창 시절 대학 가요제에도 나갔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지만 이후 군대 입대, 사회 활동 등으로 흩어지면서 활동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도 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그리움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음 깊이에는 항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감을 안타까워하던 찰나 우연한 계기로 기회는 찾아왔다.

"고교 졸업 20주년 행사가 있었는데 동창생들이 즉석에서 연주를 해보라고 권하지 않겠어요. 무대 위에 올라가서 우여곡절 끝에 3곡을 연주했는데 반응이 그렇게 뜨거울 수 없더라고요. 이날 즉석 공연이 그룹사운드 재결성의 구체적 계기가 됐습니다."

불혹이 넘은 나이, 각자 바쁜 사회 활동 속에서 4명의 멤버가 모여 새롭게 시작한다는 사실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고자 하는 의욕 뒤에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마련이었지만 리더 박대용씨는 건물 지하를 연습실로 임대했고 중고 악기를 구입하는 등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멤버들은 1년 반 정도를 연습에만 매진했다. 매주 월요일은 무조건 시간을 비우고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계속되는 스파르타식 훈련이 계속됐다. 연습을 하면서 최상의 악기를 구입했고 그동안 잃었던 감각을 서서히 되찾고 굳었던 손도 제 위치를 찾았다.

하지만 4명의 멤버 모두 마음 맞춰 한다는 것이 힘든 데다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하실에서 연습만 하다보니 지칠 법도 했다. 연주 실력이 일정 수준에 오르자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프렌즈의 공연 모습
프렌즈의 공연 모습
"지난 2002년 11월에 YMCA 주최로 진행되는 청소년 동아리 페스티벌에서 초청 공연을 갖게 됐어요. 중고생들 앞에서 청소년과 기성세대 문화의 가교 역할을 했죠."

이날 있었던 한번의 공연은 이들의 활동을 바꿔놓기 충분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한 봉사 활동을 계획했다. 차츰 유명세를 타더니 이제는 매달 공연 일정이 잡혀있을 정도. 정신장애요양원, 노인종합복지회관, 노인요양원 등 자신들의 음악을 좋아해 주고 원하는 곳이 있다면 마다 않고 달려간다.

"전에는 어떻게 봉사를 해야 할지 막연했지만 저희는 음악으로 베푸는 보람을 알아가고 있어요. 남녀노소, 가진 자나 없는 자,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을 불문하고 음악 앞에서 흥겨워하는 것은 다 똑같더라고요. 40대 그룹사운드이다 보니 뽕짝, 트로트, 팝송, 클래식, 자작곡까지 장르도 다양하지요. 그래서 어디를 가나 인기가 좋아요."

한번 공연에 나설 때마다 악기, 마이크 시설 등 운반비에 한 아름 사가는 간식비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그것마저도 즐기면서 공연을 다닌다. 무료 공연에 나서면 노인이나 장애우들이 "또 와 달라"는 말을 연발하는 모습이나 자신들을 알아보고 신청곡도 청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집, 직장 외에 제3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프렌즈 멤버들. 이들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단순한 취미 활동을 떠나 틈틈이 창작 활동도 벌이고 있는데 올해 기념 음반을 내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 연말에는 자신만의 콘서트도 열 계획.

"지금까지 활동을 잘 해오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친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구이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도 이해하고 넘어갈 뿐더러 멤버가 모이면 고교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할 이야기가 너무 많죠. 저희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룹사운드 활동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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