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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KBS본사를 방문한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마주 앉은 김영준 인적자원센터장에게 KBS가 대통령 탄핵과 관련되어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14일 오후 KBS본사를 방문한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마주 앉은 김영준 인적자원센터장에게 KBS가 대통령 탄핵과 관련되어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순형 대표 일행이 계획했던 항의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KBS직원의 항의를 받는 돌발상황만 겪은 뒤 굳은 표정으로 KBS본사를 떠나고 있다.
조순형 대표 일행이 계획했던 항의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KBS직원의 항의를 받는 돌발상황만 겪은 뒤 굳은 표정으로 KBS본사를 떠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 14일 오후 4시30분]

민주당 지도부 MBC·KBS 항의방문
KBS "언론자유 침해 우려..." - 조 대표 "무슨 언론자유 침해냐"


조순형 대표와 김영환 대변인, 김경재 상임중앙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오후 MBC와 KBS를 항의방문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방송사에 탄핵안 가결에 대한 편파보도 중단을 요구함과 동시에 노 대통령의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과 같은 시간만큼의 반론보도를 요청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MBC를 방문하자 MBC에서는 강성주 보도국장이 직접 나와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KBS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오후 2시50분께 조 대표 등이 KBS에 도착하자 KBS에서는 김영준 인적자원센터장이 나와 민주당 지도부를 맞았다. 이들을 1층 VIP룸으로 안내한 김영준 인적자원센터장은 "오늘 KBS의 책임 임원은 본인"이라며 "보도국장이 자리에 있으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내가 듣고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발끈했다. 조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 제2정당의 대표가 와서 이야기하는데 언론자유 침해라고 하느냐"며 "우리가 언제 언론자유를 침해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김경재 의원도 "보도본부장이 나와야지 인사담당자가 와서 무슨 소용이냐"고 몰아붙였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제2 야당 대표가 왔는데, 이런 대우는 예우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KBS 공추위 위원(서 있는이)이 KBS를 "국영방송"이라고 하는 조순형 대표에게 "국영방송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KBS 공추위 위원(서 있는이)이 KBS를 "국영방송"이라고 하는 조순형 대표에게 "국영방송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KBS측도 가만있지 않았다. 조 대표와의 면담장에 들어온 KBS 공추위 위원은 조 대표가 KBS를 "국영방송"이라고 하자 "국영방송이 아니다"라며 큰 소리로 반박했다. 그는 또 "기본 예우에 어긋난다"는 민주당의 항의에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것은 예의냐"고 언성을 높여 접견실은 한 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이처럼 양측의 요구조건이 맞지 않게 되자 조 대표는 "다시 사장을 만나서 이야기하겠다"며 준비한 공문을 낭독한 뒤 김영준 인적자원센터장에게 전달하고는 KBS에 도착한지 불과 15분만에 자리를 떴다.

다음은 민주당과 KBS 사이의 15분간의 대화 내용.

김영준 "인적자원센터장 보도국장이 있지만, 오늘은 KBS의 책임 임원이 나인만큼 제게 말하면 전달하겠다."

김경재 의원 "보도국장이 있다는데 왜 못 만난다는 것인가."

김영준 "국회의원들이 KBS 보도책임자나 기자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거나 압력을 넣는 모양으로 비칠 수 있다. 저에게 얘기하면 제가 전달하겠다."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 "오늘 방문은 KBS 편파보도 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을 2시간 가까이 생중계 한데 대한 반론보도를 청구하려는 것이다. 또 제2야당 대표가 왔는데 이런 대우는 예우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김경재 "보도본부장이 와야지 인사담당자가 와서 무슨 소용인가."

조순형 대표 "언론자유 침해라니?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일반 시청자도 방송에 대한 건의사항이나 애로가 있으면 와서 얘기하는 것 아니냐. 하물며 제가 제2당 대표인데... 또 KBS는 국영방송 아니냐. 조금 전 MBC를 방문했을 때도 보도국장이 직접 나와서 우리의 불공정 보도 항의에 대해 해명했고, 우리도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우리가 KBS에 무엇을 강요하거나 언론자유를 침해 할 수도 없다. 그것뿐인데 무슨 언론자유 침해 운운하나?

(목소리를 높이며) 여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제2 정당 대표가 와서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언제 언론자유를 침해했나? 이런 얘기는 처음이다."

KBS 공추위원 "(큰 소리로) 국영방송이 아니다."

김영환 의원 "지금 대표가 이야기 중이지 않느냐... 지금 그런 자리가 아니다."

KBS 공추위원 "(큰 소리로)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것은 예의냐."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KBS 직원을 만류했다.

조순형 "내가 20년 동안 야당 생활을 했다. 그 때 정권과 싸우면서 매일 여기에 왔었다. 그 때도 다 만나주고 얘기했다. 또 지난 번 경선 할 때는 김경재 의원이 여기 오니까 KBS 사장이 쫓아나와서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했다. 뭐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자기들 필요할 때만 얘기하고 이것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차라리 안 만날 거면 안 만난다고 해야지.."

김영준 "제가 지금은 책임자니까..."

조순형 "보도 편성에 책임이 있나?"

김영준 "공식적으로 얘기해 주시면..."

조순형 "안 되겠다. 사장하고 얘기해야겠다. 내일이나 모레라도 사장을 만나야겠다."

장전형 "지난 12일 탄핵안이 가결되고 난 뒤 KBS가 전국 네트워크로 16명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런데 그 중 찬성하는 사람은 대구지역 한 사람 밖에 없었고 열 네 사람이 탄핵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또 한 가지는 100분 토론에서도 시청자 의견을 오직 한편, 탄핵 반대 목소리만 연결했다.

MBC는 보도국장이 와서 얘기했는데, KBS는... 여기 온 지 18분이 지났는데 물 한잔도 없다. 기본 예우에 어긋나는 일이다."

조순형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첫째는 공정보도 협조를 요청하고 두 번째는 반론보도 청구를 요청하는 것이다. 오늘도 공문을 전달하고, 다음에 사장을 만날 때도 전달하겠다."

한나라당은 항의방문 취소... 비난여론 감안한 듯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날 방송3사를 항의방문 할 예정이었으나 전격 취소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일요일이어서 사장 이하 간부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해 폭발하고 있는 비난 여론을 감안,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방송특위를 구성해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국회 문광위를 통해 편파보도 의혹을 따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최병렬 대표는 이날 오후에 열린 공천자 수여식에서 "방송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자민련이 협력해서 안되야 할 것을 되게하고, 헌정을 중단시켰다고 편파적으로 선동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 대표는 또 "첫날, 방송에서 헌정사에 처음 있는 대통령 탄핵 가결에 대해 여러 가지 보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후 계속해서 특집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며 "'한-민-자'가 나라를 망치려고 마음을 먹고 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언론보도라는 점을 고발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 이후 방송사들의 '편파 보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오전 열린 상임중앙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조 대표.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 이후 방송사들의 '편파 보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오전 열린 상임중앙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조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신 : 14일 낮 12시30분]

한-민 "언론이 불안 선동"... 오후 방송사 항의방문


평소 "언론환경이 열악하다"며 자신들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던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대한 KBS의 보도에 대해 '편파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가 과연 국민의 방송인지, 열린우리당과 노사모방송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히며 KBS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국회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가결시킨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공영방송인 KBS가 비판일색으로 보도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며 "특히 야당의 탄핵안 가결만 비난할 뿐 탄핵의 원인제공자인 대통령의 독선과 오기정치, 의사당을 폭력 점거한 열린우리당의 구태정치에 대해서는 일체의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KBS가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통과된 12일 KBS 9시 뉴스는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 등의 화형식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선정적 보도를 했고, 충청과 강원지역에는 '현안사업 차질 우려'라는 보도로 지역주민을 자극할 수 있는 기자멘트와 제목을 내보내는 등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방송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또 "(탄핵안과 관련된) 주민반응을 내보내면서 전국 9개 지역에서 총 16명의 주민을 인터뷰했으나 탄핵 찬성 주민은 1명 뿐"이었다며 "13일 9시 뉴스도 대부분 야당에는 불리하고, 열린우리당은 심기일전하는 모습만을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KBS가 각종 토론회에 친노인사들로 구성된 교수들을 출연시켜 탄핵 반대의견을 집중 보도하고 TV와 라디오의 토론프로그램에서도 탄핵반대 의견을 가진 시청자들을 압도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며 KBS의 여론몰이 의혹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KBS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탄핵안 가결 이후 높아져 가는 비난여론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총선을 30여일 앞둔 지금부터 탄핵안 가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굳어진다면 민주당으로선 헤어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은 그 동안 총선 관련 보도에 대해 "언론이 총선국면을 양강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김영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끔 "언론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편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오후 KBS와 MBC, SBS 등 방송 3사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다.

홍사덕 "언론이 불안·혼란 선동... 역풍 있을 것"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후 폭발하고 있는 반대여론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그 책임을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에 돌렸다.

특히 한나라당은 14일 오후 홍사덕 총무를 비롯한 당 3역을 KBS·MBC·SBS 등 방송 3사에 보내 최근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상임위 차원에서도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이날 낮 예정에 없이 기자실을 방문해 "우리가 심하다고 말하기 전에 KBS 등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어제 오후부터 듣고 있다"며 "그것이야말로 역풍이 자연발생적으로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총무는 "(탄핵안) 가결 후 국민들의 정서상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특히 영향력 있는 매체가 어제 그제 거의 선동적으로 촛불시위 장소를 알려내거나 존재하지 않는 불안에 대해서 계속 방송할 때는 그 폭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총무는 "앞으로 4년을 지난 1년처럼 국가 운영을 해 나가게 되면 대한민국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과 고건 대행 체제가 국민에게 수일 내에 안정감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탄핵안 강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홍 총무는 또 "이미 4반세기 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권좌를 비우게 됐을 때 흔들림 없이 국가를 이끌어 간 역량, 특히 성숙된 국민적 역량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불안과 혼란을 선동해도 바로 극복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그래서 해야 할 일은 하자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사덕 총무는 이날 오후 KBS를 방문해 탄핵안 가결 이후 방송 내용에 대해 강하게 항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상득 사무총장은 MBC를,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SBS를 각각 항의 방문한다.

또한 한나라당은 오는 16일 3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18일 고건 대행의 시정연설을 듣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등 상임위 차원에서 KBS 등 방송사에 대한 강한 압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홍 총무는 "임시국회 상임위는 일단 고흥길 의원에게 문화관광위원회만 열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의 국정 혼란을 막고 고건 대행 체제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임시국회가 필요하다'는 당초 명분과는 달리, 3월 임시국회는 초반부터 탄핵안 가결을 둘러싼 야당의 방송 압박 및 정당성 논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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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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