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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을 앓고 있는 울산 약수초등학교 4학년 나지원군.
뇌종양을 앓고 있는 울산 약수초등학교 4학년 나지원군. ⓒ 김정숙
늘 앉아서 지내는 11살 지원이(울산 약수초등학교 4).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신마비 증세로 걷지 못해 엉덩이로 겨우 밀고 다닌다. 심한 구토로 먹는 것도 여의치 않고 가끔 경기를 일으켜 의식을 잃기도 해 지원이 어머니는 한 순간도 아이 곁을 떠날 수가 없다.

지원이의 병은 '뇌종양 수모 세포종'. 지원이가 2학년이던 재작년 7월, 구토와 고열 증세로 쓰러져 급히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서는 뇌수막염이라고 했다.

한 달 가량 치료를 받아도 증세는 호전되지 않고 자꾸 악화되기만 해 부산동아대병원을 찾았다. 거기서 '뇌종양 수모세포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병명을 확인했다. 10시간이 넘는 종양제거수술을 받았지만 그 때부터 지원이는 말과 걸음을 잃고 지난해 3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판정 받았다.

"수술 후에는 전혀 말을 못했지요. 지금은 어눌하게나마 몇 마디 할 수 있지만 의사표현이 제대로 안돼 갓난아이와 다름이 없습니다."

지원이 어머니 석미정(32·울산 북구 중산동)씨는 아이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하며 산다. 소아암 병동에 있으면서 병이 다시 재발해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들을 봐왔기 때문이다.

지원이 병은 완치가 될지도 불투명하고 더군다나 재수술은 위험 부담이 커 2년 가까이 항암치료에만 의존하고 있다. 독한 항암치료 때문에 지원이는 머리가 다 빠졌고, 면역력도 극도로 떨어져 밤에도 마스크를 쓰고 잔다. 지원이 아버지 나윤권(36)씨는 퇴근 후 혹시 나쁜 균이라도 옮길까봐 현관 앞에서 옷을 다 벗고 완전히 씻은 후에야 아이를 들여다본단다.

지난해 지원이가 있는 소아암 병동을 찾은 연예인들 가운데 조인성과 기념촬영하며 즐거워하는 지원이.
지난해 지원이가 있는 소아암 병동을 찾은 연예인들 가운데 조인성과 기념촬영하며 즐거워하는 지원이. ⓒ 김정숙
아들의 고통 앞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부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 앞에서 또다시 절망한다. 지원이에게 지금까지 들어간 병원비만해도 2000만원이 넘는다.

재작년에 의료급여특례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3~6개월마다 200만원 가까이 들여받아야 하는 뇌MRI와 전신MRI 검사비 등 비급여 부분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비가 들어갈지 막막할 따름이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지원이 아버지는 수입이 일정치 않은데다 그나마도 박봉이어서 지원이에게 들어갈 치료비는 물론 당장 온 식구 생활하기도 빠듯한 형편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들어간 병원비로 인해 1500만원이 넘는 빚까지 있어 더 이상 은행에 융자도 받을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건강했을 때 지원이는 동생을 누구보다 잘 돌보는 형이기도 했다.
건강했을 때 지원이는 동생을 누구보다 잘 돌보는 형이기도 했다. ⓒ 김정숙
이런 상황에서 지원이 어머니는 어떻게든 부업이라도 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지원이 때문에 한 달에 대부분은 병원에 붙박이 신세로 있어야 하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동생 지찬이(7)도 돌봐야 하는 탓에 숨 돌릴 틈조차 없다. 형이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집에 홀로 둘 수 없어 부산의 외가에 맡겨지는 지찬이도 학교에 결석하는 날이 더 많다.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한국사회복지협회 새생명지원센터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각각 400만원과 300만원을 지원했고, 지원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과 울산 북구 농소2동 자생단체 회원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전달했지만 지원이를 치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원이 어머니 석씨는 "MRI검사로도 종양을 완전히 찾아낼 수 없어 앞으로 재발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암담하기만 할 뿐"이라며 "지금으로선 제대로 걷고 말하기라도 한다면 하늘에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문의전화 (052)219-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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