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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개정 집시법의 문제점과 시민불복종 운동' 토론회
10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개정 집시법의 문제점과 시민불복종 운동' 토론회 ⓒ 이정은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을 비롯한 8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개악 집시법(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대응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10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정 집시법의 문제점과 시민 불복종 운동’ 토론회를 열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의 발제에 이어 안영도 민변법률지원단장, 한겨레 황준범 기자, 박성희 민주화실천가족운동연합회 간사, 강철웅 민주노총조직쟁의실장의 토론으로 약 3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현행 집시법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악법”

권두섭 변호사는 발제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가지는 의미, 개정안의 입법 절차적 문제점, 개정 집시법의 문제점과 경찰당국에 의한 침해현실을 지적하고 집시법 개정의 방향을 제시했다.

권 변호사는 현행 헌법 제21조 제2항(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을 언급하며, “현행 집시법은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악법”이라고 말했다.

행자위(행정자치위원회) 입법은 의원들의 개별적인 발의에 의해 이뤄지도록 되어 있으나, 작년 11월의 집시법 개정안은 의원들이 개별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경찰의 의견을 통합해 ‘위원회’ 안으로 마련되었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의원입법안들은 수개월간 국회 사이트 등을 통해 공표되는 데 반해, 개정안에 반영된 경찰청의 의견은 상대적으로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적어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개정안 내용을 파악하기조차 힘들었다는 것.

결국 집시법 개정안은 형식적으로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대안으로 제출하는 입법절차를 거쳤으나, 실제는 경찰청이 의견제시라는 형태로 개입하여 사실상 경찰의 의견 내용대로 입법되었다. 게다가 그 내용이 비밀에 부쳐져 채 하루 이틀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찰의 의견이 반영된 개정안이다 보니 법 자체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은 소음규제기준을 주간 80dB 이하, 야간은 70dB 이하, 학교·주거지역 주변은 주간과 야간에 각각 65dB, 60dB 이하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가 60dB임을 감안하면 개정안은 육성으로만 집회하라는 결론이 된다.

또한 폭력시위를 이유로 동일 목적의 시위는 모두 금지한다는 조항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이는 아예 시위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으로 “명백히 폭력 시위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이를 금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이전 동일 목적의 집회가 폭력집회가 되었다고 하여 다음 집회 역시 폭력집회가 될 것이라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집시법은 개정이 아니라 폐기돼야”

한상희 교수는 두 번째 발제에서 ‘개정 집시법과 시민불복종’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개정 집시법은 국민들이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시민권적 권리(citizenship)를 박탈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집회와 시위를 잠재적 범죄로 파악하고 있는 증거”라며, “현행 집시법은 개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집시법의 두 가지 중대한 문제점으로 “헌법이 제21조 2항에서 ‘집회 참가의 자유에는 허가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라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가 없으면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는 현행 집시법은 실질적인 허가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지성의 성격을 지니는 집회와 시위는 획일화된 기준인 중앙정부가 장악하는 법률 하에 둘 것이 아니라 지역적 조례로써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시민불복종의 요건으로 ▲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행위가 의식적인 법위반 행위로 나타날 것 ▲ 공공성을 띨 것 ▲ 비폭력행위일 것 ▲ 정치적·도덕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일 것 ▲ 중대한 불법에 항의하는 행위일 것 ▲ 항의수단이 그 목적과의 관계에서 상당성을 지닐 것을 들고, “현행의 집시법은 시민불복종의 주된 타깃이 된다”며 “시민불복종으로 집시법의 오류에 항거하자”고 주장했다.

이어진 참가자들의 토론에서 안영도 변호사는 “나 역시 한 교수의 주장에 찬성한다”며 집시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과거 일본은 공안조례라는 지방조례로 집회와 시위를 규제하였으나 현재는 공안조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며 법률로 집회와 시위를 규제하는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은 우리와 집회와 시위를 보는 기본적 각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는 작년 집시법 개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집시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경찰 측과의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로서 앞으로 경찰 측의 움직임을 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집시법에 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중요”

박성희 간사는 “집회 신고를 담당하던 담당자로서 느끼는 부당성을 얘기하고 싶다”며 “집회 및 시위 신청은 직접적인 서류제출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집회 신청으로 경찰서에 갈 때마다 그것이 정당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불법행위를 하는 것 같은 자괴감이 들었다”고 심경을 털어 놓았다.

박 간사는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은 집시법 불복종운동의 의미로 지난 1월부터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매주 목요집회를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경찰서로부터 4차례 경고장이 날아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집시법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지난 대선 희망돼지모금의 개념으로 집회 및 시위 전 국민 벌금대납운동, 재판과정 비용도 국민들과 함께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며 “민가협의 불복종 목요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 강철웅 실장은 “민주노총 가맹노조 중 집회 및 시위를 통해 풀려고 하는 노조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를 풀려고 집회 및 시위를 시도하다가 혹을 더 붙이게 될 수 있어 고민”이라고 밝히고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집시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어겨서라도 깨뜨리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대응방안으로 ▲ 집회신고는 종전대로 하되, 개악된 집시법에 따른 부당한 시정명령은 거부하고 ▲ 조직 내부에서 집시법의 문제점에 대한 공유를 넓히기 위해 단위노조 간부교육을 실시하며 ▲ 집시법 개악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조직 내 공감대가 커짐에 따라 불복종운동의 강도를 높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자 박래군씨는 “아직은 모든 계획이 세워진 것은 아니”라며 “연석회의는 4월 총선 때까지 불복종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86개 단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적절한 운동 수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앞으로 주요도로행진, 자체적 집시법 제정, 법률 지원단 구성 등으로 4월 이후부터 불복종운동의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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