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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 고문은 지난 15대  총선 당시 정읍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서 국민회의 후보였던 윤철상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김원기 고문은 지난 15대 총선 당시 정읍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서 국민회의 후보였던 윤철상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신당 창당에 따른 '분당' 때마다 이 두 의원의 행보는 엇갈렸다.

98년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당시, 김 고문은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잔류'했고, 윤 의원은 국민회의로 '신당행'을 선택했다. 당시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윤 의원은 총 3만9329표(특표율 52.6%)를 획득했고 김 고문은 2만891표(28.0%)에 그쳤다.

이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두 의원은 새천년민주당에 다시 '합류'하면서 김 고문은 지역구로, 윤 의원은 전국구의원으로 여의도에 동반 입성했다.

그러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두 의원은 우리당 창당과 관련 '잔류'와 '신당행'으로 소속을 달리해 8년만에 지역구 자리를 놓고 재대결을 벌이고 있다.

김 고문은 '노무현의 정치스승'이라는 별칭을 가질 만큼 참여정부 실세 중 한 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가깝고 여권 유력 정치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소위 '여당 프리미엄'론으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반면 윤 의원은 김 고문에 대해 'DJ-민주당 배신론'을 입으로 전하며 민주당의 정통성을 앞세우면서 '지역산업을 챙겨왔다'는 점을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당선1번지"...우리당 "이미 끝났다"

김 고문과 윤 의원은 지난 1월부터 1000명∼2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의정보고회와 동별·면별 소규모 의정보고회 개최를 통해 지역 예산확보 성과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두 의원 모두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중앙의 정치적 현안이 없는 한 일주일에 최소 3일∼4일 동안을 정읍에 머물며 민심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두 현역 의원간 대결에 대해 윤 의원이 '백중우세'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우리당 모두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읍의 총선 민심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상은 민주당 전북도지부 부대변인은 "정읍은 (민주당)당선 1번지"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15대 선거에서 맞대결해 월등하게 앞섰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그동안 지역구 관리를 잘해왔고 김 의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지역 예산를 확보해 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윤철상 의원은 8년만에 김원기 고문과 정읍에서 맞대결을 하게됐다.
윤철상 의원은 8년만에 김원기 고문과 정읍에서 맞대결을 하게됐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 부대변인은 "(우리당이)'꼬마민주당'과 지금의 상황과 같다고 할 수 있다"면서 "지지자가 분산되기보다는 기존 민주당 지지자들이 뭉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당의 전북지지세'에 대해 "노 대통령 불법자금 등으로 열린우리당에 정서적 거부감이 있고 침묵하는 사람들은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당 역시 "이미 선거는 끝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노훈 우리당 전북도지부 사무처장은 "지난해 말까지 김 고문이 뒤처졌지만 최근 여론의 동향은 앞서는 것으로 돌아섰다"며 "16대 활동을 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확보를 상당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원기가 있어야 지역산업이 발전하고 예산을 많이 따올 수 있다는 논리가 먹히고 있다"면서 "정치적 무게감에서 윤 의원과 비교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DJ때나 윤철상이고 최재승"이라고 덧붙였다.

"DJ때 윤철상이지"..."침묵하는 사람들 민주당 지지"

양당의 정읍지구당 관계자들도 '지역 예산확보 성과'를 두고 경쟁을 벌이며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도지부 관계자들에 비해 다소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당 정읍지구당 한 관계자는 "근본적인 정서는 정읍의 발전에 있고 노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있지만 정국안정을 원하고 있다"면서 "가장 명분 있는 후보는 김 고문이다"고 말했다. 15대 총선 패배에 대해 "막판에 지역감정과 DJ정서가 작용한 결과다. 17대에는 정치 상황이 달라져 그렇지 않을 것이다"면서 "조심스럽게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반면 민주당지구당 김모씨는 "8년 동안의 의정활동에서 보여준 지역산업 육성과 예산유치 성과, 준비된 사업안을 가지고 파고들 것이다"며 "15대처럼 최선을 다하면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인물 중심'으로 가면 젊은 윤 의원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할 것은 아니지만 여론이 좋다"고만 말했다.

이번 정읍선거에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세대교체론, 여타의 후보군의 득표력,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DJ의 잔영, 중앙 정치권의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인물론 부상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표면적인 조직세로는 김 고문이 우세하게 보인다. 유성엽 정읍시장은 지난해 10월 이미 신당행을 선택해 김 고문을 후원하고 있고, 실질적인 선거조직 관리자라 할 수 있는 시의원 19명의 분포가 우리당 10명, 민주당 7명, 민노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앙 언론사 기자는 "DJ라는 변수가 작용할 수 있지만 이전보다는 덜할 것"이라며 "아마도 조직 대 조직 싸움이 될 것인데 윤 의원이 지역구 관리와 지지기반이 있다"고 말했다.

인물론이 부상할 경우 5선의 관록이냐, 2선의 젊은 의원이냐를 두고 민심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지역발전과 예산확보 성과, 향후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포함될 것이다.

여기에 '서해종합건설'과 '우리당 창당자금'이라는 불법자금과 관련된 김 고문에 대해 정읍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8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중간발표 결과 김 고문은 '무혐의' 처리돼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위기를 맞았던 김 고문측은 당분간 이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당원과 지역민을 만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창당과 분당, '잔류'와 '신당행'. 두 현역 의원간의 8년만의 재대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다.

정읍 명동의류 4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정읍 사람들. 이들이 17대 총선에서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다.
정읍 명동의류 4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정읍 사람들. 이들이 17대 총선에서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정치권 달아오르는데... 민심은 아직 '냉담'
맘 정하지 못한 표심, "당 필요없다...인물 볼 것"

투표는 '뚜껑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그만큼 곳곳에 변수가 놓여 있고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일 게다. 정읍의 두 현역의원간 대결은 더욱 그렇다. 총선에 대한 정읍 민심은 냉랭했다. 정읍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맨날 돈이나 먹고 무슨 놈의 정치냐"는 반응이었다.

총선에 대한 정읍 민심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거부감, 무관심 등으로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정읍시 중심가 명동 의류 4거리에서 만난 70세의 할아버지나 배장은(37)씨는 "민주당이고 우리당이고 뭐 다른 것 같지도 않다"며 "서민 경제는 망할 징조를 보이는데 정파싸움에 자신들 배만 채우고 있다. 선거 안하겠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오동(62)씨는 "옛날 같으면 이 맘때 당이고 후보고 누구 지지한다고들 말하는데 아직 마음들을 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당보다는 먹고살게 해주는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한모(46)씨는 "지역을 위해서는 노 대통령과 가깝고 여당에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사람들은 김원기를 미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김원기는 5선인가 해서 더 젊은 정치인이 되기를 원하는 분들은 윤철상을 말한다"고 전했다.

중앙로에서 미장원을 하는 서모(39)씨는 "우리당이 낫다고 이야기하는데 정읍은 그렇지 않을 걸요"라고 윤 의원의 우세를 점치면서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사람이 많다"고 나름의 배경을 제시했다.

오제태(78)씨는 "강력한 여당을 가져야 한다"면서 "누구를 찍을지 갈팡질팡하는데 정동영이 어느 정도 살리느냐를 저울질 하고 있다"고 우리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주차장을 운영하는 주모(50)씨는 "윤철상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에 대해서 아직 그렇다할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지만 분당이 썩 좋게 생각이 안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사실 당만 보고 찍었다"며 "그때는 한나라당이 제일 많고 DJ가 있어서 당만 보고 찍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면서 우리당이 기대하는 '전략적 투표'나 민주당이 바라는 'DJ정서'에 의한 투표가 사그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현의 정치스승이냐', 'DJ맨이냐'. 그 선택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민심은 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한 드러나지 않은 '속내'를 어느 누가 더 선점하느냐가 총선승리를 거머지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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