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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영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 서산대사

100년만에 폭설이 대한민국을 뒤덮었습니다. 우리 동네 뒷동산에도 밤새 눈꽃이 폈습니다. 눈 덮인 산길엔 오르는 사람이 없어 발자국 한 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산을 오르면 그 발자국을 뒷사람이 따라올 것입니다.

선장이 뱃길을 잡지 못하면 평온한 바다라도 뭍에 닫기 힘들고, 선장이 갈 길을 안다면 험난한 파도에서도 뭍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정치인들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온통 하얀색이라 깨끗해 보였습니다.그러나 민초들의 삶은 정반대로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높은 실업률, 늘어나는 범죄, 어려워지는 살림살이, 불안한 정치까지.

처마밑에 쌓인 눈이 언제 떨어질지 몰라 위태롭게 보입니다. 눈이 적당히 왔으면 춘삼월 마지막 오는 눈을 즐겼으렸만 너무 많이 오다보니 도로도 막히고, 미끄러워 다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하늘이 주는 벌이니 달게 받겠다만은 웬지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위태로우니 그들에게로 원망이 갑니다.

100년만에 폭설이 왔다는데 앞으로 또 이같은 폭설이 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폭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의 100년을 바꿀 수 있는 발판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이번에 길을 제대로 잡으면 앞으로의 100년이 평온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또 괴로움속에 원망만 늘어갈 것입니다.

이번 폭설이 지나온 길을 덮어줘 우리가 가야 할 새 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라면, 4월 15일 우리가 던진 한 표가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100년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봅니다.

우리집 뒷동산에 하얀 눈꽃이 피었습니다.
우리집 뒷동산에 하얀 눈꽃이 피었습니다. ⓒ 강우영

까치집도 쌓인눈에 위태로워 보입니다.
까치집도 쌓인눈에 위태로워 보입니다. ⓒ 강우영

처마에 걸친 하얀눈이 소담스러 보입니다.
처마에 걸친 하얀눈이 소담스러 보입니다. ⓒ 강우영

춘삼월 경칩에 개구리는 보이지 않고...
춘삼월 경칩에 개구리는 보이지 않고... ⓒ 강우영

하얀 정적만이 남았습니다.
하얀 정적만이 남았습니다. ⓒ 강우영

덧붙이는 글 | 관악인터넷신문 이퀄진(www.equalzine.com)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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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공부하는 정치에 관심많은 사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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