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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여성계가 해결해야 할 호주제폐지 등의 과제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3.8여성대회 모습.
성매매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여성계가 해결해야 할 호주제폐지 등의 과제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3.8여성대회 모습. ⓒ 우먼타임스 김희수
성매매 알선업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취지가 담긴 ‘성매매 알선 등 행위 처벌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이 16대 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2일 열린 본회의에서 참석 의원 174명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여성단체의 의견을 토대로 2002년 조배숙 전 의원(열린우리당) 외 86명의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된 지 1년 6개월 만의 성과이다. 이에 따라 1961년 제정된 뒤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원성을 샀던 ‘윤락행위방지법’이 43년 만에 폐지됐다.

‘성매매 알선 처벌법’과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은 6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9월부터 효력을 갖게 된다. 성매매 관련법은 성매매와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국가 형벌권을 발동하도록 하는 처벌법과 성매매 피해자와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를 대상으로 성매매에서 벗어나게 하고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행정작용을 규정한 보호법으로 분리돼 만들어졌다.

조 전 의원은 “새로 제정된 법이 기존 법과 가장 다른 점은 성매매 행위를 알선하거나 강요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라며 “그동안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낙인찍었던 ‘윤락’이란 용어 대신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성매매’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서 법적으로 의식적으로 자리잡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3년 만의 성과... 강력 처벌

ⓒ 우먼타임스
‘성매매 알선 처벌법’은 법무부에서 관리 감독하며, 성매매를 알선, 성을 팔 사람 모집, 성을 파는 사람에게 직업 소개 등의 행위를 한 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을 팔도록 한 자에게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성매매 알선자와 성을 판 사람간의 채권계약은 무효가 되며 강요에 의해 성을 판 사람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성부가 관리 감독하는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은 ▲초·중·고등학교장의 성매매 예방교육 실시 의무화 ▲일반 지원시설, 청소년 지원시설, 외국인여성 지원시설로 분류해 입소자 관리 ▲의료보험급여 해당 제외 질병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 ▲성매매 피해상담소의 긴급 구조시 경찰 동행 요청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은 “이 법안의 통과로 그동안 성매매를 양자 관계로 보았던 것을 알선업자가 존재하는 3자 관계로 해석하게 됨으로써 성매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성매매 피해자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 확대되고 있는 사회적 추세와 맞물려 성매매 인식의 획기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일제히 발표하며 “외면당했던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부조직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보육 업무는 6월부터 여성부로 이관된다.

윤락->성매매로 개념전환…피해자 인권보호 강화

“이 법은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윤락행위를 방지하고 윤락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자를 선도함을 목적으로 한다.”(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 제정 목적)

“이 법은 성매매 및 이를 알선하거나 강요하는 행위,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등을 근절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2004년 제정된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 제정 목적)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법제화 되기까지 무려 43년이 걸렸다. 성매매 관련법들이 새롭게 제정됨에 따라 ‘윤락녀’ ‘매춘부’라는 단어는 ‘성매매 피해자’란 말로 대체된다.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은 새로 제정된 법의 내용에 대해 ▲인신매매 성매매 피해자의 의미를 국제 수준으로 제고 ▲성매매 피해자를 형사처벌에서 제외 ▲성매매 피해여성들뿐 아니라 성매매 관련 내부 고발자도 보호 ▲채권 무효 범위 확대 ▲선불금 악용 포주를 고소할 때 피해여성 보호 ▲성 착취 성매매 강요행위 처벌 강화 ▲범죄단체 구성시 가중처벌 ▲단순 성매매 관련자 보호처분 원칙 ▲성매매 알선으로 얻은 이익 전액 몰수 추징 ▲성(性)파라치 보상 등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관련 법안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법’과 ‘성매매 피해 방지 및 보호법’으로 나누어 이전과 바뀐 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법

2002년 1월 군산의 대표적인 유흥가 개복동에서 일어난 화재로 성매매 피해 여성 14명이 숨졌다.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은 사회장으로 치러졌다.
2002년 1월 군산의 대표적인 유흥가 개복동에서 일어난 화재로 성매매 피해 여성 14명이 숨졌다.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은 사회장으로 치러졌다. ⓒ 우먼타임스
이 법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해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장소 제공 등 성매매 알선 행위를 한 경우,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모집하는 경우, 성을 파는 사람에게 직업을 소개하는 경우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대가를 받은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한 사람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업무·고용 관계로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마약 등을 사용해 성을 팔게 하거나 범죄단체를 구성해 인신매매를 한 범죄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했다.

특히 성매매 알선 행위를 한 사람이 성을 파는 행위를 했거나 할 사람에게 가지는 채권은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이며 그 채권을 양도하거나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도 무효 처리된다. 성매매 관련 광고물을 제작, 공급하거나 광고를 게재한 사람들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폭력조직에 의한 집단 성매매 관련 범죄를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람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성매매 강요, 마약중독, 인신매매 등에 의해 성매매를 했거나, 성매매자가 청소년인 경우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돼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일반적인 성매매자의 경우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호사건‘으로 분류돼 경미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성매매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이 법원과 검찰의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친인척 등의 동석을 허용하기로 했다.

단순 성매매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된다.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

성매매 행위를 방지하고 성매매된 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시설 및 상담소 설치 및 운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의 의사에 따라 입소하게 하고 의료비 지원, 취업교육, 법률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성매매 행위 및 알선 행위의 장소로 제공된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했다.

성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지원시설, 청소년 전담시설, 외국인 전용시설, 자활지원센터를 설립하도록 했으며 성매매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립 지원을 위해 성매매 피해상담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질병 치료비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지원시설에 입소할 경우 6개월 동안 숙식을 제공받으며 자립을 지원받을 수 있다. 청소년 전담시설 입소 기간은 기존의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되고 입소자들에게 진학을 위한 교육이 제공된다. 성매매 피해 외국인 여성은 법 제정에 따라 새로 설립되는 외국인 전용시설에서 3개월까지 숙식을 제공받으며 귀국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여성이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될 경우 불기소 처분 또는 공소 제기 전까지 강제 출국시키지 않도록 했다. 또 성매매 피해자를 긴급하게 구조할 필요가 있을 때 관할 경찰서 수사관의 동행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성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정립과 성매매 방지를 위해 초중고등학교장들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성매매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군산화재사건 현장방문 충격, 윤락행위방지법 통감”
[인터뷰] 성매매관련법 발의 조배숙 전 의원

“2년 전 군산 개복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성매매 피해여성 14명이 숨졌다. 현장을 방문한 뒤 인간이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 분노했다. 비참하게 죽어간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군산 화재 사건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희미해질 무렵인 2002년 9월, 당시 민주당 전국구 의원이었던 조배숙 전 의원(열린우리당)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발의한 지 1년 6개월만에 몇 차례 수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안 통과 뉴스를 들었을 때 군산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한 평짜리 쪽방에 갇혀 성매매 행위를 강요받고 있을 때, 그 여성들을 고용한 포주는 BMW 승용차를 타고 경찰서를 방문해 그들에게 술자리 향연을 베풀었다. 사람들은 경찰을 민중의 ‘곰팡이’라고 불렀다.”

조 전 의원은 당시 사건 조사를 하면서 윤락행위방지법의 문제를 통감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했다.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성매매 알선 행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성매매와 관련해 외국에서는 매우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매매 피해여성을 피해자로 보지 않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안을 만들 때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아쉬운 마음도 있다.”

조 전 의원은 성매매 관련법안 상정을 위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지난해 12월 정기 국회가 끝날 때까지 탈당을 연기했다.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 신분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이 분당이 될 때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성매매 관련법이 법사위에 회부될 때까지는 의원직 신분이 필요했다. 내가 발의한 법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 몇 달간은 참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전국구 의원이면서 당을 떠나겠다고 입장을 밝힌 이상 민주당 지도부에게 조 전 의원은 ‘눈엣가시’ 같은 불편한 존재였다.

지난해 말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의원직을 상실한 조 전 의원은 현재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열린우리당의 단수 후보로 확정돼 17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 임현선

“통과법안 수정 많아 아쉬워”
[법제정 숨은 공로자 I] 이강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너무 기쁘다.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죽어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희생이 이 법을 만들었다.”

2001년부터 성매매 관련법의 입법 청원운동을 벌여온 이강실 대표는 성매매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순간,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2000년 군산 대명동의 유흥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두 4명의 성매매피해 여성이 숨졌다. 이 사건은 지역 여성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강실 대표를 비롯해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2001년 8개월 간 20여 회 법 전문가 모임을 열며 성매매 알선 처벌법과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연구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비참하게 죽어가는 성매매피해 여성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2001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입법청원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지만 당시엔 법제정이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입법운동이 힘이 빠지고 있을 때 2002년 1월 29일 군산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개복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14명의 성매매피해 여성들이 숨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로인해 주춤했던 성매매 관련 입법청원운동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 원안에서 수정된 부분이 많아 아쉽다”며 “앞으로 성매매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임현선

“국제수준 처벌법 강화에 의의”
[법제정 숨은 공로자 II]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

지난해 12월 ‘성매매알선 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이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한 뒤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은 일주일에 2∼3회씩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녔다.

정 국장은 “국회의원들의 성매매 인식 정도가 매우 낮은 상태였다”면서 “성매매를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법안 통과를 위한 설득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성매매를 단순한 애정 관계로 보는 의원들도 다수였고 자신들의 경험을 들먹이며 “성매매가 왜 범죄 행위냐”고 되묻는 의원도 있었다. 그때마다 정 국장은 “성매매 관련법 제정의 목적은 성산업을 유지시키고 확대시킴으로써 돈을 버는 알선업자를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설득해야 했다.

성매매 관련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정국장은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새움터를 방문해 성매매피해 경험을 갖고 있는 여성들과 직접 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번 법제정의 가장 큰 의의는 성매매에 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과 국제적 수준으로 국내 성매매 처벌법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이번 법제정은 민·관 협력을 통한 참여형 입법 모델을 제시한 성공적인 사례라면서 앞으로 6개월간 대국민 홍보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임현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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