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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회원들이 정부의 해사채취 결정에 대해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환경단체회원들이 정부의 해사채취 결정에 대해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은

“불법적인 해사채취 재개결정 철회하고 환경피해 발생시키는 인천 앞바다 해사채취 즉각 중단하라!”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인천해양환경감시단을 비롯한 23개 환경단체 회원들은 4일 오전 10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정부의 해사(바닷모래) 채취 재개 결정에 대한 항의 규탄대회를 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호를 외치는 3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의 표정은 단호했다. 회원들은 정부의 결정에 대응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지역주민들의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2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긴급회의를 통해 인천 앞바다의 모래채취를 3일부터 재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과 인천 주민들은 이런 정부의 결정이 인천 앞바다는 물론 서해안 일대의 해양생태계를 훼손시키고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반박하고 있다.

1984년부터 시작된 인천 앞바다의 모래채취는 20년 동안 무려 10배나 증가하며 수산자원의 고갈과 해저지형의 변화, 연안의 침식, 주민의 생업을 위협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시켜왔다.

해사가 집중적으로 채취된 덕적면과 자월면 등 경기만 남부해역의 어획량은 비해사채취 지역에 비해 2배 이상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서포리 해수욕장에서는 모래와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했던 소나무 숲이 빠져나가는 모래를 견디다 못해 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무너지는 등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주민 허선규(42·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씨는 이 날 규탄대회에서 “해수욕장의 많은 모래가 씻겨 내려가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야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허씨는 “정부가 해사 채취로 인한 문제는 조사하지도 않고 확실한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하며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주민 정규헌(45·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씨 역시 “해사채취로 인해 주변 경관이 파괴되어 관광유치를 못하고 있다”며 “어민들이 힘을 모아 선상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어민의 소리를 받아들여서 섬 자체를 보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날 집회에 참여한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해사 채취는 우리나라 전 해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단지 옹진군에서 심화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누적환경영향평가법을 어겨가며 개발업자 손을 들어주고 어민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일, 2001년 7월 이후 사업이 허가된 해사채취 광구에서 한 해사업체가 50만㎥를 초과해 모래를 캘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결정했다. 따라서 한 업체가 한 광구에서 50㎥ 이하의 모래를 채취하고 다른 광구로 옮겨 다시 모래를 채취하면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된다.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정부의 발표(2001년 7월 1일 이후의 신규사업허가에 대해서만 누적환경영향평가 실시)는 환경영향평가법의 기본개념과 취지를 망각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누적환경영향평가제도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정책이며, 환경영향평가법을 명백히 위반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의 불법적인 골재채취 재개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대응은 물론 인천 앞바다의 모래채취 재개를 취소하고 허가를 중단할 때까지 정부를 상대로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 밝혔다.

환경단체 성명서 전문

1. 정부는 2일 오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8개 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통해 인천 앞바다의 모래채취를 3일부터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2. 현재 인천 옹진군 앞바다는 무분별한 해사채취로 인해 극심한 생태계 파괴와 어족자원 고갈, 자연경관 훼손이라는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의 허점,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유기, 국가의 무책임한 정책이 낳은 합작품이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채취면적이 25만㎡ 이상이거나 채취량이 50만㎥ 이상인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옹진군에서 2000만㎥ 이상의 양이 집중적으로 채취되는 상황을 볼 때 환경영향평가가 당연히 실시되어야 하지만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

3. 최근 옹진군은 환경영향평가법의 ‘해안선 10Km 이내’ 규정과 “누적환경영향평가 적용시점논란”에 대해 환경부와 건교부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리자 해사채취를 금지했다.

그러나 2일 정부는 긴급회의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누적환경영향평가’의 적용시점을 환경·교통 ·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이하 통합법)이 시행(2001년 7월 1일)된 이후로 최종 결론지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적용 대상시점을 통합법 시행과 관계없이 최초 채취 허가가 나간 시점을 기준으로 채취량을 합산해야 한다는 환경부 종전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 법의 근본취지를 무시한 결정이다.

4. 그러면서 4가지의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또한 실효성이 부족하다. “순환골재사용 확대”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지원책 및 세부 법제도의 정비)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고, “환경영향평가 최대한 단축”은 통상 4계절을 조사하여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정부 스스로 앞장서서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이고, “환경영향평가를 개별 사업별 평가에서 권역별 평가를 시행하겠다”는 입장도 환경영향평가의 시행주체와 권역은 실제 일체하지 않는 현실을 무시한 구체성이 없는 대책이다. 또한 “관련법 중복절차 간소화” 대책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입장 차이로 쉽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책 방안은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5. 한국골재협회 인천지부의 연구보고를 토대로 인천 앞바다를 포함한 경기만의 부존량을 볼 때 해사채취사업은 길어야 20년 안팎이면 한계에 부딪힌다는 분석이다. 이는 비단 해사 뿐만 아니라 하천과 산림 등 모든 천연 골재(콘크리트나 모르타르에 쓰이는 모래나 자갈)에 해당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개발 가능한 국내 골재 부존량은 55억㎥. 지난 해 2억4천㎥의 골재 소요량을 감안하면 30년 뒤에는 천연골재가 바닥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지금까지 정부는 해사채취에 따른 문제제기에 대해 ‘골재파동’을 빌리로 ‘그럼 대안이 무엇이냐’고 되묻고 있다.

6. 무분별한 해사채취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를 막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채취 휴식년제 구역별 총량제, 재생골재 사용, 대채광구 확보, 제3국의 모래 수입 등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고 구체화시켜야 한다. 특히 건설폐자재의 80% 이상을 재활용하는 일본의 사례를 교훈삼아 재생골재의 사용 확대를 위한 지원과 생산설비의 확충에 조속히 힘을 쏟아야 한다.

한번 파괴된 해양이 다시 복원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린다. 단기간의 골재값 상승을 염려하여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해양환경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해사채취를 재개한다면 채취료로 164억원을 걷어 들인 뒤 연안 침식에 따른 복구비로 531억원을 투입해야 했던 전남 신안군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7. 이에 우리는 해양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 인천 앞바다 해사채취는 즉각 중단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민관이 참여하는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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