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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 소위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유시민 우리당 의원.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 소위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유시민 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 정개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19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를 IMF 이전 수준인 299명으로 회복하고 여성전용구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정개특위 파행 타개책을 개인적으로 제안 할 것인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 글에서 "현재 정개특위 문제의 핵심은 지역구 증구인데, 지금 야3당의 관심은 오직 지역구를 늘리고 기득권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주장하며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 지역구 늘리기에 반대해 왔으나 야당을 설득할 수도 없고, 밀어붙일 힘도 없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합의처리를 주장하면서 정개특위를 지연시키는 것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유 의원은 "만약 총원 273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 증가를 수용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여성의 국회진출 통로가 더욱 좁아진다는 문제가 있다"며 "열린우리당 당론은 의원정수 동결이고, (이를 뒤집어) 의원정수를 늘린다면 언론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선거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혼란·파국을 막기 위해 의원 정수 확대를 개인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이 타개책으로 제시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구 상하한을 10만 5천과 31만 5천으로 하되 불가피하게 증가하는 지역구의 수는 최대 9석으로 한다.

▲국회의원 정수를 IMF 이전 수준인 299명(지역구 236, 비례대표 63, 여성 50% 할당)으로 한다.

▲여성전용구는 설치하지 않는다.

다음은 유 의원이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 전문.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 국회 정개특위 파산 위기에 대한 긴급 보고

열린우리당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러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유시민입니다.

오늘이 이미 한 차례 활동기간을 연장한 정개특위 활동시한의 마지막 날입니다. 의원 정수 문제에 막혀 시계 제로의 위험에 처한 국회 정개특위의 상황에 대해서 긴급 보고를 드립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국회 정개특위는 지난 한 달 동안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모든 영역에서 지구당을 폐지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획기적인 개정법률안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도 후보등록을 불과 40여일 앞둔 오늘까지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정수 논란에 막혀 이것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처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조차 허용하지 않는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지역구 증구 문제입니다. 지금 야3당 정개특위 위원들의 관심은 오직 한 가지, 지역구를 늘리는 것뿐입니다.

현행 선거구 구역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하려면 아주 간단합니다. 약 4800만의 인구를 분자로 하고 선거구 227을 분모로 해서 선거구 평균 인구수를 산출한 다음, 여기에 50%를 가감하여 인구 상하한선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하한은 약 10만7천, 상한은 약 32만 명입니다. 이보다 인구가 많은 선거구는 분구하고 적은 선거구는 폐지하면 됩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그야말로 몽니를 부리는 바람에 얼마 전 정개특위 간사회의와 선거법 소위는 상하한을 조금씩 내린 10만 5천과 31만 5천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경우에 독립 시군구의 읍면동을 떼어서 다른 선거구에 붙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선거법 규정 때문에 지역구 227석을 유지하려면 하한선 아래인 20여개의 선거구를 통폐합한 위에 10만 5천을 넘는 약간 넘는 작은 선거구들도 여러 개 찢어서 통폐합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하면 인구 10만 6천 내외의 두 선거구를 비롯하여 여러 곳이 다시 통폐합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인접 선거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많은 국회의원들이 자기의 기존 선거구 일부를 다른 곳으로 내주고 지금까지 자기 선거구에 들어있지 않던 다른 시군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선거구 획정에 불가피하게 따르는 기득권의 손실입니다. 야3당 정개특위 위원들이 어떻게는 지역구를 늘리려고 하는 것은 기득권이 흔들리는 것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 지역구 늘리기에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야당을 설득할 수도 없고 밀어붙일 힘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합의처리를 주장하면서 정개특위를 지연시키는 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만약 총원 273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 증가를 수용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이 감소하게 됩니다. 야3당은 지역구 증가분만큼 총원을 늘려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6석으로 유지하는 방안에는 합의해줄 태세입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지역구 기득원을 지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당이 여기에 쉽게 동조할 수는 없습니다. 총원 273명을 유지한다는 당론을 번복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총원을 유지한 가운데 지역구 증가를 용인하면 비례대표 의석 감소로 여성의 국회진출 통로가 더욱 좁아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여선전용구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은 '명분 없는 의원 정수 확대 반대'라는 당론을 유지하면서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도모한다는 우리당의 또 다른 당론을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쨌든 국회 정개특위는 총체적 무책임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야당의 주장은 우리당이 반대하고 우리당의 주장은 야당이 반대하기 때문에 어떤 합의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정개특위에서 원내대표에게로 협상을 넘긴다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왕적 총재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총선을 코앞에 둔 터라 국회의원들은 자기 기득권을 위협하는 어떤 당론에도 따르지 않습니다.

예컨대 여성전용구 도입은 우리당, 민주당, 한나라당 선거법 소위 간사들이 당론으로 찬성했지만 어제 정개특위에서 모든 정당 의원들에게 난타당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어제 터진 심각한 내홍에 휩쓸린 탓에 무언가 새로운 당론을 세우기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선거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양보가 불가피합니다. 야당 의원들의 개별적 이익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타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당 지도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신의 폭이 매우 좁습니다. 특히 언론이 정략에 의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야합이라며 우리당까지 싸잡아 비난을 퍼부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당은 지난해 제1기 정개특위에서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례대표를 증원해 총원을 299명으로 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것 역시 밥그릇 지키기이며 정략적 제안이라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우리당은 금년 들어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현원을 동결한다는 당론을 채택한 후 굳건하게 견지해 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원만한 선거법 처리를 위해 지역구 증원을 받아들인다고 할 경우, 언론이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고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 때문에 우리당 지도부는 이런 타협안을 제시하는 데 큰 두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혼란과 파국을 막기 위해 당론과 무관한 개인적 제안을 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인구 상하한을 10만 5천과 31만 5천으로 하되 불가피하게 증가하는 지역구의 수는 최대 9석으로 한다. (이렇게 하면서 정원 273석을 유지할 경우 지역구는 236석, 비례대표는 37석이 됩니다.)

2. 국회의원 정수를 IMF 이전 수준인 299명으로 한다.

3. 여성전용구는 설치하지 않는다. (비례대표가 63석으로 늘어나고 지퍼식 공천을 하면 여성 전국구 의원은 32명이 됩니다. 지역구 당선자를 합하면 현재 정원의 5.9%인 여성 국회의원은 정원의 15%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신인과 예비후보들에게 최소한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열어주는 개정법안을 하루 빨리 실현하고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작업의 전제조건인 선거구를 조속히 획정하게 하려면 오늘 정개특위가 합의를 이루어야만 합니다. 이것은 정개특위 위원 모두의 책무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반박하면서 누구의 책임도 아닌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총체적 무책임 상태를 끝내기 위해 저는 오늘 개인 자격으로, 당론과는 전혀 무관하게, 위 타협책을 정개특위에 제안하려고 합니다. 아직 정개특위 회의 개최 일정이 통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천정배 우리당 정개특위 위원장과 상의해서 회의를 소집토록 요청하겠습니다. 저의 이 계획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2월 19일 오전 9시25분입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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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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