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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남대 근처에 위치한 팔육상회
대전 한남대 근처에 위치한 팔육상회 ⓒ 권윤영
팔육상회? 거리로 나가 간판을 둘러보면 갖가지 영어 이름이 난무한 요즘 세태에 대전 한남대에 위치한 팔육상회는 상호부터가 심상치 않다. 팔육상회는 상호에서 주는 다소 촌스럽고 투박한 느낌 그대로 과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주점이다.

이곳은 40~50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반공 방첩’, ‘몸도 튼튼 맘도 튼튼’, ‘쐬주 삐루 막걸리’ 등이 적힌 외관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면 흡사 70년대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부 인테리어는 70년대 한 시골마을의 읍내를 방불케 한다. 시골의 한 거리를 연상하도록 우체국, 다실, 정미소, 약방, 학교를 독립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어른들에게는 가난하던 그때 그 시절이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르고 대학생들에게는 TV 속에서만 보던 풍경이 새롭게만 다가온다.

여기서는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최신가요는 들을 수 없다. 그 대신 70~80년대에 유행하던 가요가 귓가를 즐겁게 해준다. 요즘 젊은 사람에게도 이름만은 익숙한 송골매의 노래나 초등학교 시절 유행했던 가요들이 흘러나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게 된다. 요즘 인기가요가 아니라 추억의 노래라면 신청곡도 환영이다.

지난해 9월 가게를 오픈한 강대식(31) 사장은 사람들의 향수어린 추억을 찾아주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팔육상회를 착안했다. 가게를 열기 위해 1년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물상은 물론 시골 동네마다 찾아다니며 골동품을 모았다.

옛날 식 난로. 주전자위에는 빨간 글씨로 '방화수'라고 적혀있다.(좌)
나무에 자리잡은 까치집과 걸려있는 연이 이채롭다.(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과 옛날 물가가 적혀있는 장부.(우)
옛날 식 난로. 주전자위에는 빨간 글씨로 '방화수'라고 적혀있다.(좌) 나무에 자리잡은 까치집과 걸려있는 연이 이채롭다.(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과 옛날 물가가 적혀있는 장부.(우)
천장과 벽은 1930년대 신문으로 덮여있고 바닥은 초등학교 때나 볼 수 있었던 나무 바닥이다. 이 역시 시골 폐교를 찾아내 갖고 온 것이다. 테이블과 나무 역시 옛날식 나무로 되어 있다. 70년대 읍내 거리를 재현해 놓은 곳곳에는 촌스러운 포스터가 붙어있는 전봇대나 까치집이 자리 잡은 나무를 찾아 볼 수 있다.

갖가지 아기자기한 소품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옛날 흑백사진이나 박정희, 김종필의 과거 사진, 어린 시절 학교 운동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곤봉들, 시골 마을의 확성기 등이 추억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참기름을 담아 놨던 오래된 소주병은 물론 지붕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고드름이나 커피 150원이라고 적혀 있는 다방 장부, 발행년도가 1969년인 당시 최고 잡지 <주간여성>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생맥주를 담는다.(좌) 옛 추억을 자극하는 간판.(우)
여기에 생맥주를 담는다.(좌) 옛 추억을 자극하는 간판.(우)
생맥주를 시키더라도 요즘 술집에서 볼 수 있는 1700cc 플라스틱 용기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1980년대 소주병이었던 커다란 병에 생맥주를 담아준다. 기본 안주 또한 별 사탕이 든 라면 땅이나 고추장에 마른 멸치 등이 나온다. 새록새록 어린 시절,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

강대식 사장
강대식 사장 ⓒ 권윤영
가게를 열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강대식 사장은 "폐가를 많이 돌아다니고 거기서 갖고 온 물건들이 많아서 혼자서는 도저히 무서워서 가게에 앉아 있지 못하겠다"며 우스개 소리를 건넸다.

그는 가게를 준비하면서 모든 물건을 예사로 보지 않았다. 옛 것이다 싶으면 탐이나 가지고 와야 직성이 풀렸을 정도였다. 바람을 일으켜 곡물에 섞인 겨, 먼지를 벗겨내는 풍구를 구하기 위해서 시골 마을 할아버지에게 막걸리를 뇌물로 사주기도 했다.

"대학가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찾아와 미안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연령대든 환영입니다. 팔육상회가 대전 지역 곳곳은 물론 전국적으로 생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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