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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철거 중인 난곡 7구역.
ⓒ 권기봉
서울 관악구 신림7동. 햇볕이 잘 들어 난초가 무성하게 자랐다고 해 ‘난곡’이라 불리는 곳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60년대 초반 30~40가구에 불과했지만, 68년 도심 미관정화사업을 하면서 갑자기 밀려난 사람들로 한때 2600가구에 총 1만3천여명의 주민에 이르렀던 난곡. 그런 난곡이었지만 지금은 사람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재개발 지구로 확정되면서 이미 철거가 완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그 달동네 ‘난곡’에서 내려오지 않은 이들이 있다. 꿈나무 공부방. 다 허물어진 집들과 널려 있는 쓰레기더미를 지나 을씨년스런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대한주택공사가 지어놓은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빤히 보이는 ‘난곡 7구역’에 꿈나무 공부방이 있다.

지난 91년 7월, 8평짜리 무허가 판잣집에서 처음 문을 연 꿈나무 공부방은 이 지역 아이들의 학교이자 놀이터, 그리고 일하느라 늦게 들어오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역할까지 대신해 주는 공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까지 60명 남짓한 학생들은 방과 후 이곳에 모여 자원 봉사 선생님들로부터 보충 수업을 받고, 서예나 연극 등을 배우고 있다. 또 어떤 날은 종묘나 경복궁으로 답사도 가고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한다.

▲ 곧 비워줘야 할 간이 컨테이너 건물. 이곳에 꿈나무 공부방이 있다.
ⓒ 권기봉
오후 2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는 꿈나무 공부방. 그러나 이들에겐 남모를 고민이 있다.

“3월까지 여기를 비워 줘야 해요. 재개발조합에서는 자꾸 나가라고 하는데, 그저 버티기로 남아 있는 거예요.”

최보경 꿈나무 공부방 대표는 “재개발 때문에 어서 이사를 해야 하는데, 60명에 이르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공간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걱정했다. 최 대표는 “지금 있는 가건물은 관악구에서 제공해 준 것이었기에 그랬지, 만약 인건비나 운영비 외에 장소 마련을 위한 부담마저 지워졌더라면 정말 당해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관할하고 있는 관악구에도 손을 벌려봤다. 하지만 허사였다. ‘특정 공부방을 위해서는 예산을 집행하기 힘들다’는 말만을 들었을 뿐이다.

“지금 인건비 명목으로 관악구청으로부터 월 85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상근자 2명의 생활비에도 못 미쳐요. 그마저도 관악구 위탁 공부방이었기에 받을 수 있었지, 그도 아니었으면 더 힘들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당초 특별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다만 구청 직원들과 구의회 의원들이 딱한 사정을 알고 알음알음 도와주어 그나마 힘이 되었다고 최 대표는 덧붙였다.

▲ 꿈나무 공부방의 시간표.
ⓒ 권기봉
그러던 차 반가운 일이 생겼다. 아래 동네에 25평 정도 되는 집 주인이 시세보다 낮게 집을 세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최 대표나 20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은 여러 방면으로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뛰었다.

지금까지는 언론에 나가는 것을 꺼렸지만,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에도 몇 차례 나가보고 신문사와 연락을 취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 이사할 집의 전세금 1억 원을 다 모으기에는 그야말로 역부족.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저녁밥을 지어주기 위해 마련했던 집의 전세금과 경기가 어두워져 가뜩이나 사정이 나빠진 후원금을 다 보태니 약 6000만 원. 큰 돈은 기부하기 힘든 형편이라 나중에 공부방 이름으로 대출을 받게 되면 이자를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하는 이름 모를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 4000만 원이 모자라다.

▲ 학생들에게 음악회에서 부를 노래 가사를 알려주고 있는 자원봉사자 유광곤씨.
ⓒ 권기봉
그래서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우리들이 직접 돈을 마련해 보자’는 것. 최 대표와 자원봉사 선생님들, 그리고 60명의 아이들은 공부방 이전 기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수 인순이와 장필순씨도 개런티를 받지 않고 출연하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국악인 이자람씨와 그룹 ‘눈뜨고 코베인’ 등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꿈나무 공부방 아이들 모두가 함께 만든 뮤지컬 <내 마음 속 작은 집 하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의 가사를 바꿔 만든 ‘내 마음속 작은 집 하나’를 통해 난곡의 현실과 그들의 꿈을 노래할 계획이다.

꿈나무 공부방 아이들이 부르는 '내 마음속 작은 집 하나'

음악회에 오시겠어요?

1. 후원 계좌 : 농협(100117-51-000531), 우리은행(810-192775-13-001) (예금주 - 꿈나무 공부방)

2. 홈페이지 : http://www.dreamtree.or.kr

3. 후원 문의 : 02-868-3117
이번 음악회에서 아이들의 뮤지컬을 지도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윤원혜(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1학년)씨는 “언제 이사 가냐며 궁금해 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공부방이 다시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모쪼록 공부방이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 아이들을 위한 따뜻하고 안정된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꿈나무 공부방 이전을 위한 기금 마련 음악회는 오는 21일(토) 오후 3시, 서울 신림9동 관악문화관(서울대 정문 앞)에서 열릴 예정이며, 입장권은 2만원이다. 물론 입장권 수익 전액은 꿈나라 공부방 이전 비용에 쓰인다.

▲ 자원봉사자 윤원혜씨가 학생들과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 권기봉

덧붙이는 글 | www.finland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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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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