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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경북 한나라당 개혁연대'(이하 한개련)가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의 개혁과 세대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한개련의 등장은 '뜻밖의' 소식이었다.

한개련은 대구경북 지역의 30~40대 젊은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한나라당 '내부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가감없이 쏟아내왔다. 달서미래연구소 박영규(44) 소장도 한나라당의 내부 개혁을 강력히 주장하는 한개련의 한 멤버이다.

평소 박영규 소장은 한나라당 개혁의 절박성을 '노 체인지, 노 서바이벌'(변하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는 문장으로 압축한다. 박 소장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장하는 '박영규(PQ) 칼럼'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문제점에 날카로운 '메스'를 대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6일 한나라당 대구 달서(갑) 공천을 기다리고 있는 박 소장을 만났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나라당 내부의 개혁 필요성을 '절박한 심정'으로 표현했다.

박 소장은 이번 17대 총선에 대해 "한나라당의 생존을 가늠하는 서바이벌 게임이 될 것"이라고며 "변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도 아니라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역주의로 한나라당이 그동안 영남의 지분을 향유하는 지역주의 정당이었다면 이제는 건강한 보수정책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나라당의 공천에서부터 혁명적인 변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대구경북이 한나라당을 노쇠한 정당으로 보이게 하는 중심부"라며 "대구경북의 정치질서는 일당지배구조로 특정정당이 선출직 99%를 차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는 막혀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대구경북에서는 한나라당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유권자의 의사도 반영될 수 있는 원내의석 한 석 이상의 정당이 두 개는 돼야한다고 본다"면서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대구 출마에 대해 한나라당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개혁공천이라는 틀을 만들며 출발은 좋았고 잘 됐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만든 룰을 일관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그 일관성이 무너져 잡음이 생겨난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은 박 소장과 가진 인터뷰 전문.

ⓒ 오마이뉴스 이승욱
-경력에 특이한 점이 있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했다. 그후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하고 군 제대를 한 후 취업준비를 했는데, 당시 중등교사 자격증이 있어 경험삼아 교직에 발을 딛뎠다. 발령 받을 당시가 88년이었는데 당시는 전교조 운동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민주화교육협의회가 있었는데 서울대 출신 친구들과 어율려 자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후 현장에 뛰어들어 단체에서 직책을 맡아 활동하다보니 간부급으로 분류돼 89년 7월 14일 해직됐다. 그이후에도 서울 강남동 지회에서 상근자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전교조 운동 초기에는 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었다. 그런데 89년 해직교사가 대량 발생하게 되고 이후 단체 내부에서 이념과 노선 싸움이 빚어져 진통을 겪었다. 나는 특정한 이념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아픔을 겪기도 했다.

또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형제 중 장남인데 결혼도 하고 가족을 부양할 의무도 생겼다. 전교조 해직교사 생활은 어려웠다. 그러던 중 대학원 때 친구가 정치권에서 경험삼아 일을 하라고 권하기에 이번에도 '경험삼아'(웃음) 해보자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벌써 10년이 흘렀다."

해직교사에서 정치입문까지...

- 박 소장은 지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완전히 초보이다. 원래 보좌관이라는 것이 참모로서 정치인을 모시며 어드바이스를 하는 역할이지 자신의 이름을 낼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자신이 직접 글을 써더라도 의원 이름으로 나온다. 결국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대신 의원 이름이 알려지면 후방에서 지원해주는 참모는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알려질 뿐이다. 게다가 내가 모셨던 의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이 아니다. 결국 10년동안의 보좌관 생활에서 경험은 얻었지만 대구경북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못해 현재는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박 소장이 대구로 내려와 '대구경북 한나라당 개혁연대'(한개련) 출범 등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한개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정치로 발 디딜 결심을 하면서 내나름대로 소신과 철학을 정리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개련 이전 나는 '전진포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작년 3월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뜻을 같이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당시 내가 내건 모토는 정치의 신진주체세력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주체세력을 통해 한국정치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전진포럼을 통해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의견서도 제출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개련은 전진포럼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대구에 내려와 보니 대구경북지역에도 연대의 틀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많아서 미래포럼과 미래연대 등 각 섹터에서 참여해 결성하게 됐다. 한개련은 신진주체세력들이 공동으로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모아나가자는 제안에서 출범한 것이다."

- 한개련 활동이 정치개혁이라는 방향보다는 한나라당 내의 정치 신인들의 정치적 기반 을 마련하는 발판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선거라는 것은 표심을 모아나가는 작업이다. 과거에는 표심을 모을 때 돈과 조직을 동원했다. 이제는 마음으로 뜻으로 생각으로 표를 모아야 하는 방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연대의 틀을 만들고 시민운동 방식으로 표심을 모아나가는 것이 돈 안들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한개련 활동도 선거에 활용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이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 더 큰 목표는 한국 정치의 변화와 개혁이다."

"한나라당 개혁 공천, 시작은 좋았지만 원칙 무너져...

- 한나라당이 총선을 겨냥해 소위 '개혁공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개혁공천 보다는 과거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되풀이한다는 의견과 불협화음도 많이 들린다.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이로서 공천과정을 어떻게 보나?
"시작은 잘됐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26일 발표된 공천기준 자체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뤄내기 힘든 것을 달성한 것이다. 나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출발은 의미가 좋았고 잘 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천심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룰을 일관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잡음이 생겨난 것이다.

서류심사를 통해 기준에 맞지 않은 사람은 걸러내고 적격자 중에서 경선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운영위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그와 같은 개혁공천의 기본정신을 지킨 곳은 다섯 군데 뿐이다. 후보선정 작업을 서류심사만 가지고 하다보니 경선이 최소화되고 애초 공천개혁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본다. 나머지 공천이라도 개혁공천에 걸맞게 해야 한다."

- 출마지로 대구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내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뺏지 하나 달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을 보는 순간 한나라당이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정당의 목표가 권력 획득이 목적인데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만년 제자리 일 뿐이라고 봤다.

역동적으로 민심과 현장을 읽고 그에 맞는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변화시켜야 한다. 한나라당이 가진 답답한 구조를 젊은 사람들이 나서 바꿔야 한다.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을 낡고 노쇠하게 보이는 하는 중심부이다. 그런 까닭에 내가 가야할 곳은 대구경북이라고 생각했다. 대구경북을 한나라당 변화의 진원지로 만들고 환골탈퇴 시키는, 솔직히 혁명하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다."

"대구경북을 한나라당의 변화의 진원지로..."

- 한나라당이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는 공존의법칙을 올바로 만들고 찾는 일이라고 본다. 권력정치에서 일하는 정치로 변해야 한다. 권력을 향유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는 현장정치로 변해야한다. 한나라당의 문제는 권력정치라는 정체성이 박혀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을 역동적인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일하고는 무관하게 권력을 향유하는 낡은 패러다임으로 고착돼 있는 것이 지금 한나라당이 지닌 문제다."

-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수사 결과 '차떼기' 정당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어떻게 바라보나.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한국정치는 대자본 정치였다. 기본적인 속성은 광범위한 조직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바꿔야 한다. 소자본, 나아가 무자본 정치로 바꿔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은 3공 4공 5공을 거치면서 대자본에 유착돼 있는 정당으로 꼬리표가 달려 버렸다. 과거의 잘못을 고치고 소자본 정치, 새로운 정당으로 바뀌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 한나라당은 젊은층 지지가 약하다. 일면 이것은 한나라당이 상당히 보수적인 정당이라는 점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데.
"한나라당이 정말 위기로 인식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젊은층들이 한나라당을 보수주의 정당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구정당으로 본다는 것이다. 권력추구와 돈을 긁어 모으는 낡은 패거리정당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법의 안정성과 점진적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 합당한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해야 하는데, 그것이 실패하고 있다."

- 소위 대구경북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이요 '수성'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에 와서는 결국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부분의 대구경북민들이 한나라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철회'를 하고 있기도 하다.
"대구경북의 정치질서는 일당지배구조이다. 한나라당이라는 특정정당이 선출직 9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는 막혀있다. 그 자체로서 문제가 있다.

앞으로 한나라당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유권자의 의사도 반영될 수 있는 원내의석 한 석 이상을 가진 정당이 두 개는 나와야한다고 본다. 이것은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좋다. 한나라당이 대구를 독점하다보면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른 당에 무조건) 양보는 안되지만 선택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최근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대구 출마를 선언했는데,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조 대표의 출마지에 공천을 배제하자는 입장이 있다. 이 의견에 찬성한다는 말인가?
"조순형 출마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 궁극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나라당에도 득이 된다."

"대구경북, 한나라당 무조건 지지 바뀌고 있다"

박영규 소장 프로필

1960. 경북 고령군 덕곡면 출생
1979. 2. 대구 심인고 졸업
1984. 2.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졸업
1986. 2.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정치학 석사)
1988. 3. 서울 강일중학교 사회과 교사 발령
1989. 7.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1991. 5. 신민당 박일 최고위원 보좌관으로 정치 입문, 이후 10여년간 보좌관으로 활동
1998. 4. 한나라당 조순 총재 보궐선거대책본부 기획팀장
2001. 12. 국회NGO 연구회 회장
2002. 9. 명지전문대학 겸임교수(교양학부, 시민사회론)
2003. 6. 전진포럼(한국정치의 새로운 전진을 위한 청년포럼) 공동대표
2003. 8. 달서미래연구소장
2003. 9. 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2003. 9. 대구경북 전진포럼 공동대표
2003. 10. 대구경북 한나라당 정치개혁연대 공동대표
- 대구지역에서 정치적인 지향의 변화가 있다고 보나?
"지난 16대 총선처럼 한나라당이 독식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면 당시와는 이야기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과거에는 한나라당 100%지지라는것이주류였는데 정당 선호도가 바뀌고있다.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 특정 정당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치적인 다양성이 제한돼서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지 못했다. 지역발전에 있어 경쟁이라는 원리가 없다. 물건도 시장도 자유경쟁시장원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대구경북에서도 정당끼리의 경쟁관계가 있다면 각 정당이 발로 뛰며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인들의 역활이 부족하다. 그것이 대구경제가 침체된 원인이 됐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 입장에서 볼 때 생존을 가늠하는 서바이벌 게임이 될 것이다. 흔히 쓰는 말로 '노 체인지, 노 서바이벌'이란 말이 있다. 변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미래가 불투명한 정도가 아니라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영남의 지분을 향유하는 지역주의 정당이었다면 이제는 건강한 보수정책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천에서부터 혁명적으로 변화됐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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