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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 청사 전경. 지난해부터 전남도의원들은 연수를 빙자한 외유를 다녀와 비난을 받고 있다.
전남도의회 청사 전경. 지난해부터 전남도의원들은 연수를 빙자한 외유를 다녀와 비난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방의원들이 연례행사처럼 비난받고 있는 의원 해외연수. 없는 예산을 추경예산에 포함시켜서 연수를 빙자한 여행을 다녀오고, 출국 3일전에야 부랴부랴 형식적인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면서까지 고집스럽게도 강행하는 해외연수.

이러한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전남도의회 박흥수(순천·민주당), 전종덕(비례·민노당) 의원은 지난 13일 '전남도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 중 개정규칙안'을 대표발의해 의회 의안계에 제출했다.

개정규칙안은 동료 의원 30여명의 서명을 받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개정규칙안은 이번 임시회(제191회 임시회)가 아닌 다음 임시회에서 공식 상정돼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규칙안의 주요내용은 심사위원회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 2명, 대학교수 2명이 심사위원회에 참석하게 하고 출국 30일전에 연수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심의위원회의 심사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연수목적, 내용, 목적지, 연수자 등에 대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또 연수경비와 관련 유관기관이 경비를 부담하는 국외연수 등을 불허하고 공무원을 제외한 연수 동행자의 경비는 개인이나 소속기관이 부담하도록 했다. 연수보고서는 의회 홈페이지와 의회소식지 등에 게재해 도민들에게 공개하고, 필요할 경우 도민을 대상으로 보고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규칙개정안이 원안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심사기준이 강화돼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부분들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종덕(비례·민노당) 의원과 만났다.

계속되는 전남도의회 관광성 연수 백태
예산 없으면 추경예산 상정해서 나가기도

지방의원들의 해외 연수를 빙자한 '관광성 외국행'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특정 지방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전남도의회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전남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지난해 6월 본예산에 없던 것을 전남도교육청 추경예산에 상정해 관광을 다녀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지난해 연말 불용예산 3400만원으로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중국 철강성에 초청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억지 초청장'을 받고 중국를 다녀왔다.

당시 의원들은 "해외연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일 의원들은 방문 일정 등을 모두 확정해 놓고 출국 3일 전에야 심사위원회의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고 관광성 연수에 나섰다.

이들은 총 5600여만원의 경비를 들여 9박 10일 동안 피지, 뉴질랜드, 호주 등 3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선진국 사회복지와 교육시설 등 해당 분야 전문성 확보를 연수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연수지는 피지의 난디, 시드니, 오클랜드 등 유명 관광지가 대부분이어서 여론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의원들은 애초 11일 오전 항공편으로 귀향하려 했으나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광주에 도착해 '잠수 귀향'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이번에 전종덕 의원과 박흥수 의원이 제출한 해외연수 규칙개정안은 변칙적인 방법과 편법을 이용해 연수 본래의 목적이 아닌 관광성 연수의 폐단을 막기위한 제도적 개선책이다. 규칙개정안을 전남도의회 의원들이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목된다.

- 의원 해외연수와 관련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민의 입장에서 해외연수가 본래의 목적과 기능하지 못하고 관광성 외유로 비쳐지고 있고 실제로 지방의원들이 그렇게 해외연수를 가고 있다. 본래 해외연수는 특정문제에 대해서 연구하고 선진국의 정책 등을 도정에 반영하고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주민의 세금으로 가면서 의원들은 '임기 중에 1번은 의례껏 가는 것'이고 '좋은 곳 갔다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자기 돈 안들이고 공짜로 나갔다오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 최근 전남도의회는 관광성 외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관광성 외유이기 때문이다. 의원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현재 해외연수는 상임위별로 가고 있는데 실제로는 자신의 소속 상임위와 상관없이 가는 경우가 있다. 사전준비도 철저하지 못하고 명확한 연수 목표도 없다. '보고 오는 것도 연수'라면 그럴수도 있지만 자기(의원 개인적으로)만 만족하고 만다. 이렇게 가려면 연수를 왜 가는지 모르겠다.

연수는 선진국의 정책과 시책 등을 배우고 이를 도정에 맞게 활용, 반영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전남도 내의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있는 상태에서 무슨 구체적인 준비가 되겠는가. 전남도정과 비교할 수 있어야 연수 이후에 도정에 반영하고 활용할 수 있다. 철저한 준비없이 막연히 보고오는 정도로는 안된다."

- 현재의 연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연수가 있다면?
"도의원 한 사람 당 1년 해외연수 예산은 180만원이고 개인당 4년 동안 720만원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차라리 복지분야, 교육분야 등으로 팀을 구성하고 연수 프로그램을 잘 준비해서 1명∼2명의 의원을 1달∼2달씩 연수를 보내는 것이 낫다. 그래서 연수 후 도정에 반영하는 등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다. 친한 사람끼리 어울려 갔다오는 것이라면 자기 돈으로 경비를 지출해야 한다."

박흥수 의원과 함께 의원연수 규칙 개정안을 제출한 전종덕 의원.
박흥수 의원과 함께 의원연수 규칙 개정안을 제출한 전종덕 의원.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이번에 제출한 규칙안 개정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규칙안을 개정해서 사전심사 기능을 강화했다. 사전심사 강화로 해외연수를 본래의 취지에 맞게 만들고, 사전준비부터 연수 후 보고까지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수를 놀러가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의 생각을 고치는 것이다. 그래서 심사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경비와 관련해서는,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경비에 대해서는 개인 경비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연수보고서도 의회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해서 연수 책임성을 높이게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하고 최소한의 경비만으로 연수를 다녀와 도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 경비와 관련, 지난해 순천에서는 동행하는 기자들의 경비 지원을 두고 시민단체와 기자들 사이에 갈등을 빚기도 했다.
"기자가 연수과정에 동행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연수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 보완할 점 등을 제대로 제기하는 자기 역할을 한다면 좋겠다. 현재 언론인에 대한 경비를 편법을 이용해 부담하는데 본연의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한다면 불만이 없을 수도 있다.

역할을 잘 한다면 차라리 공식적으로 예산에 반영해서 동행 취재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행태에서는 가능하면 자기 경비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 연수보고서는 어떻게 공유하고 있나.
"의원들이 직접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는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작성한다. 다녀와서는 없는 것을 쓰느라고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의장에게 제출하고 자료실에 비치한다. 필요하면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의장에게만 보고하는 요식행위다. 책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규칙개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동료의원들의 서명은 본회의장에서 받았다. 직접 만난 몇몇 의원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의원과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의원이 반반이었다. 대부분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 불만은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무조건 떠든다는 것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도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 다른 시·도에서도 문제제기가 많다.
"규칙안을 준비하면서 다른 시도의 규칙안을 검토했는데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다만 순천시의회만이 조례로 제정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광주시의 경우에는 도에 비해 심사위원회 구성 등이 약간 강화되어 있었다. 전북의 경우 민노당 소속 도의원이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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