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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 ⓒ .
프랑스 요식업계에서 맛에 대한 평가로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미슐랭 가이드>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미슐랭 가이드>는 평가원이 손님으로 가장해 식당의 음식 맛이나 호텔의 서비스 등을 평가해 별(★)의 개수로 등급을 매기는 '미식가들의 성서'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의 한 평가원은 <르 휘가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평가원이 직접 맛을 보고 결정하는 사례는 극히 적다"며 "대부분 평가는 독자의 편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슐랭 가이드>는 그동안 100명의 평가원이 약 1만여 개 음식점의 맛을 평가해 매월 봄에 발간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그동안 평가방법과 등급 부여 기준에 대해서는 외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파스칼 레미로 알려진 이 평가원은 자신의 체험담을 담은 출판물을 만들려다가 해고된 후 이같이 폭로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평가원 100명이란 숫자는 <미슐랭 가이드> 출판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의 수치로 실제로 전속 평가원은 5명 정도밖에 없다. 또 연간 탐방하는 식당은 불과 200여 곳밖에 되질 않는다. 평가원 수가 적다보니 주 60시간을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고독하게 일했다고 레미씨는 밝혔다.

이와 함께 "독자로부터 새로운 투서나 지적이 전해진 식당만 직접 방문하고 있었으며 별 2등급과 별 3등급 식당 평가에는 평가원의 의견이 무시되고 편집 간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폭로했다.

별 3등급 식당으로 지정 받은 음식점의 3분의 1이 이같은 방법으로 결정됐다는 것. 현재 최고 등급인 별 3등급은 약 2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미슐랭 가이드>의 브라운 편집장은 < AFP통신 >과 인터뷰에서 "평가원은 진짜 100명이 있으며 이번 폭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반론했다.

한편 <미슐랭 가이드>는 호텔과 식당 등급을 매기는 '레드'와 관광지를 평가하는 '그린' 2종류가 발간 되고 있다. 가격은 26.95달러.

<미슐랭 가이드>는 어떤 책?

프랑스의 미식 문화의 대명사 <미슐랭 가이드>는 매년 봄에 출간되어 미식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년 나오는 책이지만 미식가들이 가장 기다리는 책이다. 비단 미식가들 뿐만 아니라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책이기에 발간되기가 무섭게 베스트셀러가 된다.

책머리에 간단하게 실려 있는 여행 정보와 레스토랑 선택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빼면 그 방대한 분량은 전부 식당과 호텔 정보에 할애되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당연히 프랑스의 여행, 식당 정보를 담고 있는 프랑스편이지만, 그 권위와 역사에 걸맞게 이탈리아편, 포르투갈-스페인편, 영국편 등 외국 식당에 대한 가이드도 동시에 펴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전국의 레스토랑을 심사해 요리와 서비스의 수준에 따라 별을 달아주는데, 별 3개를 달게 되는 경우에는 성대한 시상식을 치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별 3개를 달게 되는 요리사는 최고의 명성을 가지게 된다. 재작년의 경우는 단 한 개의 레스토랑만이 이 영광을 차지했는데 이 발표가 나자마자 이 식당은 98년까지 모두 예약이 차버렸다고 한다.

파리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방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의 지리적 불리함도 <미슐랭 가이드>의 위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지금가지 별 3개를 딴 레스토랑은 프랑스의 일급 요리사 베르나리 와조, 폴 보퀴즈 등이 경영하는 식당들을 포함해 프랑스 전테에서도 18개에 불과하다. 지난 해에는 파리 로댕 박물관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식당 <아르페쥐>가 새로이 이 특급 식당 대열에 합류해 큰 뉴스거리가 되었다.

<아르페쥐> 식당은 브르타뉴 지방 출신의 젊은 요리사 알랭 파사르가 86년 파리 제7구 바렌가에 세운 식당이다. 하지만 정작 더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프랑스에서 가장 고급 식당으로 알려진 <라 투르 다르장> 식당이 별 3개에서 별 2개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센 강변에 위치한 <라 투르 다르장> 식당(요리사 클로드 테라이)은 1582년에 세워져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초호화 식당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는 권위있는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앙드레 미슐랭이 만든 책이다. 당시 내무부 산하 지도국에 근무하고 있던 그는 프랑스를 여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 아래 무료로 배포되는 여행, 식당 정보 안내서를 펴냈는데, 이것이 <미슐랭 가이드>의 효시이다. 그 후 96년의 세월 동안 <미술랭 가이드>는 그 엄격성과 정보의 신뢰도 등으로 명성을 쌓아 오늘날 '미식가들의 성서'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사실 미슐랭이라는 이름은 가이드 책의 명성과는 별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타이어 회사 미슐랭(한국에서는 미쉐린으로 통한다)이기 때문이다. 눈치빠른 독자라면 미슐랭 타이어와 <미슐랭 가이드>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할 것이다.

세계 최초로 분리, 조립되는 타이어를 발명하여 미슐랭 타이어 회사를 만든 사람은 에두아르 미슐랭인데, 그의 친형이 바로 <미슐랭 가이드>를 만든 앙드레 미슐랭이다. 미슐랭 가이드가 미슐랭 타이어 회사 부설 여행 종보국에서 발간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근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고 잇는 <미슐랭 가이드>는 이제 프랑스인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해마다 개정판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매년 판매부수가 50만 권을 넘어서는 것만 보아도 <미슐랭 가이드>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를 '미식가의 나라'라고 부르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최연구 著 <빠리 이야기>(새물결) 중에서

덧붙이는 글 | 2월 14일 프랑스에서 발간된 <르 휘가로> 신문과 홈페이지를 참조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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