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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 토박이, 안여종씨
한밭 토박이, 안여종씨 ⓒ 권윤영
“다양한 계층들이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알림이 역할이 바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이죠.”

여러 개의 직업이 적혀있는 명함을 받아들면 으레 바쁜 사람이겠거니 생각하게 된다. 한밭문화마당 사무국장, 대전문화유산해설사, 문화유산지킴이영상단 단장, 갑천을 사랑하는 사람들 ‘여울’ 대표. ‘저는 대전시 문화동에서 태어났습니다’라는 이색문구까지….

‘한밭 토박이’ 안여종(36)씨의 명함이다. 학원 강사라는 직업만 제외하면 모든 직업이 한 연결선상에 있다. 어떻게 보면 학원에서도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니 모든 것이 일맥상통하기도 하다.

“한밭문화마당은 대전에는 문화가 없고 낙후 된 곳이라는 인식을 과감히 깨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작게 이뤄지고 있는 문화활동을 키워가면서 5만원짜리 공연을 보는 것만이 문화활동이 아니라 삶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촉매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취지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시작한 것이 ‘문화유산지킴이영상단’이다. 대전지역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모임. 대전이란 도시를 알게 되면 자꾸 이야기하게 되고 아는 만큼 애착을 갖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으로 26명의 초등부, 중등부가 활동하고 있다. ‘한두 번 참여하다가 재미없어 하면 어쩌나’하는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의 반응은 첫날부터 뜨거웠다.

지난해 3월부터 '문화유산지킴이영상단'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부터 '문화유산지킴이영상단' 활동을 시작했다. ⓒ 권윤영
인터넷 등에서 우리 문화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대체로 오래된 영상이 많다. 이들은 직접 찍은 사진으로 교체해보고자 사진을 찍고 영상에 담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이들이 촬영한 작품들을 모아 영상회를 열기도 했다.

단순하게 어느 문화재를 방문한 후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거기에 담긴 뜻과 문제점을 함께 살펴본다. 설명 위주보다는 청소년들이 직접 조사와 체험을 통해 습득해 나가고 있는 것.

“둔산동에 위치한 선사 유적지만 해도 그렇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대전시 역사를 새로 쓰게 한 중요한 유적지죠. 그런데 일본 사람이 지나가면서 담벼락만 본거예요. 작은 궁궐이 있거나 큰 양반집이 있나보다 생각했다가 안에 들어가서는 엄청난 실망을 했어요. 선사시대에 맞는 형태로 지어져야 현실감이 있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재미와 결과물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원들의 몫이다. 그는 단지 이러한 활동을 매개해 주는 사람으로,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해 봄으로써 다른 도시에도 보급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늘 답사 장소를 고민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대전 흑석동 노루벌 갑천. 그는 갑천을 종주하기도 했다.
대전 흑석동 노루벌 갑천. 그는 갑천을 종주하기도 했다. ⓒ 권윤영
“예전에는 공주, 부여, 강화도, 하회마을 등 유명하고 인기 있는 곳 중심으로 답사를 갔었죠. 왜 대전에는 그런 유적지가 없는지, 답사 프로그램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어느 날 자주 지나치던 거리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승이 눈에 들어왔어요. 차를 세우고 장승을 봤습니다. 나라도 먼저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사실 그는 역사학도가 아니라 토목공학과 전공의 공대 출신. 지난 97년 잘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부터 역사를 좋아해 관련 일을 하고 싶던 꿈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내내 힘들기도 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과 생계수단으로서의 일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갑천에서 발견한 왜개 연꽃.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꽃을 보여주고 있다.
갑천에서 발견한 왜개 연꽃.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꽃을 보여주고 있다. ⓒ 권윤영
2년 전부터는 학원 강사를 시작했고, 경제적으로는 다소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에게는 지금의 삶이 더 가치가 있다. 대전의 지도상에 없는 길을 무작정 걸어보거나 갑천에서 희귀 꽃인 왜개 연꽃을 발견했을 시에는 말없는 감동을 느꼈다.

지난 2001년에는 대전시에서 선발한 문화해설사가 되기도 한 그는 ‘문화유산지킴이영상단’ 활동 외에도 주부를 위한 지역문화기행인 ‘산내들’도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학원 강사로 밤에는 한밭문화마당 일과로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또 다른 일에 도전했다.

대전의 산이란 산은 모두 돌아다니고 있는 것. 이 일을 마친 후 ‘대전둘레산길잇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대둔산 꼭대기에서부터 양산유원지까지 갑천을 종주하거나 대전에 사연이 있거나 오래된 나무를 조사하는 일도 그에게는 뜻 깊다.

“대전의 갑천, 나무, 산에 대에서 책을 쓰고 싶은 바람도 있고 계속해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작은 모임들을 만들 것입니다. 쌓아놓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서 대전에 대해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단계적 희망사항이죠.”

한밭 토박이, 안씨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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