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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철 KBS 정치부 기자. 선거보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을 듣고 있다.
엄경철 KBS 정치부 기자. 선거보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을 듣고 있다. ⓒ 김태형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해소하기 위해 선거참여를 독려하는 기획을 마련하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얼마 전 KBS는 ‘국민대토론-정치를 바꿉시다 국민의 손으로’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런데 이 제목에도 시비가 붙었다. ‘왜 하필 그 제목이냐’고 따지더라.

엄경철 KBS 정치부 기자가 토로하는 ‘공정한 선거보도’의 어려움이다.

엄 기자는 선거보도 편파성에 대한 시민단체의 지적과 관련, “취재 기자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현실적 제약이 많다”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유·불리가 생겼을 경우 이해 당사자의 항의를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엄 기자는 “언론에서 진정성과 선의를 갖고 총선 관련 보도를 진행하려고 해도 그 하나하나가 다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며 “공정보도에 대한 원론적 주장보다는 현실적인 개선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BS, 시청자의 신뢰를 쌓는 게 우선"

12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선거보도 감시’ 토론회에는 엄경철 KBS 정치부 기자, 김택환 중앙일보 기자가 참석해 현직 언론인으로서 겪는 선거보도에 대한 어려움과 소속사의 총선보도 계획을 소개했다.

우선 엄 기자는 “KBS가 기계적 중립에 매몰된 것은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KBS의 경우 진보와 보수 양측의 주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엄 기자는 “대부분의 시청자가 이런 KBS의 과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신뢰를 쌓은 이후에야 기계적 중립의 극복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냉소주의의 극복 ▲정책중심의 보도 ▲적극적인 유권자 운동의 보도 등 관행적인 보도 행태를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 기획탐사 선거보도에 주력할 것"

김택환 <중앙일보> 기자. 중앙일보의 선거보도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
김택환 <중앙일보> 기자. 중앙일보의 선거보도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 ⓒ 김태형

한편 김택환 <중앙일보> 기자는 이번 총선과 관련 “미디어 역시 수용자의 선택을 두고 경쟁하는 입장인 만큼 <중앙>은 ‘기획 탐사’ 보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폭로가 난무하는 현 정치 상황 속에서 <중앙>은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할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1300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 괴자금 발언을 예로 들었다.

김 기자는 “취재 환경이 아무리 촉박하고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진실을 추적, 보도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홍 의원 관련 보도와 같은 추적보도를) 정파 이데올로기로 몰아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중앙>은 이번 선거의 핵심 중에 하나가 돈 선거를 뿌리 뽑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부정부패 행위를 밀착 감시하는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경마식 보도 태도에 대해 김 기자는 “언론의 속성상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에 대한 관심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과 경마식 보도가 맞물린다면 유권자와 독자의 관심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기조 발제를 통해 ▲정치적 냉소주의 조장 ▲지역주의 확대재생산 ▲경마식 보도 ▲정책중심 보도 경시 ▲양시양비론과 기계적 중립성 매몰 등의 언론의 선거보도 관행을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장하용 동국대 교수는 “언론의 선거보도 감시에서 중요한 것은 언론의 주장 내용이 아니라 그 주장의 현실성과 근거를 살펴보는 것”이라며 “시민단체는 언론이 중계보도만 한다고 단순 비판할 게 아니라, 언론이 왜 그런 식으로 보도했는지 그 원인과 근거를 비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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