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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정윤(왼쪽)입니다. 오른쪽에 계신 분은 마포에서 알게 된 락희 아저씨입니다.
신랑 정윤(왼쪽)입니다. 오른쪽에 계신 분은 마포에서 알게 된 락희 아저씨입니다. ⓒ 김은숙
얼마 전 일산 아줌마 기사를 읽다가 남편에게 질문했습니다.

"남편, 나는 무슨 짱이야?"

남편은 웃으며 말합니다.

"마누라는 다 짱이야. 얼짱, 몸짱 다 짱이야."

저도 압니다. 아는 분은 다 아시니 얼굴 안 보인다고 '얼짱'이라고 거짓말할 수도 없고, 배 뽈록하고, 밋밋한 가슴을 누가 '몸짱'이라고 하겠습니까. 가끔 남편은 제 앞과 뒤가 구별이 안 된다고 놀리는데요.

저는 2003년 3월 9일에 결혼했습니다. 이제 만 1년이 되어가네요. 주변에 제가 결혼하고 예뻐지고, 얼굴이 밝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결혼 전에는 성격이 모났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알수록 착한데 처음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도 말입니다. 조금 참을 만한 일이 생겨도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는 성격이고, 감정을 숨길 줄 몰라서 다른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우울한 일이 생기면 방에서 혼자 비관적인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구요, 돈 버는 데는 젬병이라 늘 경제적으로 부족한 생활이었습니다. 능력 부족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나이가 꽉 차도록 애인도 없어서 '난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바꾼 사람이 바로 남편입니다. 지금껏 큰 말다툼이나 부부싸움 없이 살 수 있었던 것, 갖고 있는 것이 적어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 다른 사람 기분도 생각하며 선의의 거짓말도 할 수 있게 된 것. 모두 남편과 살면서 조금씩 얻게 된 변화입니다.

남편은 키도 크지만 몸무게도 100kg이 넘어서 한국에서 만든 옷은 맞지도 않습니다. 옷은 XXL만 입을 수 있어서 웬만한 옷은 맞지도 않습니다. 저와 취향도 많이 달라서 단순한 옷을 좋아합니다. 저는 징이 박히거나 끈 장식을 좋아하지만요. 그래도 남편은 제가 사다주는 옷은 뭐든지 예쁘다고 하면서, 몸에 작지만 않으면 다 기쁜 마음으로 입습니다.

머리에는 새치가 많고, 집에 들어와서 한 번 누우면 다시는 방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신토불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귀여운 게으름뱅이입니다.

이런 체격이니 몸짱은 절대 아니지요? 아마 열심히 노력해서 살을 빼지 않는 이상 몸짱이 되기는 아주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눈에는 그 누구보다 얼굴은 귀엽고, 몸은 남보다 조금 통통한 정도로 보입니다.

또 마음씀은 어떤가요? 아마 세상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세상 누구보다 착하고 넓을 것입니다.

제가 사는 세상의 최고의 맘짱은 바로 제 남편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사랑은 퇴색되더라도 지금 이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 잊지 않으며, 옳지 않은 일을 바로잡는 데 작은 힘 보태며 살겠습니다.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며 작은 행복을 꾸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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