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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부터 1월 23일까지 녹색문화기금 프로그램으로 쿠바를 다녀온 그린네트워크 장원 대표가 쿠바방문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에는 쿠바의 환경, 유기농 실태, 사회복지 등을 비롯해 쿠바 거주 한인들의 생활상 등도 소개됩니다. 장 대표의 연재는 모두 7회 정도이며, 이 기사는 그 두 번째입니다....편집자 주


▲ 통역을 맡은 정현경(왼쪽) 미 유니온신학대 교수가 리카르도 알라콩 쿠바 인민의회 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장원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인민의회(National Assembly of People Power)의 의장인 리카르도 알라콩(Ricardo Alarcon, 60)씨를 지난 1월 13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카스트로에 이어 쿠바의 제 2인자로서 쿠바에 머무르는 동안 현지 TV에서도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바나 시내 인민의회 의장 공관에서 만난 그이는 대단히 소박한 차림이었고 소탈했다. 정치 얘기를 빼고는 솔직했고 열린 지식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10평 남짓한 소박한 사무실 한켠에 흙밭을 만들어 화초를 키우고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2시간 45분 동안 열정적으로 진행됐다. 인터뷰 동안 그는 허름한 바지와 셔츠의 편안한 자세와 열린 생각으로 임해 그와의 인터뷰는 좋은 만남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그와의 첫 인터뷰이다.

평소 만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고 또 인터뷰 시간도 언제 끝날지를 몰라 단도직입으로 피델 카스트로 이야기부터 꺼냈다.

- 혁명 후 45년이 지났고 피델 카스트로는 이제 78세의 노인이 되었다. 카스트로 이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쿠바 혁명과 그 이후 전 과정에서 피델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이 대단히 중요했다. 그러나 피델 이후에도 혁명의 이념은 당연히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혁명의 씨앗은 피델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뿌려진 것이고, 그것을 피델과 함께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싹틔운 것이니까. 혁명은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피델 혼자만의 옷이 아니다."

"선거제도 없지만, 우리 특수상황 이해해야"

- 국회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카스트로 일당 독재 아닌가? 반체제 인사나 재야인사는 없는가? (이 질문은 예정되어 있던 카스트로와의 면담을 파기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정당에 근거한 선거제도가 쿠바에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특수 상황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혁명 이후 45년 동안 바로 코앞의 초강대국 미국이 쿠바 내에 반대세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아예 정권을 전복시키려고 했다.

그동안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에 의해서도 증명된 것이다. 미국은 우리와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정당이나 반대파를 용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 리카르도 알라콩 쿠바 인민의회 의장
ⓒ 장원
- 하바나가 쿠바의 수도인데 대기오염이 너무 심각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환경 문제, 솔직히 창피하다. 자동차도 다 낡았고 더군다나 매연 방지 같은 것은 지금 생각할 처지도 못된다. 그렇지만 결국은 교육의 부족이요, 시민문화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유아원부터 대학까지 무상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교육을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거의 문제이다. 보시다시피 다 굉장히 오래된 건물이다.(실제로 쿠바 전역의 건물들은 거의 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것들로서 붕괴 직전에 있다.)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다. 집에 페인트칠 할 여유도 없다. 수리하고 싶어도 자재가 없다. 집도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환경 보전이나 재건축 등에 투자할 돈도 없다."

- 그렇다면 쿠바의 경제를 발전시킬 무슨 계획이 있는가?
"서방 세계에서 흔히들 하는 경제발전 몇 개년 계획, 그런 것은 우리는 없다. 무슨 희한한 방법(Magic Strategy)이 있겠느냐? 다만 자원을 어떻게 이용해서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할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가난이고 무엇이 부인가?

엊그제 CNN을 시청했는데 한 백인 중산층 남자의 일과가 소개되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해서는 밤에 또 청소 일을 해야 가까스로 가족을 부양하고 그네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최소한 그렇게는 안 산다. 그런 면에서 우리 인민들의 삶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

- 그렇다면 쿠바 인민들의 삶의 질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미국의 청바지 회사인 리바이스가 마음대로 공장을 폐쇄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일자리를 잃게 되고... 우리는 그런 면에서 잘 보장되어 있다. 굶는 사람도 없고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도 없다. 교육과 의료도 물론 무상으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 제공된다.

세계에서 유아사망율도 제일 낮다. 도농간의 격차도 없다. 농촌 아이들의 성적이 더 좋다. 우리는 농촌에 많은 투자를 한다. 지역에서는 수력과 태양 에너지도 활용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완전한 사회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인민간 연대성(solidarity)에 근거한 윤리 의식 때문에 강간과 살인 등의 범죄율이 대단히 낮다.

서방 세계는 얼마나 위험한가. 카풀도 함부로 하지 못하지 않는가. 대중교통이 불편하긴 하지만 웬만하면 자전거 타면 되고 히치 하이킹도 권장하고 있다. 쿠바에는 큰산도 없고 눈도 내리지 않아서 며칠 걸으면 못 갈곳도 없다.(웃음)"

"쿠바가 대안은 아니지만 미국도 대안 아니다"

▲ 아바나 시내에 위치한 리카르도 알라콩 의장의 공관.
ⓒ 장원
- 그래서 쿠바가 세계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주의가 무슨 모델을 만들려고 했던 것 자체가 잘못이다. 역동성과 창조성 그리고 인민들 사이의 연대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중매체가 가난과 부를 왜곡하고 있다.

미국을 마치 낙원처럼 묘사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보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라, 미국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어떻게 지구를 영속시킬 수 있겠는가. 나아가 세계 70억 인구가 그렇게 산다면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은 대안이 아니다."

- 달러 클래스와 페소(peso) 클래스로 나눠지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어찌할 것인가?
"그런 클래스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달러를 구할 수 있고 또 달러로 물건을 살 수 있다. 달러 중심의 경제는 이제 세계화 시대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빈부격차는 통제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노력은 하고 있다."

-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어떻게 생각하나?
"1968년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위대한 지도자 동지인 김일성도 만났다. 서방세계에서는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쿠바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가 크고 너무 먼 거리여서 상호 교류하기는 쉽지 않다.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호가 너무 거창했는데, 김일성 수령의 지시에 의해서 그것이 현실화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성의 노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았고 아름다운 나라였다는 인상이 남아있다.

그러나 서양 미디어에 의해 악의 화신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 현재 남한과 북한과의 경제력 차이는 미국은 남한에 쇼케이스로 자본주의식 투자를 했고, 소련은 북한에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6.25 전쟁에서는 미국만 득을 봤다."

- 쿠바의 미래에 대해서 말해달라.
"쿠바는 작은 나라다. 그것도 이제 세계 유일의 제국이 된 미국이 바로 옆에 있는 나라다. 돌파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 식의 사회주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꿈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젊다.

인민의회, 주의회, 지역의회 대표들의 연령이 평균 44세로 혁명 나이보다 젊다. 2~30대 지도자도 많다. 혁명 당시의 지도자들도 아직 건재하다. 이들이 조화를 이뤄 혁명을 진행형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의 혁명은 진행형이다. 우리는 혁명과업을 기필코 완수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시사저널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실린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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