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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영 부산시장의 죽음에 대한 조선닷컴 설문조사 결과.(현재 시간 2월 5일 오전 11시경)
안상영 부산시장의 죽음에 대한 조선닷컴 설문조사 결과.(현재 시간 2월 5일 오전 11시경)

지난 4일 새벽 안상영 부산시장이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권은 그의 자살을 두고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여야의 입장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총선을 두고 안상영 시장의 자살이라는 돌출 변수에 정치권이 촉각을 모으고 있다.

<조선일보>의 인터넷 사이트 조선닷컴에서는 '안상영 시장의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당혹감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이 조사에서는 '안상영 시장의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는 제목과 더불어 약 200여 자에 달하는 부가적인 설명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그 설명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며 정부와 수사기관을 비판한 내용이 차지하고 있다. 아래는 설문 조사에 달린 글의 전문이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4일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에 대해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안 시장이 구속되기 전 내게 ‘노 대통령이 몇 차례 도와달라며 함께 일하자고 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면서 “광역단체장을 무리하게 구속수사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무릇 설문조사라고 하면 언론이 독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사의 입장이나 시각은 최대한 자제하고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번 조선닷컴 설문조사에 달린 글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차라리 안상영 시장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었으며 어떻게 해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이어지는 설문조사 선택 문항은 설명글 만큼이나 당황스럽다. 주어진 선택 항목은 단 두 개뿐이다. 선택 항목은 "권력에 의한 살인이다"와 "부패 정치인의 최후 모습이다"이다. 이 정도쯤 되면 '과연 이 설문조사가 의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주장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끌어온 것이다.

현재 안상영 시장의 유서로 미루어 봤을 때 그의 자살 원인은 "사회적 모멸감"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 추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의한 살인' 혹은 '부패 정치인의 최후 모습' 두 가지로만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소한 ‘'사회적 모멸감'이나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선택항목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설문 조사에 대해 독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설문 조사에 대해 “이상한 설문이다” “수준 이하의 질문이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은 “군부시절 개헌 투표를 보는 것과 같다”며 “명백한, 눈에 띄는, 유도성 설문 내용”이라는 지적했다.

요즘 인터넷 설문조사는 우리 사회 여론을 가늠하는 한 가지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설문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해당 신문사나 방송사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유도성’ 설문조사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언론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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