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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 후분양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과연 후분양제가 실효성을 거둘수 있을까. 대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정부가 주택 후분양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과연 후분양제가 실효성을 거둘수 있을까. 대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 오마이뉴스 정세연
건설교통부는 3일 주택을 80% 이상 지은 뒤 분양하는 주택 후분양제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비자선택권을 강화하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주택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택 선분양제는 주택건설업자의 건설자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택 수요를 미리 확보할 수 있게 해 주택 공급을 촉진시켰다. 수요자들에게도 주택구입 자금 마련 부담을 최소화하고 또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주택의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활성화 하는 선분양제도를 통해 단기간에 주택의 절대 부족량을 해소해왔고 그 결과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2002년 말 이미 100%를 넘어섰다.

분양권 전매로 투기 주범된 선분양제

주택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 무얼 담았나

정부가 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주택 후분양제는 시자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도단계(2003-2006년), 활성화 단계(2007-2011년), 정착단계(2012년 이후)로 단계적으로 나눠 실시된다.

우선 공공부문의 경우 올해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 2007년부터는 모든 사업장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게 된다. 후분양이 가능한 공정률도 2007년 40%, 2009년 60%, 2011년 80% 등으로 점진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민간부분에 대해서는 중형주택을 중심으로 후분양하는 업체에 국민주택기금을 우대 지원하고 공공택지를 우선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업체 스스로 후분양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현재 민간부문에 가구당 최고 6000만원(연리 6%)을 지원해주던 것을 올해부터 후분양을 할 경우 연리 5.5%로 가구당 최고 80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또 향후 시장상황과 기업의 자금실적을 고려해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한편 지원한도액을 높일 계획이다. 또 2006년부터는 민간부문의 중형 주택 선분양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건교부는 후분양 제도가 활성화 되면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0%에 이르는 2012년에는 전체 분양 아파트의 14만가구(전체의 50%)가 후분양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이승훈 기자
그러나 선분양제는 입주자가 집값의 80%를 완공 이전에 내야하고 고가의 제품을 모델하우스만을 보고 매입해야하는 등 소비자들에게는 위험 부담이 컸다. 건설업체도 건축기간동안의 사업위험을 과대 평가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게다가 돈을 미리 받고 건축에 들어가는 만큼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부실시공과 품질 저하 우려도 있었다.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건설업자가 집을 지어 분양하는 후분양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후분양제를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지금까지 선분양제를 허용해 온 것"이라며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가 넘은 상황에서 후분양제도의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주택 경기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등의 조치를 도입하면서 선분양제는 주택의 실수요자 뿐 아니라 매각 차액을 노린 투기세력의 가수요를 유발시키는 등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받아왔다.

따라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으로 후분양제 실시가 강력하게 요구됐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후분양제가 포함된 것도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후분양제가 향후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분양제 과연 부동산 시장 안정시킬까

주택 후분양제 과연 부동산 가격 잡을 수 있을까?
주택 후분양제 과연 부동산 가격 잡을 수 있을까? ⓒ 오마이뉴스 남소연
후분양제가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후분양제로 공급이 줄어들어 들고 기업의 비용부담이 높아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투기세력의 가수요가 걷혀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해 맞서고 있다.

후분양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무이자로 선납받던 건설자금을 업체가 금융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것에 근거한다. 국토연구원은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조당해야할 자금의 규모를 2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40-6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재무구조가 취약해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중소건설업체들은 아예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업체는 한국주택협회 및 대한주택건설사업회 소속의 건설업체 347개사 가운데 27%인 97개사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주택 건설 실적(1999년-2001년 기준)은 연평균 10만4663가구(전체 공급물량의 45%)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이 퇴출될 경우 이들 물량 중 상당부분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택업체들이 새롭게 조달해야할 연간 21조원에 이르는 건설자금의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전가될 것이라는 점도 분양가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선분양제 때와 같은 수익을 내기위해서는 50% 공정 후 분양하는 경우와 완전 준공한 뒤 분양하는 경우를 비교해 볼 때, 소형주택은 각각 6.2%와 11.1%, 중형주택은 8.3%와 11.6% 대형주택은 8,4%와 12.1%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후분양제도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분양권 전매 시장이 사라져 투기수요가 걷힐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외환위기 이후 허용된 분양권 전매가 그동안 시장 불안정의 주 요인이었던 만큼 후분양제가 투기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시장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후분양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주택 가격이 품질에 따른 소비자들의 수요로 결정될 것으로 보여 간접적으로 분양원가 공개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권영준(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경희대 교수는 “초기에는 분양가가 약간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선납금으로 포기해야했던 이자와 선분양시 감수해야하는 사후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분양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후분양제가 분양권 전매 시장을 소멸시켜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장기적으로 후분양제가 정착되면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면서 지금까지 공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가격결정이 더 이상 힘들어질 것”이라며 “투기수요로 인해 형성된 거품까지 빠지면 공급자들은 완제품을 놓고 시장에서 경쟁해야한다. 공급자들은 미분양을 우려해 원가에 정상이윤을 더한 분양가로 공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현재 정부의 안이 후분양제를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인 만큼 단기적으로 갑작스런 공급위축이 발생하지 않을 것”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후분양제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후분양제가 임대주택을 주로 공급하는 공공부문에서만 우선 실시되고 민간업체들의 적극적인 후분양제 참여가 미지수라 시장 안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택시장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민간 업체들은 후분양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되는 민간주택 시장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2007년이면 정권 말기로 접어들기 때문에 후분양제 성공여부는 그때의 시장상황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의지와 투자금융활성화가 선결 조건

결국 후분양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민간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주변 여건의 성숙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업체들의 주택건설자금의 자기자본비율이 30%미만인 상황에서 민간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PF)의 활성화가 선결조건으로 요구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란 금융회사들이 수익성 있는 사업에 무담보로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으로 현재 부동산 관련 PF는 상당히 미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또 현재 선분양에 주어지고 있는 혜택을 과감히 폐지하고 업체입장에서는 위험이 더 높은 후분양제에 참여하는 만큼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확대하는 등 민간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정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후분양제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후분양제가 정착되는 동안 조세정책을 비롯한 여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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