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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베이 해변에서
미션베이 해변에서 ⓒ 김우출
칼턴 호텔에서 체크아웃 한 후에 오클랜드의 부자 동네라는 미션베이 해변을 찾았다.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조깅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근해(近海)에 보이는 말뚝은 큰 파도로부터 요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고, '랑기토토'라는 작은 섬은 800년 전 화산 폭발로 생겨난 것이라고 가이드는 설명을 했다. 그 섬에는 집이 네 채 있는데 평상시에는 살지 않고 별장으로 쓴다고 했다.

시내와 북부 지역을 잇는 아치형 다리는 '하버브리지'라는 곳인데, 다리도 아름답지만 다리 밑의 요트 정박장 옆에는 자그마한 카페가 있다. 갖가지 모습의 요트를 배경으로 커피 한 잔을 하면 내가 뉴질랜드에 와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

마운틴이든(에덴동산)에서 오클랜드 시를 내려다보면 전체 도시가 숲과 공원으로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문득 6·25 참전 기념비에서 '포호투카화(일명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불리는 오클랜드 시목(市木) 하나가 400년이 넘었고, 한 그루가 점유한 면적이 400평이 넘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400년된 포호투카화
400년된 포호투카화 ⓒ 김우출
에덴동산의 분화구에는 중국(中國)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가이드는 월드컵 때는 교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 돌을 모아서 썼다고 했다. 우리 일행이 내려가서 우선 급한 대로 돌을 주워 모은 후, '한국'이라고 글을 쓰고 나니 마치 우리들이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 일행은 가이드가 큰 장어를 보여준다고 해서 '웨스턴스프링스' 공원으로 향했다. 이 나라에서는 사람이 먹는 식빵을 하루만 지나면 싼값으로 파는데, 장어나 오리와 갈매기들의 먹이로 활용한다고 했다. 오리와 고니들을 식빵으로 불러서 사진을 찍고 노는 모습들이 너무나 평화스럽게 느껴졌다. 공원까지 마중을 나온 D 선생님이 우리 일행의 버스에 올라왔다. 가이드가 네 번째로 바뀐 셈이다.

테니스를가르치는키위
테니스를가르치는키위 ⓒ 김우출
1번 고속도로가 북부 지역을 관통하여 뉴질랜드 최북단 케이프레잉아 지역가지 이어지는데, 이 도로를 따라 30분쯤 올라가면 '오래와' 지역까지 갈 수가 있다. 예전에는 은퇴한 노인들의 휴양도시였는데, 지금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웨라 온천 지역까지 연결돼 있고, 멋있고 입장료가 비싼 홀보우어 골프장이 있어서 관광 휴양 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D 선생님의 안내로 구명조끼를 하나씩 입고 2인 1조가 되어 카누를 탔다. 선생님이 약속했던 것처럼 승마나 카누 둘 중 한 가지를 선보인 셈이다. 선생님의 집으로 가는 길은 차가 정체되었다.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보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이 곳에서 영어 교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대학원 과정을 하고 있는데, 자신과 두 딸의 학비에 생활비까지 보태면 지난 1년 간 우리나라 돈으로 8000만원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집에 도착하니 D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갖가지 음식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배불리 먹었다. 일행 중 하나가 뉴질랜드에 왔으니 하루만이라도 여기의 습속을 따르자면서 설거지를 자원했다. 자전거와 산책을 즐긴 후에 술자리로 이어졌는데, 마침 이곳의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전직교사 한 사람이 방문하여 서로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이 꿈결같이 지나가고 새벽이 되자, 아침을 식빵과 계란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 우리들이 탄 버스는 08시에 오레와를 출발하여 다시 오클랜드 공항으로 달렸다. 집 주위에 우리나라 무궁화 꽃이 있길래 옮겨 심은거냐고 물었더니, 무궁화의 학명이 하이비스쿠스인데 이곳에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은 후일을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오전 11시 50분에 오클랜드 공항을 출발한 OZ 608 비행기는 4시간의 시차를 거슬러 올라 인천 공항을 저녁 7시 20분에 도착했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는 짐을 찾고 귀국 수속을 끝낸 우리들을 태우고 달려서 밤 11시쯤 영주에 내려놓았다.

덧붙이는 글 | 영주시민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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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주고등학교, 선영여고 교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경작가회의, 영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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