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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잔속에 그려진 '세 발 까마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그림 옆에 있는 회사이름은 흐리게 했다
술 잔속에 그려진 '세 발 까마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그림 옆에 있는 회사이름은 흐리게 했다 ⓒ 이양훈
몇 년이 지난 지금 술과 술병은 다 마시고 치워버린 탓에 없어져 버렸지만 술잔은 남아 한 잔 술을 마실 때 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술잔에 그려진 그림은 바로 '삼족오(三足烏)'라 불리는 '세발 달린 까마귀'이다. 과연 이 '세 발 까마귀'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기에 술 잔 속에 그려져 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의식속에서 까마귀는 죽음을 부르는 기분 나쁜 새로 자리잡고 있지만, 고대의 우리민족은 까마귀를 '신(神)의 사자(使者)'로 귀히 여겼고 중국에서도 까마귀는 '현조(玄鳥)'로서 북방을 지키는 새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는 북방을 검정색으로 나타내는 오행사상에서 나온 것인데 북방은 수(水)를 차지하고 있고 이 '수(水)'의 의미가 상서로운 '탄생과 시작'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의 전령인 성스런 신물(神物)에 왜 발이 세 개가 달린 걸까? 이는 우리 고유의 삼사상(三思想)에서 유래한다고 보여진다. 바로 삼신을 일컫는 것으로 완성의 숫자로 '삼(三)'을 숭상한 것이 그것이다. '천지인(天地人)'이라는 만물의 완성체를 가장 완전한 것으로 인식하여 삼신사상이 유래되었는데 단군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삼사상'에 입각하여 국가의 기틀을 '삼조선'으로 삼아 일명 마한·진한·변한으로 칭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발(足)이 세 개인 것은 이 삼족오 말고도 '삼족정(三足鼎)'이라는 것이 있어 단군 조선의 유물로 나타나고 있다. '세 발 달린 솥'은 단군왕검시대의 제기(祭器)로서 국가를 다스리는 이념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국가 치도(治道)의 이념을 상징한 것이 '세 발 달린 솥'이라면 군왕 즉, 단군왕검을 상징한 왕가의 문양이 바로 '세 발 달린 까마귀'인 것이다. 발이 두 개인 신의 전령 까마귀는 단순히 천(天)과 지(地) 즉, 신의 뜻만을 전달하는 의미이지만 이 불완성체의 까마귀에 인간을 상징하는 발 하나를 더 붙여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되어 천지인(天地人)을 의미하는 완성체적인 '신의 전령'이 된 것이다.

'삼족오'는 태양에 살면서 태양의 불을 먹고 사는 태양의 전령으로 전설에 나타나는데 태양은 바로 하늘 혹은 밝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더 올라가면 환(桓)이 되고 배달(밝달)이 된다.

우리 역사상 이 '세 발 까마귀'를 가장 많이 표현한 나라가 바로 '고구려'이다. 고구려 벽화에는 풍속화, 초상화, 사신도 등과 함께 성신도(星辰圖:천체의 그림)가 많은데 성신도에는 해와 달, 별자리 등이 그려져 있고 해 속에는 까마귀가 그려져 있다.

이 까마귀가 바로 삼족오이다. 해 속의 까마귀는 달 속의 개구리(金蛙, 혹은 두꺼비)와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 까마귀는 검은 색으로 되어 있고 다리가 셋이다. 이 '세 발 달린 까마귀'는 해의 상징으로 양(陽)의 뜻이고 개구리로 상징되는 달은 음(陰)의 뜻이다.

즉, 음양론의 한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삼족오'는 고구려 쌍영총, 각저총, 덕흥리 1호, 2호 고분, 개마총(鎧馬塚), 강서중묘, 천왕지신총, 장천 1호분, 무용총, 약수리 벽화고분, 그리고 다섯무덤(오회분) 4호묘, 5호묘 등에 그려져 있다

스스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손족(天孫族)임을 자처하던 고대의 우리 조상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이 '삼족오'를 숭상의 대상으로, 또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다. 하늘의 뜻을 이어 지상의 왕을 하는 단군의 상징물로 이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세 발 까마귀'에 대한 신앙심들은 그 후로도 오래도록 이어져 마을 어귀 큰 기둥 위에 새를 조각하여 올려놓았던 '솟대'에도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신성한 천제단이 있는 '소도' 임을 알리는 표시인 솟대에도 이렇게 한민족 광명신앙의 상징 삼족오가 올려져 있는 것이다.

고구려가 자신들의 역사라고 생떼를 쓰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생각하며, 오늘 저녁 마시는 소 주 한 잔에도 나는 웅혼했던 고구려와 드높았던 동방민족의 자부심을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단지 필자의 간단한 소회를 표현한 것으로 전문적인 역사가들의 견해와 다를 수 있으며, '삼족오'에 대한 것은 인터넷의 여러 자료들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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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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