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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후 중증장애 아들 간병 문제로 걱정하는 옥씨
자신의 사후 중증장애 아들 간병 문제로 걱정하는 옥씨 ⓒ 황원판
교통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된 아들을 둔 옥정남(64·마산시 회성동)씨의 가장 큰 고민이다. 그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 중증장애를 안고 있는 아들을 누가 돌봐줄지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해가 바뀌어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건강이 나빠질수록 이런 걱정은 더 커진다고 한다.

극진한 아들 사랑으로 소문난 '가시고기' 아버지

긴 간병으로 '반 의사'가 된 그는 9년째 매일 아침 8시와 오후 1시면 어김없이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밀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등 아들의 재활 치료에 지극한 정성을 쏟고 있다.

이제는 이웃 사람들이 옥씨가 아들 휠체어를 밀고 나타나는 것을 보고 아침·점심 시간을 알 정도가 되었다. 극진한 아들사랑을 실천하는 그에 대한 이웃의 칭송도 자자하다.

옥씨 부자는 지난 28일의 혹한에도 변함없이 아들 재활치료를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이 모습이 안쓰러워 한 이웃 주민이 "추울 때는 나오지 마소"라고 말하자 미소띤 얼굴로 "춥다고 밥 안먹소?"하고 대답할 정도로 '밥 먹는 일'처럼 일상 생활이 되었다.

동네를 휠체어로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1시간이 걸린다. 길을 가다가 양지바른 곳이 나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앉아 5분 정도 물리치료를 병행하는데, 동네를 한 바퀴 돌 동안 3∼4회 정도 물리치료를 한다.

옥씨 부자에게 하루 두 번 휠체어로 동네를 도는 재활치료는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답답한 방안을 떠난 부자간의 '정겨운 세상 나들이'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옥씨의 지극한 사랑으로 아들이 3년 전부터 휠체어에서 일어서기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뇌 수술로 인한 '발작' 증세도 사라지는 등 좋은 치료 성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왼쪽 팔·다리 지체장애와, 언어·시각·사고 장애는 여전하다. 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여 아직 죽을 먹어야 하고, 약 2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긴 간병에 반 의사가 된 옥씨가 집에서 물리 치료를 하고 있다.
긴 간병에 반 의사가 된 옥씨가 집에서 물리 치료를 하고 있다. ⓒ 황원판

스스로 걷도록 부축하고 있다.
스스로 걷도록 부축하고 있다. ⓒ 황원판

3년 전부터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3년 전부터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 황원판

양지 바른 곳이 나오면 틈틈이 야외에서도 물리 치료를 한다.
양지 바른 곳이 나오면 틈틈이 야외에서도 물리 치료를 한다. ⓒ 황원판
장애는 어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것

"아들이 뺑소니차에 치여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빨리 오세요."

지난 96년 5월 7일. '어버이 날' 전날에 옥씨 부부에게 청천벽력 같은 전화가 병원에서 걸려왔다. 남의 일로만 여긴 교통사고와 장애가 눈앞에 다가오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아들 옥재윤(당시 26세)씨는 대기업 사무직원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인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반장과 장학생으로 열심히 생활하였고, 군에 다녀와서 직장생활을 할 때도 모범사원이었다고 한다.

힘든 직장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관심 분야인 '요리' 소질을 살리기 위해 틈틈이 요리학원과 야간 전문대학 식품영양학과를 다니며 '요리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열심히 살아온 아들이었다고 한다.

특히 평소 착하기로 소문난 아들 옥씨는, 사고 당일에도 자신이 다니던 야간 전문대학 학생들과 '백혈병 어린이 돕기 일일찻집'을 열었고, 다음 날 '어버이 날' 행사 준비 때문에 늦도록 회의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8번의 뇌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교통사고였으나, 뺑소니 사고여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해 어려운 형편에 '설상가상'으로 더욱 딱한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치료비 등 '경제 문제'

옥씨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한 달에 약 1백만 원 정도 드는 치료비와 생활비다. 계속 빚이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이라는 옥씨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아들 간병을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이 된 아들 대소변 수발, 물리치료 등 간병을 위해 다니던 공사장 일용직 일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할 수 있는 '폐지 모아서 파는 일'을 하고 있지만 1년 수입은 1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옥씨의 부인도 아픈 몸으로 1달에 1주일 정도 공사장 일용직 일을 하지만, 1일 1만 5천원에서 2만원 정도의 수입으로는 본인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도 한다.

옥씨가 치료비 등 '생활고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옥씨가 치료비 등 '생활고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 황원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준 지가보다) 집이 조금 크다고 해서 시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아무 도움도 못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집을 팔고 셋방살이를 하려고 해도 장애자 둘을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 누가 방을 주겠습니까? 또 받아준다고 해도 달세는 누가 내겠습니까? 그래서 이리도 못하고 저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 1급 지체 장애인이지만 보조신발 구입비와, 휠체어 구입비의 80% 혜택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 지원도 못받고 있습니다. 한 달에 아무리 절약, 절약해도 약값과 생활비가 1백만원 이상 들어가니까 막막합니다. … 1년에 한 번 사회단체에서 위문품으로 쌀 한 포대 주는 것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마저도 없습니다."

고통 중 행복 비결, '더 어려운 사람 비교하며 살아'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옥씨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은 '더 어려운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 이라고 한다.

눈물로 세월을 보낸 부인 이순이(60)씨는 "TV에 나오는 더 어려운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늘 감사하며 산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기도 하는데, 그래도 목숨이 붙어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문열면 '엄마가?' 하고 맞아주는 아들 목소리 듣고 싶어 뛰어옵니다. TV에서 보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더 어려운 사람과 비교하면서 늘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아들 옥재윤(34)씨도 "더 힘든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도 많다"며 더 어려운 사람과 비교해 자신의 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특히 헌병대 출신인 그는 "힘든 물리치료를 받을 때면 더 힘들었던 군대생활을 떠올리며 이겨나간다"고 했다.

"다 힘들게 군대 생활을 했겠지만, 저도 군기 세기로 유명한 헌병대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무척 힘들었습니다. 재활 훈련이 좀 힘들더라도 그때를 생각하며 참고 이겨나갑니다. 어떤 때는 마음속으로 군가도 부르며 걸어봅니다."

힘들었던 헌병대 군생활 사진을 보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아들
힘들었던 헌병대 군생활 사진을 보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아들 ⓒ 황원판
그래도 어려움을 이기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

옥씨 가족에게도 소중한 꿈이 있다. 그리고 이 꿈은 어려운 현재의 삶을 이기게 해주는 힘이 된다고 한다.

아들 옥재윤씨의 새해 소망은 "우선 빨리 나아서 엄마, 아버지와 함께 설악산 등산 한 번 하는 것"이라며 장래 희망은 "앞으로 한식점을 경영해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님 잘 모시는 것'이 꿈이라고 하자 서로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옥씨 모자
'부모님 잘 모시는 것'이 꿈이라고 하자 서로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옥씨 모자 ⓒ 황원판
어머니 이순이씨는 아들의 이런 소원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아들이 빨리 나아서, 자기 볼 일 볼 수 있게 되는 것"외에는 더 바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 옥정남씨도 "아들이 하루빨리 완쾌되는 것"이 소원이라며 아울러 새해에는 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도 많아져서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했다.

"아들이 낫는 것이 첫째 소원이고, 또 경제가 좋아져서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이 바람입니다. 그래야 장애인이나 어려운 사람도 좀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일이 없고 돈도 없으면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돌볼 이 없는 재가 중증장애인 '간병 도우미' 있었으면

옥씨 가족의 경우처럼 가족이 일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일 경우 부모가 돌봐야 하는 현실은 모두를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다. 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관계로 부모가 일을 나갈 수 없고, 특히 부모의 사후에는 장애인이 갈 곳이 없는 딱한 처지가 되기도 한다.

장애인단체에서는 이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장애인복지발전 제2차 5개년 계획'에 이미 포함되어있는 '장애인 연금제도'를 조속히 시행하여 주변 이웃이나 친척들이 돌볼 수 있도록 하거나 스스로 자립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한다.

그리고 △주택 개조 보조 △체험 홈 △생계 보조 등 복합적인 노력과 함께 당장 돌볼 이 없는 '재가 중증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는 △'간병 도우미'제도를 공익근무요원이나 공공근로자를 활용해 시행하는 것도 매우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옥정남씨 가족 후원 안내 

* 계좌번호 : 경남은행569-22-0124164 (예금주 : 옥정남) 
* 전화번호 : (055) 299-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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