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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세시풍속 '신구간'을 아시나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신구간 풍습이 전해지고 있는 제주도. 왜 제주 사람들은 신구간 기간에만 이사를 하는 독특한 풍습을 지켜오고 있는 것일까?

제주 사람들은 예로부터 가옥의 신으로 성주가 있고 대문신으로 문신, 부엌에는 조왕신, 울타리 돌담의 신으로 울담지신, 집터를 지켜주는 오방토신과 토지신 등 집안의 특정 사물이나 주거지 요소마다 1만8000신이 있다고 믿었다. 신의 허락 없이 행동했다가 병이 생기고 사람이 죽는 등 좋지 않은 일이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구간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내려온 수많은 신들이 그 임기를 다하여 하늘로 올라가고 새로운 신들이 부임해 오는 기간으로 이들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내려오는 데 걸리는 기간에 지상에는 신이 없다고 믿었는데 바로 그 기간이 신구간이다.

▲ 신구간을 맞아 이사하고 있는 제주 사람들
ⓒ 김현철

신구간은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까지의 기간인데 보통 이 기간에 이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한 해의 운이 좋지 않거나 길일을 잡기 어려워 행하지 못했던 건축, 수리, 이사 등 가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간을 신구간이라 믿었고 평소에 금기시 되던 일들을 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었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이 기간에 이사를 비롯해 집의 일부를 고치고 울타리 돌담을 정리하고 묘소를 손질하는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곤 했다. 제주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관념을 통해 우리의 고유한 풍속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특히 농경사회였던 그 옛날 가장 농한기인 겨울에 신구간이 있었을 것이고 이 때에 평소 바쁜 농사철에 미뤄왔던 일들이나 이사와 같이 많은 손을 빌어야 하는 일들을 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새롭게 농사일에 접어들어야 하는 입춘 전에 농사 이외의 일들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경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미생물의 활동이 가장 적은 겨울철에 변소나 헛간을 수리함으로써 각종 전염병 등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정보화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천과 풍요로운 생활 여건으로 인해 고유한 풍습인 신구간 풍속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제주섬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신구간 이사철. 아직까지 제주토박이들의 삶속에 남아 있는 신구간은 최근에 와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폐지를 논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제주인들은 아름다운 제주의 축제로 승화시켜 아름다운 세시풍속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제주의 독특한 신구간 풍속을 바라보면서 농경사회에서 어려움을 극복하여 왔던 옛 선인들의 지혜가 오늘날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농촌현실을 비쳐볼 때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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