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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녀석. 엄청 약다.
생쥐녀석. 엄청 약다. ⓒ 느릿느릿 박철
시골에서 살다보니 겨울철 가장 골칫거리는 쥐 때문에 겪는 일이다. 날이 추워지면 쥐들도 따뜻한 곳을 찾는 모양이다. 우리가 사는 집은 콘크리트 벽돌집인데, 어느 구멍으로 쥐가 들어왔는지 사방이 쥐똥이다. 비닐 장판을 갉아 놓기도 하고, 광으로 사용하는 복도에도 쥐가 물어다 놓은 콩, 마른 고추,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널려있다.

한밤중이면 완전 쥐 세상이다. 책장 뒤에서‘사각사각’ 거리질 않나, 숨바꼭질을 하는지 쿵당거리며 뛰어다니며 별별 쇼를 다한다. 한밤중 쥐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면 그 다음부터 한바탕 쥐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베개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잠깐 뿐이다.

쥐를 잡으려고 일명 ‘끈끈이’를 사다가 쥐가 다니는 길목에 갖다 놓아도 잘 안 잡힌다. 어제는 대낮에 거실에 쥐가 나타났다.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가장인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쥐가 고가구 탁자 밑으로 숨었다. 슬쩍 모습을 나타냈다 다시 숨었는데 엄청 큰 쥐였다. 방문을 다 닫게 하고 쥐가 싱크대나 다른 쪽으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쥐 생포 작전에 돌입했다. 두 아들 녀석은 쥐가 나타나면 쥐를 잡겠다는 폼이 아니고 쥐에게 물릴까봐 벌벌 떨는 폼을 하고 있다.

“야, 이 녀석들아, 벌벌 떨지 말고 쥐가 나타나면 문 쪽으로 쫓으란 말이야!”

발로 밟아 부서진 탁자.
발로 밟아 부서진 탁자. ⓒ 느릿느릿 박철
탁자 밑으로 들어간 쥐를 무슨 수로 잡는단 말인가? 탁자 밑에 작은 공간이 있는데 위에 압력을 가하면 쥐가 압사(壓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른발로 냅다 탁자를 밟았다. 그랬더니 “우지직~” 하면서 탁자가 부서졌다. 아내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아니 쥐를 잡으라고 했더니 멀쩡한 탁자를 부서뜨려요!”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탁자를 살짝 들었다 놓았다. 탈출을 엿보던 쥐, 탁자를 살짝 들었다 놓자 탁자 밑에 꼬리가 끼었다. 손으로 쥐꼬리를 붙잡고 빗자루로 쥐 몸통을 공격했다. 30분 동안 쥐와 싸움에서 내가 이겼다. 쥐를 밖에 내다버리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식은땀이 흐른다. 아내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교회 밑 작은 토담집에서 사시는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방 구석구석에 쥐가 구멍을 뚫어 놓아서 살 수 없으니 어서 와서 쥐구멍을 틀어막아 달라는 것이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어머니 집으로 내려갔다.

“무슨 놈의 쥐가 고양이만하다니? 고양이만한 쥐가 아무 때고 왔다 갔다 하는데 쥐 때문에 어디 살겠어?”

ⓒ 느릿느릿 박철
어머니가 조금 화가 나신 모양이다. 온갖 잡다한 물건으로 가득한 건넌방 여기저기에 쥐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머니는 흙을 물에 개서 흙으로라도 틀어막으라고 하신다. 아무래도 진흙으로 틀어막아 봐야 또 뚫을 것 같아 이웃집에 가서 쓰다가 반포쯤 남은 타일용 시멘트를 얻어왔다. 찬물에 시멘트를 개서 손으로 발랐더니 얼마나 차던지 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쥐구멍을 다 틀어막고 쥐약을 사다가 쥐가 다니는 길목에 놓았다. 어머니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시는가 보다.

“집이 옛날 흙집이라 쥐가 구멍을 잘 뚫는 모양이야, 날 따뜻해지면 사람을 사서 흙벽을 시멘트로 미장을 해야겠어.”
“그런다고 쥐가 안 들어오겠어요. 시골에서 살려면 쥐하고도 친하게 지내야 돼요. 어쩔 수 없어요. 쥐들도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냥 대충 참고 사세요.”

보일러 광에 들어갔더니 쥐가 물어다 놓은 것이 잔뜩 쌓여있다. 빗자루로 대충 치우고 말았다. 겨울이면 시골에선 쥐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단기전 승부에는 사람이 쥐보다 강할지 모르지만 장기전 승부는 쥐가 사람보다 더 강하다. 그러니 쥐와 적당하게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밤에 수면 방해만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내가 쥐밟은 이야기
'만석'하지 못하고 '앗! 만석!' 해버렸다.

내가 살면서 받은 가장 큰 충격은 뭘까? 그건 단연 쥐 밟은 경험일 것이다. 아직도 생생한 그 기억! 쥐를 밟은 일이다. 그것은 지금부터 37년 전의 일이다. 당시 우리는 영주 재건 주택에서 살았다. 6남매 중의 4남매가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큰오빠와 오빠친구들도 놀러와 있었다. 겨울 밤, 강냉이를 튀겨다 놓고 먹던 우리는 목이 칼칼해져서 물을 마시고 싶었고, 그 일은 당연히 마음 착한 나의 몫이었다.

방이 두 개가 있었지만 연료비를 아끼느라 한 방만을 사용했었는데, 부엌은 방을 나와 마루를 지나 다른 방을 지나야 했다. 그 방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었는데 부엌 알전구의 스위치를 돌려 불을 켜고 무심코 부엌에 발을 내려놓은 순간, 맨발아래 약간 따뜻하면서 보드랍게 ‘물컹’ 하는 감촉이 느껴졌다. 쥐였다.

나도 놀랐지만 나만큼이나 놀란 쥐가 나의 발을 물었고 난 놀라고 아파서 ‘악!’ 소리를 지르면서 그야말로 0.1초 만에 방과 마루를 지나 모두가 있는 방으로 왔다. 모두들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너무나 놀라서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었다. 한참이 지나 마음이 조금 진정된 후 난 울면서 쥐를 밟았고 쥐에게 물린 이야기를 했다.

내 얘기를 들은 오빠와 언니는 웃으면서 아주 재미있어 했지만, 난 그 맨발에 느껴지던 따뜻하고 물컹했던 그 감촉이 소름끼쳤다. 한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며칠동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쥐에게 물린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가 쥐에게 물려서 ‘악!’ 소리를 하기 전에 ‘천석!’ 하면 천석꾼이 되고 ‘만석!’ 하면 만석꾼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쥐에게 물리면 만석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쥐구멍을 보기만 하면 쥐구멍에 발을 대고는 쥐에게 물리려고 노력을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얼마 후 정말 쥐에게 물렸다. 그런데 막상 쥐에게 물려서는 ‘만석!’ 하지 못하고 ‘앗! 만석!’ 해버렸다. 그때 ‘앗!’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만석꾼이 되어 부자로 살고 있을 텐데 아직도 만석꾼의 꿈은 요원한 채 이렇게 살고 있다. 그 쥐를 밟았던 그 감촉을 가끔씩 새기면서…. / 김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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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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