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린비 출판사에 들어서자 "NO WAR" 반전 포스터가 바로 눈에 띄었다.
그린비 출판사에 들어서자 "NO WAR" 반전 포스터가 바로 눈에 띄었다. ⓒ 서상일
김현경 편집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린비 출판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NO WAR" 반전 포스터. 눈에 띄는 자리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예리한 후각'(?)으로 냄새를 감지한 기자는 그린비 유재건 대표에게 이에 대해 물어 보았다. 유 대표는 "출판사 공동 반전 광고에 사용한 그림"이라고 밝힌다.

'출판사 공동 반전 광고'라니? 기자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자, 작년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 뜻이 맞는 출판사들이 모여 공동으로 <한겨레신문>에 반전 광고를 낸 것이라고 한다.

기자는 의미 있는 출판사들의 공동 행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출판사들이 어떤 사안을 놓고 공동 행보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출판인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출판사의 현실참여와 연대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유 대표는 "이라크 전쟁이 났을 때도 반전의 목소리를 담은 출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출판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시에 "출판도 언론"이라며 "단행본 출판사가 양적인 힘은 적고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이슈를 차분하고 긴 호흡으로 깊게 성찰하는 것은 출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재건 대표
유재건 대표 ⓒ 서상일
실제로, 엄혹한 군사 독재 정권 시절,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제도권 언론을 대신해 출판은 사실을 알리고 현실에 대해 치열하게 분석하는 등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당시는 출판인 스스로 출판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시절이었다.

그런 점에서 유 대표는 아쉬워한다. 즉 "출판인들이 스스로 자기 사명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하는 데 요즘은 많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어 유 대표는 출판사가 책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과 관련, "좀 더 적극적으로 출판의 역할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즉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동참하고 사회적 아젠더를 이끄는 출판 본연의 역할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사의 현실참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개발할 필요 있어"

<송인소식>이라는 출판인들을 위한 소식지가 있다. 겉모양은 볼품없어 보이지만, 우리 시대 출판 담론을 이끄는 소중한 역할을 하며, 출판인들 사이에서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은 소식지다.

바로 그 <송인소식> 119호(2004년 1월 5일자)에서 그린비의 유재건 대표는 창해 출판사에서 출간한 소설 <배후>가 당하는 '시련'에 대해 한 마디 했다. 소설 <배후>는 1987년 벌어진 KAL기 폭파사건에 대해 강력한 의혹을 제기하는 책이다.

작년 말에 국정원 직원이 이 책의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그린비의 유 대표는 "사건의 전모가 의혹투성이인 그런 사건이 어떻게 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그런 작은(?) 일이라는 건지 그 억지와 유머감각이 부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대표는 "이 사안은 출판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지적하고, "금기와 터부 속에서, 상상력의 제한 속에서 어떤 책은 내도 좋고 어떤 책은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나아가 그는 "지금은 창해 출판사지만 언젠가는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며, "출판인들이 다양한 현실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어깨 걸고 연대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기자는 이에 대해서도 유 대표의 발언을 들어보았다. 그는 "이번 소설 <배후> 사건도 만약 해당 출판사가 힘들어지면 내 문제라는 생각으로 할 마음이 있다"고 여전히 의지를 보였다.

더 나아가 그는 "출판사의 현실참여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시대와 함께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거리 나가서 시위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출판의 역할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출판사의 현실참여와 연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고 고민해 볼 일이라고 본다. 뜻있는 출판사들의 연대를 기대해 본다.

그린비를 포함한 출판사들의 공동 반전 광고. 하단에 참가한 출판사들의 이름이 보인다.
그린비를 포함한 출판사들의 공동 반전 광고. 하단에 참가한 출판사들의 이름이 보인다. ⓒ 그린비 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