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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르네상스의 세 거장>
책 <르네상스의 세 거장> ⓒ 사계절출판사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이 세 예술가의 이름은 아무리 미술에 문외한일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 유명한 작품 <모나리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발명품을 고안했다는 점에서 과학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초에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예술가라는 점. 또 다른 특이 사항은 세 사람 모두 천재적인 예술 재능을 갖고 있어 후대에도 빛나는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르네상스의 세 거장>은 이 세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시대에 대한 조명과 함께 이들의 천재적인 업적과 일대기를 이야기한다. 보통 미술사적 관점에서 작품과 작가를 논할 경우 학술적이며 딱딱한 내용이 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태어나고 자란 피렌체는 황금 시대로 불릴 만큼 풍요로움을 간직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었다. 이처럼 풍부한 문화와 예술의 향기 속에 다빈치는 자유로운 창작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그가 태어나고 활동한 시기는 르네상스의 초기 시대로, 이 시대의 화가들은 중세적 억압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롭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1472년부터 1475년 사이에 베로키오는 '예술 세례' 장면을 큼직하게 그려 달라는 주문을 받고 공방 제자 레오나르도에게 일감을 떼어 준다. 그림 한쪽 구석에 천사와 배경이 되는 풍경을 손보아 달라고 맡긴 것이다.

큰 작업은 아니었지만 레오나르도는 놀랄 만한 솜씨를 보였다. 베로키오는 레오나르도가 그린 천사를 보고 감탄한 나머지 다시는 붓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베로키오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레오나르도는 간단한 소묘 실기나 작업 재료를 준비하는 일부터 미술 공방에서 배워야할 모든 지식을 이곳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그의 천재적 재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세기를 뛰어넘는 걸작들은 다빈치의 손에서 마술처럼 만들어졌다. 다빈치는 스스로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의 골격을 연구하고, 단순히 대상의 생김새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과 결과의 상관 관계를 읽어 내려 애썼다.

이와 같은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모나리자>와 같은 걸작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미켈란젤로 또한 마찬가지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숨기지 못하고 공방에 들어간 미켈란젤로는 월급까지 받으면서 공방에 들어간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소묘는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개성이 강하고 기법이 새로워서 기를란다요를 놀라게 했다. 기를란다요는 은근히 질투가 날 정도였다. 스승과 제자였지만 둘 사이에는 드러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켈란젤로는 공방을 빠져 나와 피렌체 시를 돌아다니며 혼자서 공부를 계속했다. 시내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도나텔로의 조각 작품, 산타 크러체 교회에 그려진 조토의 프레스코,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교회에 있는 마사초의 프레스코는 누구보다 뛰어난 스승이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피렌체 시장 소데리니에 의해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기회를 갖게 된다. 피렌체 시장은 이 둘을 경쟁하게 하여 좋은 미술 작품을 얻고 싶어했다. 그리고는 시청사의 홀에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는 벽에다 그림을 그리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결국 무산되고, 이 위대한 예술가들은 모두 독보적 위상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이 두 사람의 명성이 피렌체를 뒤흔들 때에 청년 라파엘로 또한 피렌체에 도착한다. 드디어 세 거장이 한 곳에 모인 것이다.

당시 라파엘로는 어린 나이여서 크게 유명세를 타진 않았지만, 충실한 미술 수업과 재능으로 두 거장과 견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빈치가 죽고 로마로 건너간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후원 하에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바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작품 <시스티나 성당 벽화 시리즈> 또한 탄생한다. 미켈란젤로는 매우 열정적인 태도로 이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예산이 떨어져 조수들이 다 나간 상태에서도 혼자 작업에 몰두하여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미켈란젤로.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리고 있는 동안 라파엘로를 불려 교황 집무실 벽화를 그리게 한다. 미켈란젤로에 대한 라파엘로의 존경심은 이 벽화에 그의 얼굴을 그려 넣는 것으로 표현된다.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라는 르네상스 세 거장의 예술성은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후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들의 작품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자유롭고 풍부한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 주는 스승과 후원자들이 있기에 이들은 세기를 초월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현대 미술이 그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때에, 미술사적으로 빛나는 이 시기의 상황을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르네상스의 세 거장

클라우디오 메를로 지음, 노성두 옮김, S. 보니 외 그림, 사계절(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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