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랜만에 만난 장뱀입니다. 2차로 집 근처 선술집에 잠시 들렸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장뱀입니다. 2차로 집 근처 선술집에 잠시 들렸습니다. ⓒ 유성호
"아직 저녁 안먹었재?"
경북 왜관이 고향인 장뱀은 많은 부모들처럼 아이들 교육 때문에 1년반 전에 대구로 나와 산다고 했다. 사업장과 사회단체 활동 본거지 모두 왜관에 위치해 있다. 전보다 먼 출퇴근길이지만 표정이 밝은 것은 '맹모(孟母)의 미소' 쯤으로 읽힌다. 수성구 쪽 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형수와 아이들은요?"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뱀이 입구를 향해 손짓을 한다. 형수와 막내딸이 들어왔다. 형수는 전역 후에 두 세번 봤기 때문에 낯이 익다. 아이는 형수를 닮았다. 딸이 없이 아들만 둘인 나로서는 참 부러운 모습이다.

"장뱀 그거 기억납니까?"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이 남자들 세계다. 하물며 같이 군 생활을 했으니 군대 이야기는 필연적인(?) 화제 거리다. 장뱀은 유난히 머리가 크다. 하루는 행군을 하기 위해 군장을 꾸리고 연병장에 도열해 있는데 장뱀이 유난히 눈에 띈다.

행군 중 철모는 무게 때문에 여간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군인이 철모를 벗고 행군을 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철모는 내피와 외피로 구분되어 있는데, 외피는 철로 만들었기 때문에 철모다. 내피는 얇은 합성수지로 만들어서 철모에 비해 아주 가볍다. 철모를 쓰다가 외피만 쓰면 날아갈 듯 할 정도다.

혼자 있으면 머리가 얼마나 큰지 잘 모릅니다. 만만치 않은 저의 머리도 장뱀 옆에서는 '조족지혈'입니다.
혼자 있으면 머리가 얼마나 큰지 잘 모릅니다. 만만치 않은 저의 머리도 장뱀 옆에서는 '조족지혈'입니다. ⓒ 유성호
상황이 이렇다 보니 머리는 크되 '잔머리'는 능한 장뱀은 철로 된 외피를 남겨두고 내피만 쓰고 나왔다. 내피는 안쪽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철모보다 작다. 가뜩이나 머리도 큰 사람이 작은 내피만 쓰고 나왔으니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행군 전 군장검사를 하는 데 천연덕스럽게 서 있는 장뱀의 모습을 보노라니 웃음이 절로났다. 나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병사들 모두가 키득대자 소대장은 금방 진원지를 찾아내고 아연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시라.

10년 만에 만났지만 형처럼 느껴지는 장뱀. '한번 고참은 영원한 고참'이란 말이 어울린다. 군대는 남자들에게 추억의 보물창고 같다.

덧붙이는 글 | 장뱀과 저는 28사단 11토우중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전우여러분은 다음카페(http://cafe.daum.net/28XXTOW)에서 만납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