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 지방일간지는 총 11개지만 "신문은 많은데 다른 신문은 없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광주 지방일간지는 총 11개지만 "신문은 많은데 다른 신문은 없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2003년 광주전남지역 언론계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과 함께 구조적으로 혹은 관행화된 보도양태와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11개의 지방 일간지가 있지만 기사의 접근 방식, 취재시스템, 기사의 내용에는 별반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 광주지역 지방신문들의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많아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독자들에게는 곧바로 '다양한 신문이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먼저 2003년 광주 지방일간지들은 이전에 비해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모기업의 영업활동이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신문지면을 활용하거나,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비리사건에 모기업이 연루된 사건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해 보도하는 양태를 보여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했다.

2003년 지방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 몇 가지

한 일간지는 무등산 자락에 모델 신축공사와 관련 형질변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비난성 기사를 1면 톱 기사로 게재하는가 하면, 자사 사주가 구속된 사건과 관련 상대업체에 불리한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또다른 일간지는 무등산 자락 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허가 조건인 입목도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 당시 사업주였던 D건설에 대한 비판기사를 게재하다가, 이 건설사가 신문사를 인수한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순천지역 시민단체들이 기자들의 공짜 해외연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지방신문들은 시민단체들이 시에서 보조하는 예산을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연일 보복성 기사를 쏟아내 결국 정정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신안군의 계도지폐지, 기자실 폐지를 둘러싸고 이를 주도했던 군청 직원에 대한 보복성 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은 2003년 신문보도에서 크게 문제시 된 사례로 ▲스포츠 신문류의 선정적 보도 ▲호남소외론에 대한 과장과 선정적 보도로 지역주의 확산한 보도 ▲광주신세계의 업종변경 관련 비판기사 전무 등을 지적했다.

이미 지적되어 왔던 지방신문들의 보도양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작 독자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기사로 제공하는 정보, 어떤 사안을 대하는 신문들의 비슷비슷한 논조와 기사의 내용, 태도에 있다. 다만 자사나 모기업과 관련될 경우에는 침묵하거나 부풀리고, 때론 상호간에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광주전남지역은 신문이 난립해서 문제"라는 지적은 숱하게 있어왔다. 지방신문 개혁을 논하는 자리에서 천형처럼 따라붙었던 명제가 지방신문의 난립과 구조조정이었다. 일반적으로 '많다'는 것은 거기에 담겨질 수 있는 목소리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방신문에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신문은 많지만 '다른 신문'이 없다?

민형배(전남대언론홍보연구원) 연구원은 "많은 것이 아니고 다양하게 여러가지 의견과 뉴스를 생산해내고 소비자에게 충분히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많다는 것이 문제될게 없다"면서 "똑같은 유형의 보도와 편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이것을 의제설정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기사가치와 벨류가 같아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숫적으로 많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호남소외론이 제기되고 파장을 보도하면서 일부 사설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방신문들이 동일한 접근과 기준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또 지역현안 사업이었던 경륜장 유치문제를 다루면서도 지역에 정말로 필요한 사업이냐는 근본적 접근보다는 시도갈등을 한 요인으로만 보도했던 사례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은 "신문들이 각자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보다는 동떨어진 똑같은 내용이나 기사를 두고 경합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독자들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똑같은 부류의 신문이 숫적으로 많다는 것이지 결국 하나다"고 주장했다.

박동명 광주민언련 의장은 "대체적으로 신문들간의 상호 차별화되고 특별하게 발굴한 기사들이 없는 형편이다"면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밀착형 기사로 여론을 형성하기 보다는 관공서가 보는 신문이라는 느낌이다"며 출입처 중심의 기사생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비평을 꾸준하게 해온 이광재 <시민의소리> 기자는 "판박이 기사는 연합뉴스에 대한 의존율이 높다는 것과 기자실을 운영하면서 풀기사를 활용하다보니 경쟁자체가 없다"며 "구조적으로 발굴기사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기자는 취재 시스템이 다양한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는 신문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기했다.

민형배 연구원은 이같은 판박이 신문에 대해 ▲지방신문들의 관성에 변화가 없다는 점 ▲원천적으로 신문발행의 근거와 이유가 비숫하다는 점 ▲재정과 인력 등 물적토대의 미비 등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신문의 보도형태를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문사의 과감한 투자와 언론 종사자들의 내부 노력이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지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구조적으로 막혀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신문사들이 열악한 재정상태에 있지만 시장외적인 요소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일보> 지면변화, 무료일간지 창간 등 변화조짐 주목

광주일보는 올 1월 1일부터 지면을 증면하고 조간으로 전환하는 등 지면 변화를 보이고 있다. 광주일보의 변화가 지방신문들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사주가 바꾸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광주일보는 올 1월 1일부터 지면을 증면하고 조간으로 전환하는 등 지면 변화를 보이고 있다. 광주일보의 변화가 지방신문들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사주가 바꾸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최근 <광주일보>가 지면 개편을 하면서 증면, 조간전환, 지면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일보>의 이러한 움직임이 지방언론 시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출혈경쟁 등 부정적인 영향으로 미칠지 아직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전라도닷컴>이 기존 신문들과 달리 지역주민들이 실제 관심을 갖고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를 중심으로한 '지역지' 개념의 무료일간지 창간도 관심을 가질만한 움직임이다.

오는 4월경에 창간할 무료일간지는 위에서 지적되었던 '붕어빵 같은' 취재 시스템과 기사들을 탈피, 도외시됐거나 눈이 닿지않고 있는 생생한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이 또한 '무료'일간지라는 점에서 광주지역 광고시장의 구조 등 언론시장의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동명 광주민언련 의장은 "광주일보의 증면과 지면 개편 등 변화조짐에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이러한 시도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구조적인 변화까지 이끌어낼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지만 '지방언론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방 신문시장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다.

민형배 연구원은 "전라도닷컴의 일간지 창간과 광주일보의 변화가 지방신문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긍정적인 면을 보여줬으면 한다"면서 "지방언론육성법이 제대로 되기위해서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독자들을 지원해서 독자들이 양질의 신문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자들은 2004년 광주전남지역 지방신문들이 "붕어빵 신문에 붕어빵 기사"라는 비아냥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작은 변화 조짐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구조적인 시스템 전환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