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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무대에 서는 호남여성농악단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무대에 서는 호남여성농악단 ⓒ 우먼타임스
'심청'은 효녀다. 그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심청=착한 여자',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에게 바른 역할 모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심청은 현실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이었다.

그 심청이 여성농악단의 굿판으로 살아난다. 그것도 여신(女神)으로. 심청을 살려내는 28명의 여성농악단.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심청이었다.

여성농악단 前멤버 28명 재결성…질펀한 가무악 선보여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여성국극에서 힌트를 얻어 출발한 여성농악단은 흑백TV 수상기가 마을 부잣집에 한 둘 자리를 차지할 때까지 서민들의 벗이었다. '춘향여성농악단' '전북여성농악단' '호남여성농악단'이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들이 누구던가. 산딸기 이슬을 털며 유랑하던 빈농의 딸들 아니었던가. 한푼 두푼 모아 고향 부모에게, 콧물 질질 흘리던 동생들에게 보내던 근대의 심청이들이 아니었던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그들의 홍조 띤 고운 얼굴에 주름이 생겼듯 여성농악단의 인기도 문명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 마을마다 꽁무니를 따라다니던 꼬마녀석들이 김일의 박치기에 맛들이고, 할매들이 장욱제의 바보노릇과 태현실의 시집살이에 눈물짓기 시작하면서 근대의 심청이들은 잊혀져 갔다.

그리고 무심한 세월이 얼굴에 밭고랑 같은 깊은 주름을 새겨놓은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그들은 다시 무대에 선다. 왕년에 한가락하던 '호남여성농악단'의 옛 단원들이다.

김칠선이 이끌던 호남여성농악단의 단원들은 이제 5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빠른 세월을 보낸 이는 할머니도 되었고 날렵한 춤사위를 자랑하던 몸이 절구통처럼 굵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는 그들은 신바람을 내고 준비했다. 읍내 장터에 한번 포장을 펼치면 구름 같이 인파가 몰리던 그 옛날의 그 무대 그대로. 심봉사와 뺑덕어미가 황성맹인잔치를 가는 '뺑파막'과 심봉사가 심청이를 만나서 눈을 뜨는 '황후막'을 할 때는 '효리'부럽지 않던 날도 있었잖은가.

동해안 '심청굿'서 심봉사 눈뜬 '황후막'까지 3일간 펼쳐

최고의 유랑광대, 맹인연기의 달인 강준섭옹의 공연모습
최고의 유랑광대, 맹인연기의 달인 강준섭옹의 공연모습 ⓒ 우먼타임스
여성농악단 최고의 레퍼토리 '심청'은 단순한 창극이 아니다. 춤과 소리, 타악이 닳고닳은 문지방처럼 몸에 배어 언제라도 아름답게 빛낼 줄 아는 꾼들의 '가무악일체극'이다. 어깨춤과 몸짓, 발짓은 구경꾼들의 어깨에 절로 춤사위를 보탤 것이다.

효도선물도 좋고, 우리 것 찾으려는 기특한 생각이어도 좋다. 여성농악단 복원도 좋고, 민속학적 접근도 좋다. 그저 그들의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춤과 노래와 연주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의 구성과 연출을 맡은 무용평론가 진옥섭의 걸쭉한 해설이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의 호흡을 이어준다.

최고의 유랑광대, 중요무형문화재 73호 진도다시래기의 보유자며 맹인연기의 최고 달인인 강준섭이 봉사춤도 보여준다. 한때 양훈·양석천 뺨치던 장인의 해학 넘치는 연기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랴.

'여기 심청이 있다. 춤의 시각 유랑의 심청'은 9일(저녁 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동해안 별신굿 '심청굿'을 열림굿으로 막을 열어 10일(오후 4시)은 여성농악단의 '뺑파막', 11일(오후 4시)은 강준섭과 유랑극단의 '황후막'으로 펼쳐진다.

예매 : 티켓링크 www.ticketlink.co.kr, 1588-7890
문의 : 02-762-9190, www.paim.co.k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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