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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소년소녀합창단 한준구 지휘자.
대전소년소녀합창단 한준구 지휘자. ⓒ 권윤영
중학교 시절 골머리를 앓았던 수학, 영어시간에 시달리고 있을 찰라 한쪽에서는 조그맣게 음악소리가 벽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그 소리가 너무 좋아‘음악 선생님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한 그는 기어코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음악 교사가 됐다.

현재 대전소년소녀합창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준구(66)씨. 대전여중 교감으로 정년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그의 삶은 음악과 아이들을 만남으로서 접점을 이룬다.

지난 64년 교직생활을 시작해 2001년까지 무려 38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그는 교사 생활과 병행하며 KBS 어린이 합창단을 17년간이나 지도를 해왔다. 후배에게 지휘자의 자리를 물려주고 나오자 합창단 졸업생들의 요청에 의해 그가 창단한 것이 바로 대전소년소녀합창단이다.

“합창단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의 요청을 받았어요. 같은 기간 여러 개의 합창단이 창단을 준비했었는데 우리만 창단을 했죠. 33명을 모집하는데 200여명이 오디션을 볼 정도로 인기 있었답니다.”

지난 96년 합창단을 창단한 이래 그는 열정과 노력으로 최고의 합창단을 만들었다. 연주 레퍼토리는 어떤 합창단보다 다양하고 신선하다. 때문에 두 차례의 정기연주를 비롯해 각종 연주회의 초청연주 등 1년에 20차례 공연을 하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30일에는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리는 우리나라에서 권위 있는 합창제인 ‘합창심포지엄’에 초청연주를 연다.

그가 단원들의 발성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그가 단원들의 발성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 권윤영
합창단의 공연모습. 그는 항상 다양한 연주 레퍼토리를 준비한다.
합창단의 공연모습. 그는 항상 다양한 연주 레퍼토리를 준비한다. ⓒ 권윤영















“전국에 있는 음악 선생님과 교회 일반합창 대학합창의 지휘자만 참여하는 심포지엄입니다. 그곳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인데 벌써 세 번째 초청입니다. 대전에서는 유일하죠. 지휘자들이 한국에서는 정상급이라고 평가합니다.”

관객 동원도 최고라 공연이 있을 때마다 객석을 가득 메운다. 그것처럼 흐뭇하고 좋은 게 없다는 한준구씨.

그의 열정을 단원들도 그대로 느끼기 때문인지 평일 늦은 오후나 주말마다 있는 연습에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합창단 활동이 의무가 아님에도 대전시내 각 학교에서 모인 단원들은 그를 선생님처럼, 부모님처럼 따르고 있다.

청소년 합창음악에 전념을 다하는 그는 욕심도 없다. 오로지 합창단원 양성에 뜻을 두고 헌신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순회 연주를 가서 사례금을 줘도 받지 않고 연주회가 있어도 스폰서를 받지 않는다. 단원들이 월 3만원씩 내는 것이 운영비의 전부. 연습실 임대료와 반주자 사례비, 성악지도비, 전기료, 수도료를 내기도 빠듯한 살림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만약 돈을 모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나 강박관념을 가지면 못할 일이죠. 예쁜 아이들하고 음악을 하며 살아간다는 자체가 행복합니다.”

음악과 아이들이 있어 그의 삶은 행복하다.
음악과 아이들이 있어 그의 삶은 행복하다. ⓒ 권윤영
그와 같이 합창단원을 꾸려나가는 육애숙 총무는 “선생님의 뜻이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을 하기 위해서”라며 “워낙 열정적이라 헌신을 다해 진정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주말이 없이 지냈다. KBS 어린이 합창단을 맡았을 때부터 지금껏 주말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에 쉬지 못해도 그는 건강하다. 하고자 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자체가 행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소리자체도 천사처럼 예쁘지만 마음도 그러합니다. 중학교 시절 음악선생님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래 100% 가까이 꿈을 이뤘습니다. 대단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거나 큰 욕심은 없었어요. 건강하고 아이들하고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요.”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사오정, 오륙도라는 유행어는 한준구 지휘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그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한 그의 정년은 없다.

덧붙이는 글 | 대전소년소녀합창단 : www.littlesingers.com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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