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전시가 열리고 있는 금호 미술관 전경
ⓒ 강지이
"여러분은 어떤 책을 닮았나요. 감동이 뭉클한 동화책 같은 사람인가요. 딱딱한 교과서에 가까운가요. 강물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 소설책, 또는 가락이 있는 시집을 닮은 동무도 있을 겁니다.

더러 지식이 넘쳐 사전 같은 사람은 비록 겉으로는 똑똑해 보이겠지만 반드시 현명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작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가운데는 그저 몇 권의 책이 아니라 커다란 도서관을 닮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전시총감독 서해성 님의 말 중에서


1980년대 이후 TV와 같은 영상 매체나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인쇄 문화의 산물인 책은 뒷전으로 밀려난 듯하다. 하지만 인류의 오랜 기록이자 기억 저장 수단인 책의 가치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책 한 권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 체계는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지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책을 읽지 않으면 그 많은 지식과 정보, 감성과 상상력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 책과 노는 어린이들
ⓒ 강지이
금호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사람을 닮은 책, 책을 닮은 사람>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책과 함께 즐거운 체험을 하도록 함으로써 디지털 영상 시대의 책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총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전시관에서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김수현 어린이가 만든 <마법의 책>이라는 작품은 구리선과 셀로판지로 꾸며낸 어린이가 상상하는 '책'이라는 대상물이다.

▲ 작품 <마법의 책>
ⓒ 강지이
▲ 작품 <그래도...나는>
ⓒ 강지이
이곳에 전시된 책들의 이미지는 '책'이라는 대상이 종이와 글자들로 구성되었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들이 많다. <마법의 책>을 비롯하여 계란 위에 글자를 새겨 넣은 이의숙의 <그래도… 나는> 또한 특이한 책의 모습을 띠고 있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책과 함께 노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실에 있는 책들 또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로봇 모양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 어린 딸이 공주에 대해 집착하는 것을 보고 공주 이야기를 꾸미고 그림을 그려 파일에 꽂아 아이만의 책을 만든 것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이 공간에서 자신의 별자리를 찾아서 스티커로 붙이고, 자기만의 책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커다란 상자 위에 고무찰흙으로 글자를 붙인 책 또한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책이다.

▲ 자연과 하나가 되는 책과 인간
ⓒ 강지이
세 번째 공간은 커다란 나무틀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어른과 아이들은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즐거움을 얻는다. 독서의 공간이 단순히 책상 앞이라는 상식을 깨고 이곳저곳을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어린이들만 즐거운 게 아니다. 다른 전시회에 비해 입장료가 조금 비싼 편(어른 5000원)이긴 하지만, 마지막 공간인 <물 속에 지은 도서관>에서 양질의 도서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 책 선물들 또한 전시 작품의 일환인데 수북이 쌓여 있는 책더미에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가지고 갈 수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책을 느끼고 만지면서 관람객들은 책과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얻을 것이다.

▲ 책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포스터
ⓒ 강지이
▲ 전시 속에서 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
ⓒ 강지이
아무리 영상매체가 발달하였다 하더라도, 또 아무리 컴퓨터 네트워크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하더라도, 지식과 정보, 감성과 상상력의 전달 매체로서 책의 기능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한 문학가는 '사람은 그 사람이 읽은 것들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아이들 또한 그 아이가 읽은 것들이 쌓여서 성숙된 인간으로 성장해 나아갈 것이다.

이 작은 전시회를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책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고 그 가까이에 머물 수 있도록 한다면,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간 어른들 또한 책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얻는다면 좀더 발전적인 삶의 모습을 얻지 않을까 싶다.


관련
기사
욕조에 누워 책을 읽어요

덧붙이는 글 | 금호미술관, <사람을 닮은 책, 책을 닮은 사람>, 2004년 2월 28일까지

자세한 내용은 금호미술관 홈페이지(www.kumhomuseum.com)을 침고하세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