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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열차나 버스, 백화점, 같은 곳은 '공공장소' 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애견 때문에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적지 않다.

애견을 키우는 이들이 잠시 외출을 할 때는 물론이고, 주말이나 휴일에 오랜 시간 집을 비우게 될 경우, 애견을 홀로 집에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함께 데리고 다니다 보니, 백화점 도서관 등은 물론이고, 정해진 좌석에 몇 시간씩 앉아 있어야 하는 기차나 고속버스 안에서까지 애견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나 열차 등은 '애완견을 상자에 넣어 입구가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는 규정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상자 속에 넣어 왔다가, 차 안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강아지를 풀어놓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잠시나마 답답한 곳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온 애완견은 답답했다는 듯 끙끙거리며 주인의 품을 파고들고, 이때부터 승객들과 애완견과의 전쟁은 시작된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귀엽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싫어하는 이들은, 애완견과 주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불편한 마음을 애써 누른다. 생각 같아서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만, 정해진 좌석이니 어쩔 수 없다. 가끔 개가 짖거나,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애완견과 주인을 한번 노려볼 뿐이다.

며칠 전에는 열차 안에서 결국 '문제' 가 터졌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안, 내 앞자리에 영등포역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열차를 탄 젊은 아가씨가 있었고 그 옆에는 서울역에서 열차에 올랐던 중년의 아저씨가 있었다. 열차가 수원을 지나 천안을 거쳐 대전까지 왔을 무렵, 영등포역에서부터 애완견의 끙끙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아저씨가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말투로 소리를 질렀다.

"그 강아지 좀 조용히 하게 못 해요? 영등포에서부터 참자참자 하고 왔는데, 더 이상 못 듣겠네!! 아 그러게 강아지는 집에 두고 (열차를) 타야지. 왜 같이 타서 시끄럽게 하는지 원.."

그러자 애완견의 주인인 아가씨 역시 "애완견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라는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아저씨를 바라보더니 한마디했다.

"평소에는 순해서 이렇게 끙끙거리지 않아요. 열차 안이 더워서 그런가봐요. 그리고 (강아지가) 아직 어려서 그런데 그럼 어떡해요?"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그럼 아가씨가 지금 잘했다는 거야?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면 될 일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객실을 돌아보던 승무원이 이를 보고 말리지 않았으면 그야말로 개 때문에 싸움이 벌어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애완동물이 강아지다. 그래서 개를 소재로 한 광고도 있었지 않았는가? 'You need me' 라는 곡을 주제로 삼아, 주인의 신발을 품고 있는 강아지를 찍어 "한번 주인은 평생 주인" 이라는 모 컴퓨터 회사의 광고도 있었고, 자신을 팔아버린 주인의 집을 찾아온 사연도 화재거리가 되었다. 그만큼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강아지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를 죽인 자식들에게 " 개만도 못하다" 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애완견이 보편화되면서, "어떻게 이렇게 조그마한 강아지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귀여운 개들이 많이 있다. 또, 성장에도 한계가 있어서, 굳이 밖에서 키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작은 경우가 많다.

크기가 이렇게 작다 보니, 젖병을 물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는 모습도 "와!" 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귀엽다. 가끔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고,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 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인 취항에 따른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강아지가 예쁘고 귀엽다고 해도, 세상에는 몸집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강아지를 싫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열차나 버스 안을 지나갈 때, 이유 없이 사람을 보고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는, 강아지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반감을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고 말하지만 막무가내로 짖어대는 강아지들이 사람을 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개 몸에서 날리는 털이 어린아이들에게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킨다는 보고서도 나온 마당에 내가 사랑해서 키우는 개라고 해도 다른 사람, 특히 개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애견을 키우는 이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애완견은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애완견 주인들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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