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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이 관여했던 서울 수서역 인근의 '수서투루빌2오피스텔' 모습. 토지 및 건물의 유치권을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이 관여했던 서울 수서역 인근의 '수서투루빌2오피스텔' 모습. 토지 및 건물의 유치권을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계열사의 수백억원대 자금을 임의로 인출해 부동산 경락자금 등으로 횡령하고 부실계열사에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부당지원하는가 하면, 분식회계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아 유용하는 등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반장 김수남 대검 중수3과장)은 지난 3개월 동안 나산그룹, 뉴코아그룹, 신호그룹, 동국무역, 삼익건설, 동성종건 등 6개 기업군에 대해 수사한 결과,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 김의철 전 뉴코아그룹 회장, 백영기 전 동국무역 회장, 이창수 전 삼익건설 회장 등 부실기업주 및 임직원 9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또한 검찰은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과 허진석 동성종건 회장 등 12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공적자금 79억8000만원을 회수했다.

검찰은 이들 기업들의 사기대출 금액이 무려 8000억원, 이들 기업의 부도 등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유발금액은 총 1조9615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은 그룹의 계열사 자금 290억여원을 임의 인출해 자신의 부인이나 위장 회사 등을 통해 경락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등 횡령했으며, 금융기관에 양도담보로 제공된 골프장 회원권 등을 마찬가지로 자신의 부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무상 양도하는 등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안병균 전 회장 도덕적 해이 극에 달해

나산그룹은 지난 97년도 자산규모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49위 업체였으며, 계열사로는 ㈜나산, 나산유통, 나산클레프, 나산관광개발 등 13개사가 있다. 이중 비상장회사인 나산종건의 경우 안병균 전 회장 개인공사에 대한 부당지원 등으로 나산그룹과 함께 동반부실되어 98년 부도에 이르게 된다. 대규모 기업집단인 나산그룹에 투입된 공적자금만도 무려 7000억원.

검찰에 따르면 현재 ㈜나산은 법정관리 중이며, 나산실업은 화의절차가 진행, 나산종건은 법정관리 신청 기각으로 청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안 전 회장을 지난 8일 구속기소했으며, 문병인 나산종건 대표이사와 박동호 나산클레프 법정관리인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김수남 대검 중수3과장은 "나산그룹 사건은 계열사들의 회사서류가 수사 이전에 모두 폐기되는 등 자료부족과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그 혐의를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안 회장은 회사의 도산절차를 악용해 일부 법정관리인 등과 공모해 도산절차에 있는 기업자금을 경락자금으로 유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현상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 전 회장이 비상장회사인 나산종건의 자금을 개인세금 납부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그룹 사세 확장을 위해 상환능력이 부족한 계열사 및 자신의 개인공사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더구나 나산종건의 경영진도 안 전 회장의 지시가 경영상 원칙을 무시하는 부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따르는 등 회사의 이익보다 그룹 오너의 이익에 우선한 점을 지적했다.

안병균 회장 둘러싼 각종 의혹

수서역 인근의 안 전 회장이 관여한 건물의 공사현장.
수서역 인근의 안 전 회장이 관여한 건물의 공사현장. ⓒ 오마이뉴스 유창재
검찰은 일부 언론에서 안 전 회장이 가족이나 측근들 명의로 설립한 위장 계열사를 통해 경매에 나온 나산그룹 부동산을 우회적으로 취득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부동산 경매대금의 자금원에 대한 추적과 안 전 회장과 관련된 숨겨진 위장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 등 집중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 안씨의 부인인 박순희가 대주주인 '부림비엠㈜'과 부림비엠이 대주주인 '㈜선운', 전 나산그룹의 임원이 대주주인 '㈜벨류텍', 안 전 회장의 딸이 대주주인 '㈜엔에프에스' 및 '㈜클락캐치서울' 등 6개 계열사가 10여건의 부동산 감정가 총액 1300억여원 상당의 부동산을 경락받은 것으로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처삼촌 박00(67·불구속)씨가 계열사인 나산클레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되자 박씨와 공모해 계열사 자금 27억원을 빌려 오피스텔 경락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 전 회장이 경락부동산의 담보대출로 계열사에서 경매로 취득한 부동산 자금원을 마련하는 수법을 사용했으며, 우회계열사 설립자금에 대한 추적으로 ㈜벨류텍의 설립 및 증자대금 72억원을 회사 임원 이아무개 명의로 은닉한 것으로 밝혀냈다.

결국 검찰은 안 전 회장이 은닉한 408억여원 상당의 재산을 발견해 환수토록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했다.

다른 기업들 회장들도 혐의 잡아... 공적자금 770억여원 회수

이외에도 검찰은 김의철 전 뉴코아그룹의 회장이 3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로 금융기관에서 2865억원을 사기대출 받았으며, 아들이나 사위 등에게 법인 자금 2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밝혀냈다. 또 이순국 신호그룹 회장은 외국업체로부터 펄프를 수입하면서 거래가격을 조작해 비자금 54억여원 상당을 조성하고 18억여원을 외국의 은닉계좌에 보관시킨 혐의를 잡아냈다.

또 백영기 전 동국무역 회장은 1914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로 금융기관에서 1442억원 상당을 사기대출받고 부실계열사에 220억원 부당지원, 이창수 전 삼익건설 회장은 284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로 364억원 상당 사기대출 받아 부실사에 94억원 지원 및 공사대금 과대계상의 방법으로 46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횡령, 허진석 동성종합건설 회장은 부시계열사에 56억여원을 부당지원한 혐의 등을 찾아냈다.

앞으로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S사와 D사, G사 등 10여개 부실기업주와 불법대출에 따른 배임혐의가 있는 부실금융기관 임직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001년 12월 합동단속반을 발족한 이래 지금까지 공적자금비리 수사를 통해 75명을 구속하고, 81명을 불구속, 12명을 지명수배, 1명을 수사하는 등 169명을 입건했으며, 회수한 공적자금은 총 770억여원을 회수했다.

'나산 신화'의 주인공 안병균 나산그룹 회장
'성공신화'는 어디로

이번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기업 중 90년대 '나산 신화'를 이뤘던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의 광범위한 범죄 혐의가 눈길을 끈다.

검찰이 발표한 주요 피의사실을 통해 안 회장이 경영상 원칙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우선했던 행태를 살펴봤다.

계열사 및 개인사업 형식으로 부당지원 : 안 회장은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나산종건을 통해 상환능력이 없는 계열사인 나산유통, 나산클레프 등에 공사미수금 및 대여금 형태로 2048억원과 안 회장의 개인공사에 대한 미수금 형태로 311억원 총 2359억원을 지원하게 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사업부지 담보제공 형태 : 지난 97년 나산종건이 958명에게서 중도금을 납부받은 수서 트루빌Ⅰ오피스텔과 수서 로즈데일 백화점 오피스텔의 사업부지 등에 대해 채권기관에 채권최고액 94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

회사자금 횡령 : 94년 10월부터 98년 3월까지 안 회장의 계열사에 대한 증자자금 및 종합소득세 등과 개인용도로 나산과 나산종건 등 회사자금 총 256억여원을 임의 소비해 횡령했다. 특히 안회장은 98년 1월 ㈜나산이 부도가 난 이후에도 나산의 자금을 회사직원들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해 보관하면서 40억여원을 횡령하는 도덕적으로 해이한 행태를 보여줬다.

또 안 회장은 2000년 1월부터 10월까지 법정관리중인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쇼핑몰 나산클레프의 자금 27억원과 화의진행중인 나산실업 자금 6억원을 횡령, 안 회장의 부인이 대주주로 있는 '부림비엠'이 수서에 있는 미씨2000오피스텔 경락자금 등으로 사용토록 했다.

골프회원권 부당처분 : 2002년 1월 안 회장은 나산관광개발에서 신한종금에 양도담보로 제공된 골프회원권 등 시가 200억원 상당을 S사에 무상으로 주식회사 선운에 양도했다. '선운'도 안씨의 부인이 대주주로 있는 부림비엠이 지배하는 회사로 포천 소재 필로스 골프장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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