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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를 빚고 있는 충청도 한 국악단의 건물이다.
물의를 빚고 있는 충청도 한 국악단의 건물이다. ⓒ 서상일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부여 국악단의 오 사무국장과 조 사무원은 "출장비가 있다는 사실을 단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것과 단원들의 입사 당시 도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순수하게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단원들 개인에게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집행한 행위는 국악 단체의 특성이며 관례"라며 "출장비를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지는 않았지만 출장비를 단원들의 출장시 숙식을 위해 쓴 것인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단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출장비 등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립창극단을 비롯한 전북도립국악단, 경기도립국악단, 인천시립국악단 등 다른 국공립 예술단체들에서는 출장비를 사무국이 임의대로 일괄 사용하지 않고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고 있어 오 사무국장의 '국악 단체의 관례'나 '행정상 편의'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고, 또한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부여 충남 국악단원들은 공무원법에 근거해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공연을 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출장비는 이들에게 중요한 지출항목이다.

실제 정식으로 책정된 출장비는 식비, 숙박료, 현지 교통비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식비 5천원, 숙박료 2만원, 현지 교통비는 1만원~2만원 사이다. 이 기준에 근거할 때 출장비는 한달에 대략 10-40만원에 이른다는 게 단원들의 설명이다.

단원들은 "일반 공무원들의 출장과는 달리 예술단체의 초청 공연에서는 주최측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원금까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인데, 그렇다면 이 비용은 어떻게 되었느냐"며 사무국장의 적극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진정 출장비가 단원들 숙식비용으로 사용되었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해당 군청 문화관광과 직원 남민현씨는 "청구인(단원)의 청구에 의해서 청구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단원들의 도장을 꼭 돌려주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비용을 신청하고 자신이 승인해 주었다?

또한 단원들은 자신들이 들어본 적도 간 적도 없는 '공연 관람'이 장부에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해서도 해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여 충남 국악단 단원들은 "1998년 서울에서 국립창극단의 춘향전 공연을 관람한 이후 단체 관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그런데 2001년 7월 4일부터 5일까지 '제1회 산조 관람'과 같은 해 10월 7일부터 8일까지 '영호남 교류연주회 관람'과 같은 들어보지도 간 적도 없는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장부에 기록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사무국장과 조 사무원은 "관람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단원들 단합대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군청 문화관광과에 '관람' 명목으로 신청해서 출장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돈으로 단합대회(등산대회)를 가졌으며, 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에게 구두로 설명하고 사실상 승인 받았다"고 해명했다.

특히 오 사무국장은 "일부 운영비를 그런 식으로 변칙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국악단의 발전과 단합을 위한 '운영의 묘'"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기자가 해당 군청 문화관광과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부여 충남 국악단 사무국에 구두로 그런 사실을 승인해준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결과 2001년 7월과 10월 당시 해당 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은 '관람' 비용을 신청한 부여 국악단 사무원과 동일인이었다. 당시 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이 부여 충남 국악단 사무원을 겸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업무가 군청과 부여 충남 국악단 사무국으로 이원화돼 있지만, 당시는 한 사람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것이 현재처럼 이원화된 것은 2002년 문화관광과 직원 이윤병씨가 국악단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였다.

"앵벌이 예술단원을 구해주세요"

한편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부여 국악원의 후진적인 시스템과 낡은 관행에 기인한다.

국악 전문가가 아니라 사무 공무원이 예술단원들을 채용해 근무시키며 공연을 계획하고, 심지어 예술가 평가와 단원 계약 해지까지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상황에서는 국악단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 사무국이 맡고 있는 일들을 앞으로는 국악 전문가인 예술감독과 안무자가 맡도록 해야 하며 사무국은 공연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의 취지대로 순수하게 국악단을 지원해야 한다.

부여 충남 국악단 예술단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앵벌이'에 비유했다. 진정 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해서 피땀어린 노력과 살을 깎는 아픔을 견디며 기량을 연마하고 사람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자신들에게 놓인 현실은 '앵벌이'와 다를 바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다.

한국의 문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도 앵벌이 수준으로 전락한 이들 예술단원들의 절규에 해당 관청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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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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