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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점심을 먹고 일본어 공부를 하는 대전 중부서 직원들.
이른 점심을 먹고 일본어 공부를 하는 대전 중부서 직원들. ⓒ 권윤영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이면 대전 중부경찰서 몇몇 직원들은 이른 점심을 먹는다. 서내 식당에서 10분만에 식사를 해결한 후 이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중부서 5층. 이들은 무슨 목적으로 모이는 것일까?

취재 차 찾아간 기자에게 한 경찰관이 “하지메 마시떼(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술술 한다. 이들은 다름 아닌 중부경찰서 일본어 스터디 모임(모임 주관 중부서 민인근 경장)이다.

일주일에 두 차례 월·목요일은 일본어 공부하는 날이다. 8월 초부터 시작한 후 5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이들의 일본어를 향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트를 통해 일본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집했고 현재 참여인원은 8명이다.

시작은 15명으로 출발했지만 몇 명은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경찰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근무가 변칙적이기 때문에 빠질 확률도 많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구성원의 연령 대는 20대부터 40대 후반까지로 전·의경, 일반직 직원, 경찰관이 모여 성별과 나이, 계급을 초월해 다양하게 구성됐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청문감사실 민인근 경장이 일본어를 지도한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청문감사실 민인근 경장이 일본어를 지도한다. ⓒ 권윤영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일본어를 지도하고 있는 중부서 청문감사실 민 경장은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취득하고 일본 유학을 다녀와 회화, 문법 실력이 수준급이다. 민 경장은 실제 일본에서 생활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일본 이야기와 더불어 살아있는 일어를 가르치고 있다.

간단하게 히라가나(한글 자모나 영어의 알파벳과 같은 일본어의 기초)를 뗀 사람들이 모여 인사부터 배우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자기소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쯤을 일어로 말하는 것은 우스울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중부서 형사 관리계에 근무하는 김용숙 경사는 여기서 키운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 달 동안 일본인 2명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녀의 자녀 역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어 더없이 좋은 대화수단이기도 하다.

중부서 경무계 이인석 경장.
중부서 경무계 이인석 경장. ⓒ 권윤영
“세계화에 부흥하기 위해서는 가깝고도 먼 일본을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본과 일본어를 마스터 할 계획입니다.”

중부서 경무계 이인석 경장은 일본에 가서 회화를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꿈으로 일본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5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책상도 없이 바닥에 책을 놓고 공부를 한다. 심지어 설명을 위해 사용하는 칠판이라고는 4절지 크기만 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뿐더러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다. 함께 모여 일본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아쉬움이란 참석하고 싶어도 변수가 많아 부득이하게 빠지는 날이 있다는 것.

일본어 공부에 여념이 없는 중부서 형사관리계 김용숙 경사(왼쪽), 충남지방경찰청 안전계 한송이씨(오른쪽).
일본어 공부에 여념이 없는 중부서 형사관리계 김용숙 경사(왼쪽), 충남지방경찰청 안전계 한송이씨(오른쪽). ⓒ 권윤영
이날 스터디에 참여한 일반직 공무원 한송이씨는 중부경찰서가 아닌 충남지방경찰청 안전계 소속이다. 일본어 공부를 위해 점심 식사 후 한걸음에 달려왔다. 스터디 시작 초기, 인원모집 때 북부경찰서를 비롯해 둔산, 서부경찰서에서도 참여하고 싶어하는 경찰들이 많았지만 거리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들의 일본어 사냥을 계속 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다같이 휴가를 얻어 일본 경찰서 탐방 및 일본 여행을 떠나 그동안 축적해 온 일본어 실력을 마음껏 뽐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민 경장은 “각 경찰서에 영어든 뭐든 조직발전을 위한 소규모 스터디가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건전한 모임이 많이 형성될 적에 조직의 발전이 있을 것이고 각종 모임이 활성화되는데 우리 일본어 스터디가 밀알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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