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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학생 등 100여명은 11일 낮 12시30분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단속추방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한국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주노동자와 학생 등 100여명은 11일 낮 12시30분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단속추방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한국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 석희열
이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국 경찰에 의해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방에서 잠을 자다가 손에 수갑이 채워져 줄줄이 잡혀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강제추방으로 벌써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9일에는 조선족 노동자 김원섭씨가 길에서 동사를 했다"며 한국정부의 단속추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15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 농성투쟁단'의 서머르 타파(네팔·31) 단장은 "한국정부는 그동안 불법체류를 엄단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불법체류자 고용을 묵인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우리의 피와 땀을 착취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충분히 부려먹었으니 이제 와서 나가라는 거냐"면서 "우리도 노동자이고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줄 것을 한국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정부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들을 쉬운 상대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문제가 많은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를 즉각 폐지하고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6년 1월에 한국으로 건너온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쉬디(33)는 "한국정부의 2차 단속으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지금 잡혀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단속을 할 것인지 두고 보자"면서 "우리에게는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으며, 단속에 맞서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쉬디는 "한국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연수제를 시행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들을 속이고 있다"면서 "지난 수년간 한국 공장에서 땀을 흘린 우리에게 인종과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쉬디는 또 "한국정부의 방침대로 우리가 나간다고 해도 뒤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또 다시 우리와 똑같은 탄압을 받을 것"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고용허가제를 없애고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국정부에 촉구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더이상 죽이지 마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더이상 죽이지 마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석희열
95년 12월에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 자히트(방글라데시·29)는 "어떤 제도나 법을 만들려면 시민들에게 먼저 법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어떤 불편이 있는지 언제 한번 물어보고 법을 만들었느냐"고 성토했다.

자히트는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가 원하는대로 고용허가제를 만들어놓고 계속해서 좋은 법이라고 우기고 있는 한국정부와 노무현 정권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면서 "단속추방 중단과 노동비자 쟁취 그리고 노동허가제 도입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중참여 민중시대 새사회연대는 11일 오후 성명을 발표하여 10일 낮 서울 감리교회관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던 경남지역 이주노동자 13명에 대한 경찰의 강제연행을 강하게 규탄하고 이주노동자 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새사회연대는 "계속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법체류라는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정부의 안이함과 무능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부가 지금까지 16번이나 전면적 단속을 유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러한 강제추방 정책으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강제추방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 농성투쟁단'은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를 위한 투쟁결의대회'를 13일 오후 1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밖에 농성투쟁단은 14일 오후 2시와 18일 낮 12시에 각각 안산역과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한다. 특히 18일 오후 2시에는 서울 종묘공원에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대규모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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