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민사회종교단체 대표들이 11일 오전 느티나무 카페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수립을 위한 사회적 기구'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민사회종교단체 대표들이 11일 오전 느티나무 카페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수립을 위한 사회적 기구'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정부가 부안 핵폐기장 문제를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핵폐기장을 둘러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국가에너지 정책수립을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11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핵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핵폐기장 선정지역을 바꾼다고 해서 사회적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에너지 정책수립에 대한 범국민적인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병모 민변회장, 김영락 기독교 환경연대 사무총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홍성태 교수 등 각계 대표들은 먼저 주민투표 실시를 통한 부안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정부에 주문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힌 만큼 주민투표 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며 "내년 1~2월 내에 주민투표를 실시함으로써 핵폐기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완전히 파괴된 부안 공동체의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파괴된 부안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병모 민변 회장도 "늦었지만 정부가 부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정부가 부안 사태를 마무리 짓지 않고 전국적인 유치신청을 받겠다고 한 것은 부안 문제를 전국적인 문제로 만들 뿐"이라며 부안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역량 손실 17년이면 족하다"

각계 대표들은 또 안면도와 굴업도에 이어 부안까지 17년간 실패를 되풀이 해온 정부의 핵폐기장 정책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합의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안면도 사태에서부터 부안사태에 이르기까지 지난 17년간 정부의 핵폐기장 결정 방식은 금품과 향응제공을 통한 주민 회유, 주민 참여를 배제하고 밀실에서 진행되는 일방적 정책 결정 및 사업결정 방식으로 실패를 거듭했다"며 "이로 인해 끊임없는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역량 낭비가 계속 발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역랑 손실은 지난 17년으로 충분하다"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장기 에너지 정책 기구' 수립을 통해 핵발전 정책 전환을 비롯한 국가 장기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이끌어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황상익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선진국들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면 핵 의존도는 감소하거나 현상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나라만 핵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긴 호흡으로 에너지 정책의 전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병모 민변 회장도 "정부가 지금처럼 핵발전을 계속 확대해나간다면 부안문제는 앞으로 전국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부안 핵폐기장이 백지화된 지금이 바로 핵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할 가장 적절한 시기이므로 조속히 국민 대토론 기구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에 의해 핵정책을 포기한 나라도 있는 만큼 논의기구를 통해 에너지 정책에 대해 지속적인 토론을 벌여나가고,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를 통해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계 대표들은 또 기자회견문에서 "국가 에너지 문제는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간의 대립물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한다면 시민사회 역시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