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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정도 따지자면 내가 ‘소포’라면 집사람은 ‘대포’다.”
“쓴소리 정도 따지자면 내가 ‘소포’라면 집사람은 ‘대포’다.” ⓒ 우먼타임스 김희수

■ 조순형 대표 인터뷰

대표 취임의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지난 12월 6일 늦은 저녁 9시, 당 대표실이 아닌 동숭동 연극무대 한가운데에서 조순형 민주당대표 부부를 만났다. 연극인 부인 김금지(61)씨는 연기 인생 40주년을 기념해 동숭동 정미소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선셋 대로>에서 주연으로 열연 중이었다.

- 일전 DJ 예방시 “민주당원들이 참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덕담도 들었는데, 앞으로 DJ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DJ는 선친 때 중앙당 당직자로 민주당과 인연을 맺어 일관되게 민주당의 정체성과 법통을 50여년 간 이어온 분이다.”

ⓒ 우먼타임스 김희수
- 앞으로 당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이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하루아침에 야당이 됐다. 대표로서 당의 결속을 굳게 하고 내부체제를 정비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총선에서 제1당이 돼 부당하게 빼앗긴 정권 절반을 되찾겠다.”

- 경선에서 2위를 한 추미애 의원이 ‘영입위원장’을 원한다고 들었는데.
“추 의원은 ‘애당심’ 강하고 의욕이 강한 분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사의 영입은 특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표부터 시작해 당 모든 구성원이 다 나서서 거당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 추 의원을 영입위원장을 시키는 것에 대해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논의를 해봐야 한다.”

- 지난 2000년 당 최고위원 경선 때 실패해 많이 실망했을 텐데….
“조직선거를 하려면 조직가동을 위한 돈이 있어야 하는데, 난 돈도 모을 줄 모르고…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다시는 경선에 안 나간다고 했는데, 주변에서 자꾸 나가라고 하는 통에 이번에 다시 나간 거다. 이젠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 된 거고, 그래서 대표로 당선된 것 같다.”

- 전당대회 열린 날 1등이라고 할 때 기분이 어땠나.
“일관되게 그런 생각은 했다. ‘이제 정말 시대가 바뀌는구나,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는구나’라고. 누가 막으려야 막을 수도 없고, 시킨 것도 아니고, 역사와 시대의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수 많아지면 신진인사 참여 쉬워져"

- 국회의원수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가.
“지금 국회의원 정수가 273명인데, 299명 정도로 늘리자는 것이 우리 당론이다. 개인적으로 난 국회에 좋은 분들이 들어오려면 국회의원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예산과 법안을 쥐고 결정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100명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국회의원도) 3, 4, 5, 6선 등 되는 사람만 되고, 끼리끼리 담합하게 된다.

국회 16개 상임위에 각기 소속위원이 20명이면 총 320명이 된다. 지금처럼 10여 명이 앉아있으면 (속내들을 너무 잘 알아서) 서로 담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국회의원 수가 300, 400명 돼봐라. 그러면 젊은 신진인사들도 들어올 수 있다.”

ⓒ 우먼타임스 김희수
- 일전에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갔던 정치인들이 민주당으로 복귀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런 맥락에서 복당을 원하는 김민석 전 의원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많은 사람들 의견이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또 ‘본인한테 가혹하지만 좀 더 반성해야 한다’고들 한다.”

- 총선 전에 김 전 의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인가.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또 나이가 젊으니 아직 시간이 많은 것 아닌가.”

-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재입당을 권해볼 생각은 없는가.
“본인이 탈당을 반성하고 잘못했다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한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면 그의 수용을 생각해 보겠다. 그러나 그럴 리 있겠는가(웃음).”

-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반대다. 잘못하는 거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걸 누구 마음대로 바꾸나.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대통령 그만두고 열린우리당 총재가 돼서 총선을 지휘하든지 아니면 대통령으로서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 민주당이 강력하게 제시할 여성정책과 여성인사 영입이 궁금하다.
“지금 함부로 나 혼자 공개하기는 어렵고… 여성인사를 포함해 영입인사 명단을 12월 중순경 1차 발표할 것이다.”

- 한나라당 대선자금과 관련한 특검법을 제의했다.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것이 뻔한데 제의한 것에 대해 정치적 제스처라는 시각이 있는데….
“지금 당장 실현되지 않더라도 옳다고 믿는 건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우리 대에서 안 되면 우리 아들이, 손자가 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지지도 1위를 차지해 고무됐을 텐데.
“당이 철통같이 단결해 전당대회를 공명정대하게 성공적으로 치러내 국민들이 칭찬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지도부가 출발했다. 또 하나는, 대통령 불신임 정국, 대선자금 문제, 특검 등의 사안에 있어 우리 당은 다른 당과 달리 일관된 주장을 펴왔던 것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던 것 같다. 이번 정국에서 우리 당이 그런 대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 대통령 재신임 정국 등을 잘 헤쳐나갔다면, 박상천 전 대표 등 전임 지도부의 공도 있다고 보는가.
“전 지도부가 진로를 잘 정했다. 민주당에는 이제는 더 분열할 여유나 시간이 없다. 또 분열하면 자멸이다. 폭풍우로 난파한 후 새로 시작했기에 당내엔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한나라당이 35% 이상 물갈이한다는데 민주당은 호남 쪽의 물갈이가 궁금하다.
“우리 당 228개 지구당 중 78개밖에 안 남았다. 탈당으로 지구당의 3분의 2를 재건해야 하는 상황이다. 30%가 아닌 70%가 저절로 물갈이된 셈이다. 또 국회의원 100여 명 중 40여 명이 탈당해 진짜 물갈이가 자동적으로 됐다.”

-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이 있는데….
“나보다 집사람이 더하다. 내가 ‘소포’라면 집사람은 ‘대포’다.”

- 대표된 이상 ‘이것만은 바꾸겠다’하는 것이 있다면.
“지난 대선에서의 민의도 그렇고, 불법 대선자금의 정경유착을 낱낱이 드러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깨끗한 정치’를 펴서 정치가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앞장서서 이를 주도하고 또 실천하겠다.”


부인 김금지씨 인터뷰

ⓒ 우먼타임스 김희수
조순형 대표의 부인 김금지씨는 자신의 일을 가진 몇 안 되는 정치인 부인들 중 하나다. 그는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국립극장 연기인 양성소 첫 수료생으로 국립극단, 극단 자유의 단원을 거쳐 연극배우협회장을 역임한 중견 연기인. 현재는 서일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극단 김금지 대표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런 만큼 그 분야 일인자답게 딱 부러지는 소신을 비롯해 때로는 위태로울 정도로 아슬아슬한 화법, 자신감, 톡톡 튀는 개성으로 시종일관 인터뷰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그의 돌출성 발언은 충분히 매력 있었고, 그 자신 “난 매력덩어리”라고 애교 있게 응수하는 여유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남편인 조 대표의 ‘정치적’으로 조심성 있는 화법과는 대조적이었다.

결정적 순간 ‘금쪽 조언’, “나 아니면 남편은 정치 못했을 것”

- 조 대표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셨는지.
“소설을 참 많이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당시 남편이 고민하는 지성인처럼 보였다. 우선 살이 안 쪘고, 얼굴이 하얗고… 그리고 옆얼굴이 짱구라 참 괜찮아 보였다(웃음). 우리 남편은 벽을 쌓고 자기 세계에 있는 듯한 사람인데 내가 그걸 허물어뜨리는 묘한 재능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내겐 남편이 속내를 털어놓기 편할 것이다. ”

김씨는 한국의 정치 명망가 집안에 시집온 데 대해 묻자 강한 거부감부터 보였다. 그는 “한국의 명망가여서 시집온 게 아니다. 내가 시집올 때 남편은 실업자였고, 나는 연극계의 촉망받는 여배우였다”며 “당시엔 오히려 사람들이 ‘도대체 김금지 데려가는 남자가 누구냐’고 했다. 열심히 나를 쫓아다니고 좋아하기에 결혼한 것뿐, 난 집안 같은 것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 남편에게 점수를 준다면 얼마를 주겠는가.
“100점이다. 여자가 어떻고 하는 말 한 적 한 번 없다. 성차별·나이 차별 없고, 딸·아들 구별 없고, 아주 민주적인 사람이다.”

교육관에 대한 질문에 김씨는 ‘치맛바람’을 빗대어 “부모들이 착각을 하고 있는 거다. 극성을 부려 애도 못살고 자기도 못살고…”라면서 “난 학부모들이 전부 동맹을 맺어 애들을 (공부에서)해방시켰으면 좋겠다. (성공하는 삶에 대한)부모들의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 조 대표께서 지난 2000년 경선에서 고전하신 것이 새삼 감회 깊게 생각나셨을 텐데.
“당시 곁에서 지켜보니 선거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하나도 안 지키더라. 그래서 이 사람이 떨어질 줄 알았다. 경선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로 참패했다. 하하하. 그렇지만 감격스런 일도 많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전보, 편지를 많이 보내왔다. ‘돼지 목(경선판)에 진주목걸이(조 대표)’라며. 또 ‘의원님 같은 이는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번 경선에서는 정말로 돈도 안 쓰고 그냥 됐다(웃음).”

김씨는 지금의 정치풍토상 남편이 이번 경선에는 “나가면 될 것 같은 감이 와 ‘나가라’”고 적극 권했다고 한다.

- 정치적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조언을 하는 것 같다.
“결정적인 순간에 조언을 하고 또 도움을 준다. 그러니 이 사람이 나를 왜 안 좋아하겠는가. 나 같은 사람 없으면 이 사람 정치 못한다(웃음). ‘당신은 지역구 주민에게 감사해야 한다. 커피 한 잔 안 얻어먹고 5번이나 찍어주지 않았느냐’하면서. ‘우리 계속 룰(선거규칙)을 지켜나가자. 그래서 안 되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 남편이 어떤 정치지도자였으면 좋겠는가.
“글쎄, 대표됐다고 어깨에 힘주고 그러지 말고 상식 선에서 일했으면 좋겠다. 대표 자리에서만 앉아 당을 보지 말고, 밖에서 보는 시선으로 계속 당을 보면서 잘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당 대표)길게 하면 내가 옆에서 힘들다(웃음).”


‘미세스 쓴소리’ 조언 3원칙

ⓒ 우먼타임스 김희수
김금지씨의 남편 조순형 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조언은 100% 직설화법에 유머가 묻어나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밑바탕에는 언젠가 말했듯이 남편보다 더한 ‘쓴소리’ 비판의식이 살아 있다. 그것도 아주 대중적인 정서로.

김씨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대략 세 가지다.

5선의원인 남편의 정치 경험에서 체득했듯이 ‘돈 안 쓰는 정치’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젠 돈 쓰려 하면 ‘망신’당한다.

나이가 젊다고 다 ‘개혁’적이라는 선입관을 버려라. ‘생각이 젊다’는 것을 더 평가해줘야 한다. 따라서 당 인사 영입 대상 1순위는 유권자가 별로 안 좋아하는 ‘구닥다리 명망가’보다는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신선하고 원칙적이고 룰을 지키며 의롭게 사는 사람들이다.

정치와 가정이 양립하도록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즉, 정치인도 가정이 있는 사람이니 근무(?)시간 동안은 열심히 일하고, 정시에 귀가해 요정·룸살롱·사과상자·지하주차장 따위가 연상되는 밀실정치는 이젠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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