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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봄에 가뭄이 한참일 때였습니다. 이게 웬일인지 노루(고라니) 새끼 한 마리가 차 앞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차에서 내려 노루 새끼를 만졌을 때는 어찌나 신기하던지 시골에서 살면서 보기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만져보기는 첨이었거든요. 느낌이란 참, 이럴 때 시골이 정말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요즘 시골에는 젊은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 하지만 경북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에는 젊은 농부 김창용(25)씨가 산다. 친구들만 해도 도시인 대구로 모두 나갔지만 그는 마을에 남았다. 마을에서 유일한 젊은 농부인 셈이다.

"저 역시 농사란 것은 생각지도 않았었어요. 군대 전까지 평범한 학생이었죠.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를 짓고 살아오시는 모습을 항상 지켜봤거든요. 힘들게 농사를 짓지만 늘어가는 건 부채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그가 농사를 생각하게 된 것은 군대 시절, 정보화 교육을 받다가 우연히 인터넷 전자상거래란 것을 알게 된 후였다. 전자상거래를 농업 분야에 접목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제대 후 23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돕기 시작했다. 젊은 농부가 된 것이다. "젊은 놈이 할일 없어서 농사를 짓느냐"고 하는 나이 드신 동네 어른도 많다.

"처음에 농사를 짓는다는 저를 보고 부모님뿐만 아니라 다들 반대했죠. 물론, 그만큼 농촌이 힘들고 요즘 FTA나 무역 개방 등 어려운 게 많으니까 절래절래 고개를 젓더라고요."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께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제대한 후 그해 가을에 수확한 자두와 복숭아를 인터넷을 통해 팔았다. 그러니 그의 부모도 '인터넷이란 게 이런 것도 가능할 수 있구나' '우리 아들이 이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라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었다.

농사 규모는 과수와 마늘, 양파 총 1만평으로 내년에는 그의 손으로 직접 농작물을 기를 계획. 2만평 정도 땅을 구했는데 작목은 구상 중이다. 농사란 것은 작물에 따라 필요한 일손이 다른데 과수가 일손이 많이 가고, 양파와 마늘은 수확, 파종 시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창용씨네는 많을 때는 스무 명이 일손을 거두지만 보통은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가족끼리 해결하고 있다.

농사는 사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천재지변 등 변수가 너무 많아서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창용씨의 경우도 올해 태풍 매미로 많은 피해를 당했고 지난해에는 루사로 인해 과일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도 돌아오는 보상은 턱없이 부족했다.

"안 그래도 농촌이 어렵다고 그러잖아요. 언론을 통해 농민들이 시위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지금도 농가 부채에 허덕이는데 수입 개방까지 하면 기존에 농사짓던 사람들은 앞이 캄캄할 수밖에 없죠. 정부에서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농촌에 젊은 사람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으면 해요."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었지만 대구에서 온 38살 마을 형님이 한 명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역시 젊은 분이라 변화에 능하고 새로운 걸 시도합니다. 농촌에 젊은 사람이 많이 와서 변화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판로 같은 경우는 직거래를 뚫어야 하죠."

보통 그의 부모님은 새벽에 일어난다. 하지만 그는 조금 늦은 시각에 일어난다. 고된 하루를 끝마치고서는 인터넷으로 자료 및 공부할 정보를 얻기 위해 바쁘기 때문이다. 매일 <농민신문>도 스크랩한다. 물론 일도 많이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보다 공부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힘든 건 특별히 느끼지 못한다. 아직 젊기에 실패도 충분히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전자상거래와 농사를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온 그는 농사일과 병행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사이버 강좌나 야간 수업을 주로 들을 정도로 농사일과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열심이다.

내년에 휴학해서 1년 동안 이제껏 준비한 것을 실현시켜 볼 계획. 농사도 중요하지만 도시 사람에게 우리의 먹거리와 농촌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3년 후에는 농장 운영을 생각중이다.

"도시 사람들이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실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이 나타나겠지만 젊기에 도전 정신으로 밀어붙이려고 해요. 저희 과수원이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답거든요. 도시 사람을 초대해서 어린 아이에게도 시골 경험을 하게 하고 싶네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농부, 창용씨는 다음 카페 '가고파 시골'을 운영하며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일상 생활이 힘들 때 카페 회원들의 안부 메일은 정말 많은 힘이 된다.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생활하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그의 희망이자,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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