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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9일만에 면도하고 양복을 입은 최대표 "목 사이즈가 이렇게 줄었어요"
단식 9일만에 면도하고 양복을 입은 최대표 "목 사이즈가 이렇게 줄었어요" ⓒ 우먼타임스 김희수
“단식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는 그의 표현대로 열흘간의 '사투'를 벌인 ‘최틀러’. 뭐니뭐니 해도 이번 단식을 통해 한나라당을 이른바 '최병렬당'으로 재편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쟁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식을 그만두기 하루 전인 4일 최 대표와 부인 백영자 여사는 <우먼타임스>와 부부합동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한 장만 찍겠다는 취재진의 요구를 매몰차게 뿌리치지 못하고 포즈를 취한 인정(?)이 결국 인터뷰로 이어진 것.

최 대표가 특검법 국회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를 출발하기 직전인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 인터뷰는, 한나라당사 7층에 마련된 단식장의 스티로폼을 깐 바닥에서 노변정담을 나누듯 두런두런 1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최 대표의 얼굴은 의외로 맑았다. 수염이 텁수룩한 모습을 상상했던 기자로서는 의외였다. 눈빛도 정기가 흘러 도대체 9일간 단식을 한 사람 같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국회에 표결하러 가는데 부인이 이것저것 신경을 써 줘 그렇단다. 오랜만에 면도도 하고….

백 여사는 “최 대표는 젊은 시절 화가 나거나 뭔가 골똘히 생각할 때면 마치 호랑이 눈처럼 눈에 기가 넘쳐흘렀데 단식을 하니 그때의 눈빛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며 지그시 남편을 쳐다봤다. “탱탱하던 다리가 여자 다리처럼 물렁물렁해졌다”면서 투정하듯 말하는 최 대표에게 백 여사는 “운동하면 곧 회복된다”며 격려했다.

최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인 백영자 여사
최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인 백영자 여사 ⓒ 우먼타임스 김희수
백 여사는 “단식이 끝나면 동치미 국물을 가장 먼저 먹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 빻은 것을 체에 걸러 그 국물을 마시면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준비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 야당, 제1당 대표. 최틀러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파워풀한 그들 부부도 가까이서 보니 여느 부부나 다름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최 대표는 단식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변화 방향에 대해 “한 마디로 환골탈태시키겠다”고 말했다. 힘이 없어 낮은 목소리지만 결연한 의지가 묻어 나왔다.

그는 한나라당의 명운이 걸린 내년 공천에서의 물갈이 폭에 대해서도 “35%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과감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공천의 전권을 행사하던 시기에도 현역의 물갈이 비율이 이 정도를 넘지는 않았다”면서 “어느 나라도 현역의원의 교체 비율이 이런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물갈이 대상자의 반발과 관련 “현재 자의로 정치를 그만두시려는 분도 많지 않느냐”면서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면 승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여성의 정계 진출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남녀평등선거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

“전국 대도시의 분구 대상 지역에서 남성후보와 여성후보를 각각 한 명씩 뽑는 남녀평등선거구제를 실시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경선에서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20% 이상 주는 방안이나,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위헌의 소지가 많아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각 정당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정수와 관련해서도 최 대표는 “현재 인구 10만에서 30만으로 선거구를 조정할 경우 늘어나는 수가 15석인데 국회의원 수는 현재 273석에서 15석을 더한 288석이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병렬 대표와 백영자 여사와의 인터뷰 요지

최병렬 대표와의 일문일답

- 단식 9일째다. 많이 여위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그리 수척해 보이지 않는다. 건강은 어떤가.
“별로 문제없다. 체중은 6~7kg 빠졌다. 그런데 하루에 물을 수없이 먹으니까 그것이 다 몸무게가 되는 것 같다. 가끔 머리가 아프다.”

- 단식이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사우나다.”

- 막상 단식을 결심할 때 심정이 어땠나.
“이럴 때 보통 정답이 뭔지 아느냐. 담담하다고 얘기한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지 않겠나. 사실 단식은 내 스타일이 아니고 실제로 내가 하게 될지 몰랐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많이 겪고 사는데 그런 것 아닌가 한다. 사실 처음엔 많은 생각이 들었고 건강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이 있기도 했다. 많은 고심 끝에 어렵게 내린 결론이다.”

ⓒ 우먼타임스 김희수
- 지난 SBS에서 방영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대담프로를 봤는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비서진을 통해 대강의 내용을 전해 들었다. 국정운영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는 내가 오래 전부터 지적해온 사항이다. 이대로 놔두면 나라가 결단이 난다.”
(이때 보좌진이 미군기지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들고 들어왔다.)

- 미군부대를 한강이남으로 이전한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결정이 난 문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노 대통령은 마치 일부러 미군을 나가게 하려는 것 같다. 용산기지가 여의도 땅만 한데, 미군은 28만 평 부지를 요청하고 있고, 우리는 17만 평을 주장하고 있다. 불과 11만 평 차이가 난다. 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물러난 이후 한강 이북을 그대로 둘 것인가. 우리가 직접 하려면 300조 원의 경비가 든다. 그런데 11만 평의 차이로 우방과의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

-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당의 방안은 무엇인가.
“남녀평등의 취지를 잘 살려 남녀평등선거구제를 도입하겠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등 대도시에 한해서 분구 되는 지역을 중선거구제의 방식을 원용해 유권자들이 남성 한 명, 여성 한 명을 찍는 방안이다. 다시 말하면 남녀평등선거구제에서는 유권자들이 남성 후보 중 1명을 택해 한 번, 여성 후보 중 1명을 택해 한 번,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 한 번 투표, 총 세 번 투표를 하게 된다.”

- 위헌 소지는 없는가
“그동안 여러 가지가 검토되었는데 이것이 가장 위헌 소지가 적다. 경선할 때 여성에게 20% 가산점을 주는 것은 우리가 여성에게 줄 수 있는 '페이버'가 아닌가 생각해왔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절대적으로 위헌이라고 얘기한다. 소송을 할 경우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또 여성전용선거구제도 마찬가지다. 여성전용이라고 하는데 왜 남성은 거기에 못 들어가는가 하는 지적이 많다.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문제인 것과 마찬가지도 남성을 차별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 영국 등 유럽에서는 가산점을 주었는데….
“영국이나 유럽은 우리처럼 성문법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 그럼 남녀평등선거구는 몇 개가 될 것인가.
“많게는 28개 선거구, 농촌지역에 분구 되는 곳을 제외해도 적어도 20개 이상은 될 것이다.”

- 국회의원 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민생이 어려운데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는 정치권의 논의에 국민들은 짜증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인구를 10만~30만으로 조정할 경우 늘어나는 의석수가 15석이다. 현재 273명에서 늘어나는 선거구 15개를 더한 288명이 우리 당이 생각하는 국회의원 정수의 맥시멈(최대치)이다.”

-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어느 체제, 어느 시대이든 정치자금은 들기 마련이다. 법인세 1% 기탁제를 도입해 선관위가 관리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정경분리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내년 총선 “35% 공천물갈이로 환골탈태”

-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하면 환골탈태다”

- 환골탈태의 방식은 뭔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 환골탈태 당하는 대상자의 반발이 있을 텐데.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하면 된다."

-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저항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스스로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환골탈태 해야 한다는 것이 당 내외의 컨센서스(여론)가 되어 있지 않은가. 만나서 설득하는 문제는 상황에 따라 달린 것이다.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이다.”

- 약 50% 정도 물갈이가 되면 확 변했다는 인상을 줄 것 같지 않는가. 물갈이 폭을 어느 정도 생각하는가.
“지금 얘기할 수 없다. 과거 총재가 공천에 전권을 행사할 때도 30~35%를 넘지 않았다. 외국의 그 어느 나라도, 미국도 유럽도 현역의원의 교체를 우리나라만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독특하다.”

- 그러면 35% 정도 물갈이하는 것이 환골탈태의 가장 적합한 수준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부인 백영자 여사 인터뷰

ⓒ 우먼타임스 김희수
“처음 단식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제 죽으러 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단식이 20일이 넘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최병렬 대표의 부인 백영자(61) 여사의 심정은 더욱 비장했으리라.

“최 대표는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에는 장고를 거듭하지만 일단 결정한 후에는 주변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 편이라 말려도 소용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백 여사는 늘 해오듯이 매일 아침 성당에 나가 “아브라함의 믿음과 솔로몬의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남편이 언제나 건강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담아서.

그녀는 최 대표의 단식 이후 체중이 2㎏이나 빠져 홀쭉하게 여윈 모습이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신 밥 먹어주는 것 이외는 별로 도움이 되는 게 없다”면서 고개를 흔드는 백 여사는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밤에 최 대표 옆을 든든히 지켜왔다.

최 대표가 의연하게 버틴 것도 그의 이런 내공이 강한 내조가 큰 힘이 된 듯하다. 단식 9일째를 맞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4일 특검 표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말을 아끼라”고 조언한 백 여사의 기력 관리 비결 때문.

백 여사는 이날 양복을 챙겨 입던 최 대표가 “와이셔츠 목둘레가 이렇게 헐렁해지다니…”라며 혼잣말을 하자 “저 바지가 탱탱했는데, 손가락 두 개 정도가 더 들어간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젊은 시절 화가 나거나 뭔가 골똘히 생각할 때면 마치 호랑이 눈처럼 눈에 기가 넘쳐흘렀는데 단식을 하니 그때의 눈빛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면서 남편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백 여사는 “처음 시집오니 시어머니가 ‘병렬이 사주는 자신을 태워서 주변의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 사주이니 호강할 생각은 말라’고 하셨는데, 이번 단식 기간에 시어머니 말씀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단식을 끝내면 먼저 동치미를 마시는 게 좋다고 해서 준비해놓고 있다”는 백 여사는 “조 빻은 것을 체에 걸러 그 국물을 마시면 건강 회복에 좋다고 해서 그것도 준비해놓고 있다”면서 남편의 건강을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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