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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비리 특검법 재의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유시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나라당을 비판하자, 민봉기 한나라당 의원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유시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나라당을 비판하자, 민봉기 한나라당 의원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사수정: 4일 오후 5시]

4일 오후 특검법 재의결에 들어간 국회 본회의장에는 강한 '전운'이 감돌았다.

정치권은 특검법 찬반토론과 표결에 들어가기 전부터 의사 진행을 놓고 팽팽하게 대치했다. 오후 2시35분 국회 본회의 개회부터 3시55분 특검법이 통과될 때까지 80분간 본회의장에는 여야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박관용 의장은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며 "지난 11월 25일 국회가 결의한 특검법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재의요구와 그에 따른 국회 파행에 대해 국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고, 이번 일이 입법부든 사법부든 반성의 기회가 돼야 한다"고 대국민 공개 사과를 했다.

이후 박 의장이 "토론신청이 있다"며 "곧바로 찬반토론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신속히 진행하자 열린우리당쪽에서 의사진행발언 신청을 했고,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 의장을 향해 "무슨 의사진행 발언이냐, 정한대로 빨리 하자"며 소리를 질렀고, 우리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박 의장은 "의사진행발언을 하지 않기로 사전에 양해를 구했으니 각 당 총무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대로 그냥 진행하자"고 요구했으나 우리당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박 의장은 유시민 의원에게 의사진행발언권을 줬다.

'일갈'하는 유시민, 박관용 의장 "마이크 꺼! 마이크 꺼!"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유시민 우리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유시민 우리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의원은 "어제 홍사덕 원내총무가 '원하는 투표 결과가 나온다는 전제 위에서 정상화를 검토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 표결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국회 정상화를 하지 않을 생각인가"라고 따졌다. 한나라당 의석이 술렁였다.

유 의원이 "이런 말이 국회의원 협박하는 것인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인가, 모쪼록…"이라고 비판을 이어가자 한나라당 의석에서 온갖 욕설과 고성이 터져나오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게 무슨 의사진행발언이냐", "빨리 내려오라"고 고함을 지르며 발언을 방해했다. 박관용 의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시민 의원, 유시민 의원"이라며 유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 의원이 발언을 계속 이어가려 하자 박 의장은 급히 국회 사무처 직원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마이크 꺼! 마이크 꺼!"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다. 곧 유 의원 발언 도중 마이크는 꺼졌고, 유 의원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몇 마디 더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박 의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함에 밀려 마이크를 끄도록 지시하자 김희선 의원은 단상 앞으로 걸어나가며 유 의원에게 "들어오지 말고 계속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퇴장하자 박 의장은 마이크를 끈데 대해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어쩔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은 찬반 토론의 '응원전'으로 이어졌다. 찬반 토론에서 임채정·김성호 의원이 특검법 부결의 당위성을 지적하자 우리당 의원들은 "잘했어"라며 두 사람을 격려했다. 또 최병국·양승부 의원의 찬성 토론이 끝나자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석 쪽에서도 "잘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병렬 대표, 휠체어 타고 266명중 맨마지막 투표

단식농성중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투표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단식농성중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투표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야 2명씩 찬반 토론을 마친 뒤 오후 3시25분경 투표가 시작됐다.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렬 대표는 투표 개시 소식을 접한 오후 3시30분경 농성장인 여의도당사 대표실을 출발했다.

최 대표는 이날 농성장에서 입고있던 체육복 대신 정장으로 갈아입고 면도까지 하는 등 '9일만의 외출'을 준비했다. 감색 겨울 코트를 입은 최 대표는 임태희 비서실장과 박홍식 보좌관 등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탄 채 당사를 나섰고, 당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고맙다"라고 짧게 인사말을 건넸다.

최 대표는 승용차 편으로 국회에 도착, 다시 휠체어에 옮겨타고 휠체어용 슬로프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3층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최 대표는 안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괜찮다"고만 답할 뿐 별 다른 말없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최 대표가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이미 투표를 마친 당 소속 의원들이 최 대표 쪽으로 몰려들었고, 최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투표를 하는 내내 10여명의 의원들이 뒤를 따랐다. 최 대표는 이날 참석한 266명의 의원 중 가장 마지막으로 투표했다.

이에 앞서 최 대표와 함께 동조단식 중인 이재오 사무총장은 오후 2시13분경 국회 본청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이 총장은 동료 의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본청 계단을 올랐지만 힘에 부친 듯 계단 위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 총장은 본회의장 입구에 마련된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성금을 낸 뒤 본회의장에 들어가 투표를 마쳤고, 곧바로 본회의장을 나와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이재오 총장, 투표 후 곧바로 병원 입원

동조단식중에 본회의에 참석한 이재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찬반토론이 이루어지는 동안 힘겨운듯 머리를 손에 대고 있다.
동조단식중에 본회의에 참석한 이재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찬반토론이 이루어지는 동안 힘겨운듯 머리를 손에 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후 3시 50분경 투표가 종료되고 개표가 시작됐다. 개표가 마무리 될 즈음 정의화 한나라당 수석부총무는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웃음을 지으면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표시해 가결 사실을 알렸고, 이근진 한나라당 의원도 손가락으로 표결 결과를 표시하며 "통과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앞 좌석에 앉아 있던 홍준표 의원 등 10여명이 "그래?"라며 박수를 치는 등 반색했다.

또 개표가 끝나자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과 박상희 민주당 의원 등 감표의원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특히 자기 자리에 앉아 있던 최병렬 대표는 특검법 재의 가결을 확인한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좌석에 앉아 머리를 뒤로 젖힌 채 허탈한 표정을 짓는 등 예상된 표결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3야 반란표 11명은 누구?

한편 특검법에 찬성한 의원이 209명, 반대한 의원이 54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결과가 나오자 기자들의 관심은 '반란표'를 던진 의원이 과연 누구인지에 모아졌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우리당 의원은 모두 44명. 이에 따라 나머지 10표의 반대표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자민련, 또는 무소속 의원이 던진 표. 여기에 기권 1명을 덧붙인다면 우리당 소속이 아니면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사실상 11명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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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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