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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보면서 작업을 하려면 일단 밖에서 먼지를 털어와야 한다. 그리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솔에 구두약을 뭍혀 신발에 바른다.
이때쯤되면 아버지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이 몰려온다. 면장갑을 끼고 구두솔을 하나씩 잡은 다음 열심히 구두약을 바른다. 큰 놈은 그나마 그동안 해 본 경험이 있어 '능숙'하지만 작은 녀석은 어설프기만 하다.
구두약이 신문지를 벗어나 여기저기로 떨어진다. 그것 치울 일이 걱정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아이들과 이 아침을 같이 보내는 이 순간이 그저 뿌듯할 뿐이다. 내복바람으로 나와 있는 놈이 산하(오른쪽), 왼쪽이 둘째 세찬이
마침내 '물광'까지 먹어 깨끗해진 신발. 오른쪽은 집사람의 것이다. 이왕 하는 김에 서비스로 같이 해 준 것인데 집사람은 "얼굴까지 다 비친다!"며 굉장히 좋아한다.
이 깨끗해진 신발로 인해 다가올 일주일이 두렵지 않다. 어서 빨리 산뜻해진 이 구두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
휴일 아침에 한가롭게 직접 닦은 한 켤레의 구두가 가족에게는 행복을, 나에게는 웬지모를 자신감을 주면서 신발장에 조용히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