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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국내 최고 재벌 삼성가의 며느리가 되며 줄곧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탤런트 출신 고현정(32)씨와 남편 정용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이 지난 11월 19일 전격 이혼하자 인터넷과 언론에는 재벌과 스타연예인의 결합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네티즌과 언론들은 재벌가의 부도덕한 행태와 결부시켜 두 사람의 이혼을 양비론적 시각에서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계 일각에서는 재벌의 부인이었던 배인순씨가 최근 펴낸 자서전 등에 드러난 재벌가의 남성우월적인 가풍을 비판하면서‘재벌가의 며느리’가 상대적 약자요, 피해자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국내 상위에 랭크하고 있는 재벌가 며느리의 이혼소송을 맡은 바 있는 이명숙 변호사는 “사업하는 남성들은 음주문화와 관련, 외도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고민을 하소연하는 아내들이 가장 많다”며 “남편의 지위가 높을수록 이혼을 생각 못하는 아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배인순씨나 고현정씨의 경우처럼 연예인 출신의 경우 이혼하게 되면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등 가십거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고 그만큼 이혼을 결심한 데에는 큰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반인보다 더 남편과 자신의 명예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가 경제적 이유와 자녀문제 등 때문에 재벌가 여성들이 남편의 외도 등으로 생긴 문제를 참고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예·체면 중시 ‘유리벽’ 철통관리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연예인들은 결혼생활에 관한 한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최근 배인순씨의 자서전은 재벌과 결혼한 스타연예인의 생활상을 짐작케 해준다.

지난 11월 21일 아침 SBS의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해 심경을 털어놓은 배씨는 “힘든 결혼생활을 어떻게 오래 견뎠느냐”는 질문에 대해 “여자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교육이 작용했던 것 같다”면서 “주변에서도‘참아야지 어떻게 하냐’라는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사안이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현정씨는 물론 고려대 재학 중에 미스코리아가 됐던 한성주씨가 모 그룹의 며느리가 되었다가 10개월만에 이혼한 일이나, 현재 두 살 연하의 사업가와 재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는 황신혜씨가 제화업계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가 6개월만에 이혼한 것도 재벌가의 남성중심적이며 봉건적인 가풍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분방한 연예계 생활이 몸에 밴 연예인들이 재벌가의 보수적인 가풍에 적응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현정(32)씨는 약혼 발표 직후부터 결벽증처럼 언론을 기피하고 폐쇄적인 생활을 했다.

1995년 5월 삼성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인 정용진씨와 결혼한 고씨는 1994년 말 약혼 발표 후 곧장 연예활동을 접고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당시 고현정씨의 약혼피로연을 특종 취재했던 모 신문사 기자 민모씨는 “고현정씨와 정용진씨가 동반한 약혼피로연이 신라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열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비디오카메라를 숨겨 취재를 했다”며 “두 사람 등 몇몇을 제외하곤 20명쯤 되는 양복 입은 남자들이 거의 모두 건장한 체격을 지닌 보디가드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방송사 오락프로 PD로 일했던 A기획사 박모 대표는 “연예계가 원래 안 좋은 소문이 많은 곳인 만큼 여성 연예인들이 명예나 체면을 중시하는 재벌가 자제와 결혼을 하면 재벌가 측에서 철저히 ‘관리’를 한다”며 “그저 외부에 보이기 위한 그림처럼 사는 것이 지위를 보고 결혼한 여성 연예인들의 일반적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들만의‘新칠거지악’

재벌가 자제 혹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들은 연예인을 좋아한다. 인기와 미모 때문이다. 과시욕인 것이다. 반면 여성 연예인들은 부자(권력자)를 좋아한다. 미모로는 얻을 수 없는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권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지켜야 할 게 많고 그 때문에 체면치레에 민감하고 가부장적이다.

여자에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품위 있는 그림’으로만 존재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유력 인사와 결혼했다가 파경을 맞은 연예인들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음에 동의한다. 그 공통점들은 ‘新 칠거지악’이라고 이름 붙일만하다.

첫째, 결혼하면 당장 직업을 버리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
둘째, 돈은 맘껏 쓰되 가정문제로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
셋째, 남편이 바람을 피든 여자 있는 술집에 가든 투기하면 안 된다.
넷째, ○○○라는 이름 대신 ○○○가의 일원으로만 살아간다.
다섯 째, 이혼하겠다며 시집과 자신을 망신시키면 안 된다.
여섯 째, 이혼 시에 양육권을 주장하면 안 된다.
일곱 째, 이혼 후에도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함구해야 한다.

신데렐라는‘환상’이고, 결혼은‘현실’이다?

세간의 과잉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 연예인들의 결혼생활 파경과 그 뒷 얘기들. 항간에 떠도는 얘기들은 상당 부분 부풀려진 것들이지만, 일말의 진실도 있다.

여성문제 전문가들은 이들의 파경 스토리가 “파경의 주요 원인인 외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성매매 천국이라는, 이혼율 세계 2위인 한국 사회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여성학자 구훈모씨는 “우리 사회 남성중심의 성문화에서 돈과 지위가 있을수록 남성들의 이탈 현상은 더욱 더 심각해지고, 아내인 여성들의 고통은 그만큼 가중된다”며 “그렇다고 아내가 맞바람을 피운다면 이런 풍토에서 살아남겠는가? 집중 돌팔매질을 당하고 매장 당할 것”이라고 성차별의 부조리를 꼬집었다.

일례로 화려한 스타에서 재벌그룹의 아내가 됐던 배인순씨의 자서전에선 전 남편이 ‘돈’의 힘을 빌어 얼마나 당당하게 아내를 찍소리 못하게 누르면서 외도를 일삼았는가가 적나라하게 표출돼 있다.

박소현 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역시 “이번 이슈는 재벌가만의 문제를 넘어 일반 국민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바로 가부장 문화가 양산해내는 만연화 된 외도 풍조”라고 꼬집으며 “상류층일수록 이런 문제가 더욱 더 은폐돼 후유증이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전문가들은 결혼 상대에 대한 잣대와 실제 결혼생활에 대한 현실감각의 결핍, 자아실현 의지의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재벌가로 시집가면서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착한 여성, 착한 며느리 환상에 함몰해버려 스스로 내적 불만을 쌓아간다는 것.

구씨는 “이들의 연예계 컴백 욕구는 이율배반적이며, 자신의 내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면 재벌가로 시집갈 기회가 왔어도 냉정히 이를 거부했어야 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들 연예인들이 당하는 가장 가슴 아픈 인권문제는 바로 양육권 ‘자동’ 박탈이다.

10여 년을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로 활동한 구씨는 “대부분의 이혼소송의 경우 가사조정시 학령 전 자녀가 있을 경우 무조건 정서적 안정과 교육상의 이유로 엄마에게 자녀양육권을 부여하지만, 재벌가의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이 경우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양혜경 용인여성상담소장(전 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성상담소장)은 “이들 연예인들의 파경 소식을 전하는 언론들의 태도는 마치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 돈에 팔려간 여성들을 다루듯 한다”며 이는 “남성중심적 시각에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부각시킴으로써 여성들 전체를 비하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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