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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결혼식에서 신부가 신랑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 읽어주고 있다.
양성평등 결혼식에서 신부가 신랑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 읽어주고 있다. ⓒ 백현석
신랑 입장 전, 사회자는 미리 양해의 말을 참석자들에게 했다.

"오늘 이 자리는 신랑·신부의 합의 하에 양성평등한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새출발을 하는 두 사람을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성평등 결혼식이란 다른 것은 없었다. 두 사람이 동등한 입장에서 새출발을 한다는 뜻에서 신랑, 신부가 같이 입장을 했고, 다른 결혼식과는 이례적으로 장성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이 주례를 맡았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도 동시 입장을 하고, 주례가 여자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수근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주례사 이후 두사람은 서로에게 결혼을 앞두고 써 온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만남에서 앞으로 부부로서의 삶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읽어 내려가는 동안, '아, 저런 마음을 나도 가졌었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성평등이란 결코 여성을 우대하고, 남성에게 피해를 주는 용어는 아니다. 서로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가지고 같이 앞날을 설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후배가 여성 관련 신문에 근무한다고 해서 양성평등을 부르짖으며 결혼식을 올린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더욱 더 오래 지속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치른 이번 결혼식에서 많은 사람들은 '참 보기 좋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양성평등은 결코 의식적인 언어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서로를 배려한다면 우리 생활 속에서 나올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결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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