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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 공동대표 박병상 박사
풀꽃세상 공동대표 박병상 박사 ⓒ 김혜진
미끄러지는 경사길로 내닫는 생명공학. 많은 사람들이 생명공학에 장밋빛 희망을 걸고 있으나 생명윤리가 없는 생명공학의 발달은 ‘생명가치’를 극단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태어나는 아이의 두 배가 넘는 생명들이 세상 빛을 보기 전에 낙태되어 폐기되는 우리나라에서 ‘생명’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7회째를 맞는 영남대 생명아카데미에서는 18일 박병상 박사(풀꽃세상 공동대표, 생물학 이학박사)를 초청, ‘생명공학과 인간복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생명은 목적에 따라 규정할 수 없는 것"

“정자와 난자가 난관 내에서 결합하면 수정이 된다. 수정란은 자궁내벽에 착상, 세포분열이 시작되면 모체와의 관계를 이루게 되는데 8주가 지나면 모든 장기가 완성되고 266일만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된다.”

박병상 박사는 “형법으로 생명이다 아니다를 규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고 지적한 뒤, 장기가 완성되는 8주를 기준으로 배아(생명이 아님)와 태아(생명)로 구분하는 우리나라 형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생명은 기계처럼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는 문제라 강조한 그는 “생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지 목적에 따라 정의하고 규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불임클리닉, 생명잉태가 아닌 생명폐기의 현장"

"지금의 생명공학은 ‘생명윤리’가 없는 기술일 뿐이며 기술발전의 도구로 ‘생명’이 요구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는 박병상 박사의 주장에 강연에 참가한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생명공학은 ‘생명윤리’가 없는 기술일 뿐이며 기술발전의 도구로 ‘생명’이 요구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는 박병상 박사의 주장에 강연에 참가한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김혜진
박병상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불임클리닉은 1986년 처음 시도되어 현재 100여개가 넘는 실정으로, 3억의 인구를 가진 미국에서 불임클리닉이 300여개인 것에 비해 그 수가 많고, 규모도 더 크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불임클리닉을 찾는 사람들 대다수는 단순한‘불임’ 때문이 아니라, 유학이나 취직시험 등을 이유로 원하는 기간에 임신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

박병상 박사는 “불임클리닉은 ‘생명’을 잉태해 준다는 고귀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수많은 배아가 버려지는 생명 폐기의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만연하는 이기주의가 생명에까지 미치고 있다는데 깊은 우려를 표하며 97년에 실시된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배아가 버려지고 있는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연간 1만 이상의 배아가 폐기되고 있으며 조사 대상이 산부인과 학회에만 그쳤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 수는 더욱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몸에서 한꺼번에 10개 많게는 30개씩 난자를 뽑아내는 불임클리닉을 이해할 수 없다. 난소와 난자는 여성의 몸에서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이다. 한꺼번에 10~30개를 뽑아내고 나면 여성의 몸은 어떻게 되겠는가?"

독일이나 영국의 경우, 여성의 몸에서 뽑아낼 수 있는 난자의 개수를 법률상 정확히 명시하고 감독하고 있다고 한다. 1명의 아이를 원할 경우 3개 이상의 난자를 뽑아낼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성의 몸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생명의 폐기도 막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규정 자체도 없거니와 과도하게 뽑아낸 난자는 수정과 착상기술을 연마하고 익히는데 이용한 뒤 무참히 폐기하고 있다고 한다.

“착상된 배아를 제거하는 것은 죽이는 기술 습득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한 그는 사회적인 법제마련과 감시기구의 조직, 위원회 구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는 절대가치에 대해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공학의 장밋빛 미래는 ‘사기’에 불과"

파킨슨씨병(만성 퇴행성 뇌질환)으로 고생하던 무하마드 알리(미국의 권투선수)의 경우, 낙태시킨 세 아이의 뇌를 죽어 가는 자신의 뇌세포 넣음으로써 치료에 성공했다고 한다. 박병상 박사는 낙태시킨 세 아이와 무하마드 알리의 생명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연적으로 다른 생명을 죽여야 하는 생명공학의 본질은 부자와 힘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일 뿐이다"고 경고한 그는 "우리가 생명가치를 비교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그는 배아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가 200여 가지의 장기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생명공학자들의 주장은 ‘사기’라고 일축했다. 수정 후, 14일 이전(8주 이전까지의 배아는 생명이 아니다-형법)에 배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줄기세포는 세포 덩어리일 뿐이며, 장기세포가 될 수는 있어도 장기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희망 없는 이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병상 박사는 줄기세포는 인간의 노화를 막고 인체의 수많은 장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약속하는 듯 보이나 그것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며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2년에는 6살밖에 안된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생명공학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복제된 어미양의 나이, 6살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에 돌리가 죽었을 당시는 사실상 12살이었다는 것. 즉 노화가 사망 이유라는 것이다.

박병상 박사는 “이처럼 생명공학이 말하는 미래는 확증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 난무하는 불안한 현실일 뿐이라며 생명공학에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그는 ‘생명’이 법률로 규정되고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생명’이 무참히 유린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생명이 자본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면 더 이상 자본은 생명을 구할 수 없게 된다. 자본은 자본만을 위한 것일 뿐, 생명의 존엄성은 물론 생명가치는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생명을 제거하는 기술에 브레이크를"

박병상 교수는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0.3%의 소금같은 존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으며 함께 생명을 지켜나가고 보전하는 노력을 해나가자고 호소했다.
박병상 교수는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0.3%의 소금같은 존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으며 함께 생명을 지켜나가고 보전하는 노력을 해나가자고 호소했다. ⓒ 김혜진
"무분별한 생명공학의 기술을 막고 있는 것은 생명윤리다. 생명윤리가 깨어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성의 몸은 생명을 잉태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생명 또한 자본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지금의 생명공학은 ‘생명윤리’가 없는 기술일 뿐이며 기술발전의 도구로 ‘생명’이 요구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한 그는 우리 개인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생명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풀꽃세상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병상 박사는 자신이 생명공학도임에도 불구, 생명공학은 회의적이며 결국 우리가 다시 되돌아와야 할 가치는 ‘생명’이라는 화두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끝으로 박병상 교수는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0.3%의 소금 같은 존재‘가 되어 달라고, 함께 생명을 지켜나가고 보전하는 노력들을 해나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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