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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건 총리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정부입법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건 총리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정부입법안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주가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이른바 '지방분권 3대 법안' 제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방분권특별법에 대해 19일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며 건설교통위원회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상정, 오는 26일∼27일 의결할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의원들이 "지역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비수도권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대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18일 공청회에 이어 21일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 지방분권국민운동은 1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에서 1만여명이 참석하는 '지방살리기 3대 입법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지방분권국민운동은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은 수도권발전을 가로막는 취지가 아닌 지방을 살리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지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경기도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지방의원, 국회의원들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관련 "그 동안 수도권은 30년동안 각종 규제를 받아왔는데 특별법 등으로 2중, 3중의 규제를 통해 수도권이 역차별을 받는다"며 대체 법안을 상정해 어떤 결론을 내올지 주목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어떤 내용 담고있나

정부는 지난달 15일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결국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지역간 불균형 시정을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를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과 함께 지방분권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은 '지방분권 3대 법안'으로 불리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의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이 '지방 주도형 지방분권과 지역불균형 해소'에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그동안 지방 불균형 해소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오히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돼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표출되고 있고 지방은 갈수록 피폐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으로 과밀 억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토면적의 11.8%인 수도권 인구비중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인구비중은 1985년 39.1%에서 1990년 42.8%, 1995년 45.3%, 2001년 46.5%에 이른다. 소득 및 재정자립도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전국대비 GRDP(지역내총생산)비중은 1995년 45.4%에서 2000년 48.0%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 자치단체는 1.0%에서 10%대 사이에 머물고 있다.

특히 수도권 광공업체 수와 벤처기업 수는 비수도권과 비교할 때 각각 56.2%와 54.4%을 차지해 결국 사람과 재화의 집중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회 심의를 거쳐 법안이 제정될 경우 2004년부터 지역 특성화산업발전과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연간 5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수도권 과밀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소재 250여개 공공기관을 단계적으로 분산·이전하고, 기업·대학의 지방이전과 함께 지방대 육성을 위한 다양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책을 잇따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자립형 지방화를 통해 지역간 불균형 해소는 물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방분권 운동단체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자립형 지방분권과 자치를 위한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지난 10일 홍영기 경기도의회 의장 등이 "수도권 역차별"이라며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해 삭발을 했다.
지난 10일 홍영기 경기도의회 의장 등이 "수도권 역차별"이라며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해 삭발을 했다. ⓒ 경기도의회

수도권 "2중·3중 규제로 역차별"

그러나 경기도(지사 손학규) 등 수도권은 "수도권 낙후지역에 대한 역차별이 극심하다"며 입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정부는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계획적 관리'의 정책기조에 따라 수도권을 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면서 "경기 북부와 동부지역에 전국평균에도 미달하는 낙후지역이 있음에도 획일적으로 수도권을 배제했다"고 역차별을 주장했다.

홍영기 경기도의회 의장 등 도의원 4명은 10일 도의회청사에서 '정부의 수도권 역차별'을 주장하며 항의 표시로 삭발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악법 제정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경우 실력 저지와 함께 1000만 도민 서명운동으로 맞설 것"이라며 "지방의원 전원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15일 안양에서 입법 반대 궐기대회도 갖기도 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 39명은 국가균형발전법 정부안에 반발해 대체 법안을 9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입법안에서 국가지원 대상인 '지방'은 '수도권정비계획법 2조 1호의 규정에 의한 수도권외의 지역'이라고 규정돼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일원을 제외시켰다. 반면 대체 법안은 지원 대상 지역 구분을 '전국의 해당 지역 여건, 특성, 발전잠재력, 개발수준에 따라 지역으로 구분'하도록 해 모든 지역을 포함시켰다.

또 구체적 기준과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각 지역에 대한 낙후도 평가를 근거로 지원대상을 정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비합리적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더욱 반발하고 나선 것은 특별법 자체보다는 공장증설 규제 등 각종 수도권 억제정책에 있는 듯 하다. 홍영기 도의회의장은 "30년 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규제를 받아왔고 기업체의 과밀부담 계획도 있고 공장증설을 규제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지방이전은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것으로 국가적으로 수도권 규제는 국부유출을 초래할 것"이라고 수도권 역할론을 주장했다.

홍 의장은 "지방의 인프라 구축을 먼저하고, 법을 제정해 기업이 지방이전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며 "수도권 대 지방의 대결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광식 경기도청 정책기획관은 "지방대 육성이나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서 수도권 낙후지역을 제외시켰다"면서 "지방을 지원하는데 국가 재정이나 조세보조금 등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신 기획관은 "수도권은 비수도권의 발전 지원에 역할을 해왔다"면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약하시킬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켜 비수도권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수도권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은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법령의 제·개정 과정에서도 역차별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장·법인 등의 지방 이전시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수도권 내 공장의 지방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감면과 관련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과밀억제권역 내'로 규정했던 것을 '수도권 전 지역 내'로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택지개발 등 30종의 개발사업 이익금의 25%를 환수하는 수도권 개발부담금 부과를 연장, 환수금을 국가균형특별회계에 포함시킨다. 또 '지역특화발전특구법' '지방과학기술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도 수도권은 제외돼 2중 3중의 규제와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에 가진 호남권 공청회 모습.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오히려 법규를 강하해야한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5월에 가진 호남권 공청회 모습.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오히려 법규를 강하해야한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비수도권 "오히려 법규 강화해야"

그러나 오히려 비수도권 지역은 수도권의 반발에 대해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5조원 규모에 불과한 특별회계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법안 강화 및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13개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특별법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공동화라는 폐해를 해소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현 시스템으로는 상생발전할 수 없으므로 이법을 수용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주시청 송귀근 기획관리실장은 전국순회토론회에서 "균형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신설되는 특별회계에 기존의 양여금을 포함시킨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며 "기존의 재원 활용보다는 새로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간 5조원의 특별회계로는 균형발전을 이루는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특별법이 지역간 불균형 해소에 있는 만큼 낙후지역에 대한 차등지원도 임의적 조항이 아닌 강제 규정으로 바꿔 낙후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 유치도 해당 지역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매방식이 아닌 강제이전 시켜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인프라 구축이 안된 낙후지역에 별다른 매력이 없는 만큼 각 지역의 특성화산업전략에 맞게 정부가 강제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원 지방분권국민운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수도권의 반발에 대해 "오히려 비수도권에서 반발해야 한다"면서 "수도권에서는 수도권의 돈을 지방에 나누어 주는 것으로만 해석하는데, 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의 핵심은 자치단체에서 쓰는 돈의 자율성을 높이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오히려 낙후지역이 수도권까지 포함됨으로써 지방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또 수도권이 규제를 이야기하는데 현 정부들어 수도권 규제가 크게 완화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의 대체 법안에 대해 "수도권 사람들의 입지만을 반영한 고약한 법을 만들어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라며 "야당의 경우 현 정부가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때 정부의 정책을 인정하는 셈이돼 총선에서 불리해질 테니 부결시키자는 의견이 있는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지방분권국민운동 "다분히 정치적이며 지역이기주의"

이같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법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될 국회 산자위 공청회를 시작으로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입법안에 반발해 박종희 의원(한나라당)이 대표발의한 대체 법안에 한나라·민주·열린우리당 등 소속에 상관없이 수도권 출신 39명이 서명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방분권국민운동 광주전남본부가 광주전남지역 19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응답자 4명을 제외한 15명의 의원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찬성했다.

이러한 상반된 현상은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출신 지역에 따라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홍영기 경기도의회 의장은 "국회 심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부를 상대로한 투쟁도 검토 중"이라고 말해 더욱 강력한 반발 움직임을 시사했다.

또한 지방분권국민운동 등 지방분권운동 단체들도 "경기도의 태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지역이기주의이며 과잉반응에 불과하다"면서 국회의원을 압박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들 단체들은 국회 공청회가 열리는 18일 여의도 공원에서 1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방분권 3대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대회를 열고 조속한 법 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동시에 지방분권국민운동은 "균형발전대상 지역으로서의 '지방'에 대한 개념의 불합리성과 모호함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불균형지표 설정을 통해 지역불균형도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별 차등지원을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법안의 수정·보완도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지방'과 '낙후지역' 개념 범위를 둘러싸고 좌초위기에 놓인 형국이다. 이번 주를 분수령으로 '수도권 역차별이냐, 국가균형발전이냐'를 사이에 둔 논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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