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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스승 존경운동만이 교권을 회복시키고 공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사랑의 회초리를 간직한 학교, 더 이상 교권의 추락을 운운하지 않는 학교가 존재할까. 이 질문에 자신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승존경운동전도사로 통하는 서대전고 오원균(57) 교장.

그가 재직한 서대전고는 지난 2001년부터 스승존경결의대회를 열었다. 추락해 가는 교권을 살리고 교사들이 신명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가 지난해에는 대전 전 지역으로 퍼지더니 올해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각 지역에 스승존경운동 협의회가 생겨났고 오 교장은 스승존경운동 중앙협의회 회장이라는 감투도 새롭게 썼다.

“제가 5년간 교사생활, 23년간 교수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1년 9월에 서대전고로 부임했습니다. 와서 보니 선생님들의 사기가 너무 없었어요. 원인인즉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웠더니 왜 깨우냐며 대들 길래 매를 들었다더군요. 그 학생의 학부모가 교육청에 신고를 해 교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받았답니다.”

그가 부임하기 전 체육시간에 학생이 교사를 파출소에 신고한 사건도 있었다. 교사가 학생을 때릴 것도 없고, 수업시간에 자거나 숙제 안 해도 무관심한 월급쟁이로만 지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교사 사기 증진 차원에서 학부모 회의를 소집하고 서대전고만이라도 교사가 존경받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부임 두 달만에 학부모 1000여명과 함께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 최초였다. 학부모들로부터 사랑의 회초리 70개를 전달받기도 했다.

모두들 교권추락을 걱정하는 시기, 그의 활동들은 범국민적 공감을 얻어갔다. 지난해에는 교육청에서 대전시 전체가 실시하자고 제의해 평송청소년수련원에서 학부모들이 결의대회를 가졌다. 또한 교육부총리가 참석해 전국에 퍼트리자고 말하기도 했다.

오원균 교장은 학생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늦은 저녁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일이 많다. 훈화 자료를 모으고 좋은 교사상과 참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의 일상. 책상 한 쪽에 가득 쌓인 책들이 인상적이다.
오원균 교장은 학생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늦은 저녁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일이 많다. 훈화 자료를 모으고 좋은 교사상과 참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의 일상. 책상 한 쪽에 가득 쌓인 책들이 인상적이다. ⓒ 권윤영
결의대회를 넘어서서 올해 5월에는 선생님이 제자를 사랑한 사례를 공모하고 학생의 달인 11월에는 스승존경결의대회를 열어 스승사랑우수사례를 공모했다. 이것을 전국에 배표할 예정. 오 교장은 우수사례가 발표되면 귀감이 되고 이러한 분위기가 더 확산되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물론 효과도 있습니다. 전에는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일절 없어요. 물론 학생들의 태도도 좋아지고 성적도 저절로 향상했습니다. 선생님이 신명나면 공교육이 바로 선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죠.”

서대전고는 200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인문계, 자연계 수석을 모두 배출했다. 수능시험 전국 평균이 2002학년도보다 3.2점이나 떨어진 데 반해 서대전고는 오히려 평균 8점이 오르는 성과가 있었다. 그야말로 인성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

지난 91년 대한노인회장 효자상을, 지난 97년 서구청 자랑스런 서구인상 ‘모범가정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오 교장은 오는 12월 제28회 삼성효행대상을 받는다.

삼성복지재단이 지성스런 효행과 경로 효친의 아름다운 효 문화를 드높인 인물을 발굴해 주는 상으로 그는 교육 활동을 통해 경로효친 사상을 전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상금은 무려 1000만원. 그는 “내가 일을 해서 번 돈이 아니면 그것을 내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녀소년가장을 위해 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스승존경대회를 여는 것을 넘어 그는 존경받는 스승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생각한다. 부임 후 교사들에게 코팅까지 해서 나눠준 자료가 교장실 탁자 안에도 놓여져 있다.
스승존경대회를 여는 것을 넘어 그는 존경받는 스승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생각한다. 부임 후 교사들에게 코팅까지 해서 나눠준 자료가 교장실 탁자 안에도 놓여져 있다. ⓒ 권윤영
의사도 전문직이고 교사도 전문직입니다. 병원에 가서는 몇 바늘 꿰매달라거나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전적으로 믿고 맡기면서 교사들은 믿지 못하고 너무 많은 간섭을 해댑니다. 교사도 믿어야하지 않겠어요.”

오원균 교장은 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일어나면 교사들이 신명나고 우리나라 공교육은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새마을 운동처럼 전국적으로 스승존경운동이 펼쳐지길 바라는 기대 속에 그는 이 운동이 더 이상 필요 없을 때까지 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함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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