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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 수사 종료 뒤 측근비리 특검법 수용'을 시사한 노 대통령의 '시간조절' 발언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12일 대전-충청지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특검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없지만 검찰과 특검 수사에 중복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고, 시간조절용 재의 요구도 있을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특검을 하는 목적, 의회민주주의와 거부권 행사의 요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노출한 것으로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특검은 검찰수사가 잘못되었을 때 도입하는 것으로, 검찰이 왜곡수사 한 것을 규명하고 축소·은폐한 부분을 제대로 수사하려고 도입하는 것"이라며 "검찰수사와 특검수사가 중복·충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특검 도입의 목적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표는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은 법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의서'를 붙여서 행사하는 것인데 시간조절용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법안에 대한 정당한 이의가 될 수 없다"며 "(시간조절이라는 명분은) 거부권 행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특검법이 통과된 시점에서 '최도술씨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이 꼭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도 부실할 경우, 특검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오늘(13일)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며 "최고위원회에서는 이미 '한나라당불법대선자금에대한특별검사법안'에 대한 법안기초에 착수하도록 기조위원회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최돈웅 의원은 한때 잠적했고, 김영일 전 사무총장과 재정국 관계자들도 검찰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지난 5년간 합법정치자금 규모가 민주당보다 적었다는 등 이번 수사와 무관한 일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물타기' 시도"라고 비난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이후 이어진 일문일답이다.

- 한나라당 중진들의 개헌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나라당의 공식 결정이 아닌 것으로 안다. 몇몇 중진 의원들이 얘기한 걸 갖고 중대한 사안인 개헌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힐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 공식 기구에서 논의했다면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 평소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자는 소신을 갖고 있지 않았나.
"그렇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대표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개헌 문제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 '부패공조'라는 말의 진원지가 어디냐고 했는데, 당내에도 있다고 보는가.
"그건 아직…. (12일 장성민 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예결위원장이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았다. 여당일 경우 예결위원장이 중요하지만 야당일 경우 그렇지 않다. 예결위원장과 측근비리 특검을 바터하나? 어느 바보가 그것을 바터하나. 한나라당도 여당이 아니라 예결위원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또한 예결위원장은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의를 통해 다시 추진할 것이다."

- 호남지역 4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해야 한다는 당내 소장파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진 물갈이론은) 신당과 민주당이 장관 출신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는데, 그런 판에 민주당에서 영입 활동을 그만두라는 것과 같다. 그게 말이 되는가. … 공천 희망자들의 모든 요구에 대해 당 대표가 일일이 대답한다면 총선이 끝날 때까지도 다 못할 것이다."

- 28일 전당대회 이전에 현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현 지도부가 들어선 뒤 지지도도 떨어지고….
"분당 때 떨어졌던 지지도가 최근 KBS 조사를 보면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서며 올랐다. (다소 지지도가 저조하게 나온) MBC 여론조사도 열린우리당의 창당대회 행사가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물어본 것이고, 정당 지지도가 아닌 선호도를 물어본 결과였다."

- 호남 민심이 흔들린다고 한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보는가.
"호남 민심이 흔들린다고 보기보다는…. 90% 이상이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지역이다. 사람은 한 번 지지했던 후보를 잘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노 대통령이 광주에 내려가 제2의 고향이라고 하니까 신당 지지도가 약간 올라간 것 아닌가."

- (사고지구당) 조직책 선정을 전당대회 이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럼 다 떨어지게…. 신당과 한나라당이 조직책을 선정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민주당이 가만 있으면) 내년에 다 떨어진다. 비슷하게 유능한 인물이면 먼저 한 사람이 이기게 돼 있다."

- 사고지구당에 복당을 신청할 경우 당무회의를 거치게끔 한다고 들었다. 김민석 전 의원의 복당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김민석 전 의원은 입당원서만 낸 상태이지 복당이 결정된 건 아니다. 당헌·당규에 문제가 좀 있다. 사고지구당의 경우 시도지부나 중앙당에 복당원서를 낸다. 그러면 원서를 접수한 뒤 다시 해당 지구당에 내려보내게 돼 있다. (그런데 사고지구당이니 받을 주체가 없는 것이다.) 당헌·당규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